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판사저격' 조국 靑수석에 "헌법취지 존중해야"

심언기 기자,윤지원 기자 입력 2018. 10. 21. 22:54 수정 2018. 10. 2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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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SNS서 '檢 밤샘조사' 지적한 강민구 판사 비판
윤모 부장판사 내부망에 "헌법적 근거 있나" 지적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2018.3.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윤지원 기자 = 현직 부장판사가 21일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한 일부 고위법관의 언급을 저격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해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은 다르다"고 각을 세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을 소환해 15시간30분가량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이 첫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16일 오전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60·14기)는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밤샘수사, 논스톱 재판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의 밤샘수사 관행을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조사에 대한 불만을 표한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이에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밤샘조사가 절차상 본인의 동의 하에 이뤄진 것이며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고 응수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여기에 조 수석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삼성 장충기에 아부 문자를 보냈던 현직 고위판사가 사법농단 수사 검찰을 공개 저격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기사에는 "강 부장판사가 과거 부산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장충기 삼성전자 사장에게 아부성 문자와 인사청탁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수석은 20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관은 재판 시 독립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 외 스스로 행한 문제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예컨대 재벌 최고위 인사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나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조직 옹위형 비판 등"이라고 거듭 비판의 글을 적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윤모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1일 내부 이메일을 통해 동료법관들에게 대통령비서실 관계자의 견해 표시 등의 헌법적 근거를 문제 삼는 글을 보냈다. 해당 글에선 구체적인 인물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청와대 수석'과 SNS(트윗)를 거론한 것을 감안하면 조 수석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부장판사는 "대통령은 헌법기관으로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헌법기관장으로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관의 인사권자(직접, 간접)라는 지위도 함께 고려하고 법관, 사법부 독립 보장이라는 헌법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부장판사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에 관해 규정을 하면서 대통령 비서실에 관하여는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면서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에서 세부적인 규정이 있지만, 헌법 정신은 대통령이 하는 행위만이 허용된다(헌법 제81조, 제82조 등 참조)"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으로부터 위임을 받거나, 대통령의 결정 전에 자료와 정보를 모으기 위한 과정, 대통령의 결정을 국민에게 설명하기 위한 과정은 대통령의 헌법적 지위에서 도출될 수 있지만, 대통령의 결정이나 판단과 동일한 취지를 위임이 있었음을 설명함이 없이 직접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헌법적인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부장판사는 또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표시이더라도 헌법적인 제약이 따른다. 대통령은 인사권자(직접, 간접)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법관, 사법부 독립에 부합되게 행사하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만약에 대통령의 위임 없이 한 표시라면 이는 헌법 규정에 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관, 사법부 독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이 될 수 있다"면서 "헌법, 정부조직법,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지위에서 법관, 사법부 독립과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제101조와 108조를 언급, "헌법이 규정한 사법권은 현대의 법 정신과 이론이 반영된 것이고, 이러한 헌법 조항으로부터 법관 독립, 사법부 독립, 사법행정의 자치 등이 보장된다"며 "헌법기관이 의견을 표명할 때도 이와 같은 헌법 규정 취지가 존중돼야 한다. 헌법기관이 아닌 기관 등이 의견을 표명할 때는 이와 같은 헌법 규정 취지가 분명히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에 자료·조사 등에 협조하지 않고 영장을 줄기각하는 '방탄법원' 행태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다. 그럼에도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사법부를 향한 잇따른 공개 발언은 검찰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괜한 분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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