文대통령, 교황지지 '성과'·北입장 반영 '제재완화' 시도 실패

조소영 기자 2018. 10.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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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으로부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지 얻어..안보리 '설득외교'
교황방북 실제화·北제재완화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을 마친 후 준비한 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8.10.19/뉴스1

(코펜하겐=뉴스1) 조소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로 7박9일간의 유럽 5개국 순방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바티칸 교황청, 벨기에, 덴마크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의사'를 전했다.

또 프랑스와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속국가 정상들을 만나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완화가 필요하다는 '설득외교'를 펼쳤다.

일련의 행보에서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추진에 대한 지지를 얻고 또 대북 제재완화 주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시키는 성과를 냈지만, 이후 교황의 방북이 실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문 대통령의 설득에도 유럽 주요국가들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 대통령은 유럽순방 '다음 단계'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교황, 방북 요청에 긍정…실제화될지 주목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교황의 지지'라는 성과를 냈다. 18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의사를 전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이 교황에게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냐고 하자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교황청은 바로 전날(17일)에는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열었고 같은 장소에서 문 대통령이 기념사까지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문 대통령을 향한 지지를 표했다. 특정국가에 초점이 맞춰진 교황청의 이번 행사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로써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의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은 걷히고 '신중한 시각'이 힘을 얻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9일 로이터통신이 교황청의 국무총리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 방북 전 북한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방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 나중에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방북에 따른 일정한 요건 충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교황의 방북은 내년 5월 일본 방문 때 이뤄질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인권문제에 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교황의 방북 성사가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순방에 나섰던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이사회 본부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8.10.19/뉴스1

◇대북 제재완화 공론화…주요 유럽국 'CVID' 고수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유럽 주요국가들을 향해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특히 프랑스, 영국 등 안보리 소속국가 정상들에게 '대북제재 완화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일'이라는 취지로 설득을 거듭했다.

이는 북미가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상황 속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일종의 북미 중재자 역할에 나선 것이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상응조치를 줘야 한다는 차원으로, 북측 입장이 크게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의 설득은 모두 '완곡히 거절'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 제12차 아셈(ASEM)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게 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모두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이 꼭 CVID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아셈정상회의 의장성명엔 남북관계 발전이 전 세계 평화와 안보, 안정에 중요하다면서도 북한이 반드시 CVID를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대북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 중인 각국의 외교적 노력이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 개선에도 기여해야 한다며 사실상 북한이 인권 상황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대미, 대유럽 관계에 있어 황색신호가 들어온 듯했지만 청와대는 CVID란 용어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용어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로가) 이해하는 지점들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의 전제로 정상들에게 언급한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킬 경우'와 CVID가 용어만 다를뿐, 사실상 상통하는 게 아니냐는 뜻으로 풀이됐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라는 주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시켰다는 것에 방점을 뒀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두 분만 따로 얘기하시면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상당한 이해의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메이·메르켈 총리께도 우리 대통령의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며 한반도의 현재진행상황을 유럽권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한 데에 의미를 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 공연을 마치고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과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8.10.15/뉴스1

◇넥쏘 홍보·철강 세이프가드는 우려…아셈 촬영 놓쳐

문 대통령은 경제문제에 관해서도 유럽정상들과 의견을 나눴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한국산 수입 철강재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메르켈 총리 등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우려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만들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한-EU FTA 적용이 깨지는 걸 막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은 14일엔 현대자동차의 프랑스 현지 1호 수출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깜짝 시승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문화부문의 성과도 체감했다. 프랑스에서 한국 출신 국제적 아이돌 방탄소년단(BTS)과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눴고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셈정상회의(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갈라만찬 참석 땐 한국 피아니스트 임동혁씨가 만찬에 초청돼 연주하는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19일 아셈정상회의 땐 일정 지연 등에 따라 문 대통령이 아셈정상회의 기념 사진촬영을 놓치는 해프닝도 있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교황을 면담한 직후, 우리 수행원들과 로마 나보나 광장 인근 식당에서 비공개 오찬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 수백명의 유럽인들이 "교황청 연설을 봤다"며 문 대통령에게 손을 흔들고 환호했다고도 소개했다.

또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당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행사장에 참석자 중 마지막으로 도착해 문 대통령이 "주인공이라 늦게 나타나셨다"고 농담을 던지자, 뤼터 총리는 "아니다. 대통령께서 진짜 스타다"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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