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멀어지는 가을수확'

김예진 2018. 10. 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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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였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의 ‘가을 수확’이 점차 멀어지는 모양새다. 필수전제인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에 열릴 것이라는 미국 측 발언이 나오면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일부 기자들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 1월 1일(the first of the year) 이후가 될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것으로 보였던 외교일정들은 줄줄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당초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멈칫했던 북·미협상을 재개시키고 11월 미국 중간선거때까지 북·미협상 성과를 만들 구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해결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만큼, 미국 중간선거 일정 자체가 북·미 협상을 추동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중재결과를 바탕으로 소위 ‘판을 깔아주면’ 미국 측이 선거를 의식해 북·미 협상을 진전시키고 남·북·미가 연말 종전선언 및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까지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올 봄부터 빠른 속도로 진행돼 온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가 김 위원장 말대로 가을에 “좋은 수확을 얻고”, 연말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도 자신의 완전한 비핵화 완성 시점으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라는 정치적 발언으로 화답했고,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미국 중간선거 전에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 언론 폭스뉴스에 직접 출연해 인터뷰를 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싣기 위한 측면도 컸다.

그러나 끝내 북핵 문제가 반(反)트럼프 성향의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조야의 회의론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선거전에서의 이용 가치도 떨어진 모양새다. 북핵문제를 톱다운 방식(하향식)으로 접근, 정치적·포괄적으로 해결해나간다는 정부의 전략도 발목이 잡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정상 간 신뢰와 공조를 대내외에 과시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여론이 좀처럼 우호적으로 잡히지 않으면서 예상된 것이기도 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1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 북한 문제가 전혀 시급하지 않고,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도 일부 장관 교체 등 내부 체제를 정비하며 국내 정치에 신경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필요도 없고 만나서 크게 자랑할만한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 초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변국도 연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을 염두에 두고 다각도로 접촉을 벌이던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체제 이후 최초로 방북할 것이 예상됐고, 러시아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방러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북·일 정보 당국간 물밑 접촉도 급속도로 진행돼왔다. 전문가들은 이들 북한과 중·러·일의 접촉도 2차 북·미정회담 성과를 들고 후에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시각이 많았다.

다만 시진핑 방중은 가능성은 남아 있다. 최 부원장은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속도조절을 할지 예정대로 추진할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며 “하나의 충격파로서 북·중관계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전략적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을 자극하려 할 수도 있고 보류할 수도 있다. 중국으로서는 양수겸장”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9월 평앙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순서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6·12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을 때 문 대통령의 5·26 남북정상회담차 판문점 북측지역을 비공개로 전격 방문했을 때처럼 문 대통령이 직접 한번 더 움직여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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