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J] "재벌 앞에 침묵하는 언론"

KBS 2018. 10. 2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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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 해주실 분들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최 욱 씨, 함께 합니다.

[최 욱] 안녕하세요? J의 유일한 재미, 최 욱입니다.

[정세진] 그리고 독일 공영방송 ARD 기자죠? 안톤 숄츠 나오셨습니다.

[숄츠] 안녕하세요?

[정세진] 뉴스웨이터 KBS 정연우 기자도 함께합니다.

[정연우] 시청자를 왕으로 모십니다. 뉴스웨이터 정연우입니다.

[정세진] 한국통신대학교 법학과 최정학 교수님 오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최정학] 안녕하세요? 최정학입니다.

[최 욱] 이 자리에 새로운 분들이 나오면 제가 사전에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항상 찾아보거든요. 그런데 우리 교수님은 아주 겁 없는 사람이더라고요. 이재용 부회장을 어떻게 해서든 구속시키려고 아주 안달이 나셨던데 대단하십니다, 용기가.

[최정학] 감사합니다.

[정세진] 사실인가요?

[최정학] 글쎄요. 제가 한 건 별로 없고 그 당시에 박근혜 국정농단 시절부터 그 겨울 무렵에 법원 앞에서 이제 몇 명의 법률가들이 같이 모여서 농성이라도 해보자,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농성을 하다가 그런 와중에 이재용 구속이 필요하지 않느냐, 그런 얘기를 하게 되고. 그런데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이러니까 또 기자회견도 하게 되고 그런 일들이 이제 있었던 거죠.

[최 욱] 아까 보니까 삼성 핸드폰 쓰시는 것 같던데? 그쪽에서 서운하겠어요.

[최정학] 어쩔 수 없이.

[최 욱] 저희가 오늘 이제 이따가 저희가 재벌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방패막이가 한 명 필요했습니다. 혼자서 화살을 다 맞으시길 바랍니다.

[최정학]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정세진] 뭔가 강적이 나타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의미 있는 지적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1TV, my K, pooq,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지난 7일이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 사고가 있었죠? 정말 다행히도,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화재 직후 관련 소식을 다룬 언론들의 성급한 보도 태도가 논란이 됐습니다. 정연우 기자, 먼저 문제 보도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정연우] 먼저 시차적으로 보겠습니다. 화재 발생 초기에는 경찰이랑 소방 당국에서 외부 요인은 없는 것으로 발표를 했고. 그러다 보니까 언론 보도가 화재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또 진화 과정은 어떤지 그리고 또 일반 시민들, 민간인들이 보기에 어떻게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많이 다뤄졌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에 경찰이 전격적으로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긴급 체포했다,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이때 이후로 갑자기 용의자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아집니다. 그래서 이 스리랑카인으로 인한 속보가 갑자기 쏠리게 되고 기사가 굉장히 많이 생산이 됩니다.

[정세진] 신문뿐만 아니라 지상파 뉴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BS와 SBS는 국적을 강조한 헤드라인 보도를 8일 톱으로 내보내기도 했는데요. 스리랑카인이라는 표현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숄츠] 특히 이런 동남아시아나 이런 나라에서 온 사람들한테 국민들이 조금 더 예민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옛날보다 이런 뉴스는 폭발적인 뉴스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최 욱] 저는 약간 갸우뚱합니다. 누가 사고를 냈는지 궁금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특정이 됐습니다. 그 사람이 셀러브리티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의 특징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게 그게 너무 이상한가요? 이분 셀럽이 아니니까 이 사람의 특징은 국적이 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이 사람의 국적이 미국이라고 할지라도 미국의 47세, 뭐 이렇게 나왔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최정학] 나왔을 것 같습니까? 저는 조금 그런 의문이 드는데.

[최 욱] 그렇습니까?

[최정학] 과연 미국이 예컨대 유럽의 어떤 국가 사람이었다면 그런 정확한 국적 보도가 나왔을까. 스리랑카라고 하는 그 국적 속에 약간의 어떤 부정적인 또는 뭐라고 할까, 좀 혐오적인 뜻이 담겨있진 않은가. 특별한 어떤 한 사건에서 소수자가 범죄를 했거나 그런 의심이 있을 때 그걸 과장해서 얘기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아, 우리 사회의 범죄인은 저 소수자들이다, 우리는 범죄인이 아니다’, 이런 어떤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것을 갖게 되고 사회통합 효과를 이렇게 얻을 수 있다.

[숄츠] 사람들 쉽게 이런 거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 수 있는데, 한국 사람인지, 외국 사람인지. 그런데 한번 상상해 보세요. 만약에 한국 사람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동성애자였어요. 이게 무슨 상관이에요. 이거 범죄하고 아무 관계없죠. 사실 국적도 이 범죄하고 아무 관계가 없거든요. 자세히 보면. 그래서 알려주는 게 조금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준희]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게 외국인 노동자처럼 조금 더 소수자인 경우에는 혐오나 편견이 더 강하게 작동을 합니다. 이를테면 그러니까 바로 나온 게 뭐냐면 혹시 테러 가능성이 없었나요?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테러하고는 전혀 무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에서 그와 같은 게 바로 등장한다는 이야기는 쓸데없는 정보가 더 많은 혐오나 편견을 만들어낸다는 거죠.

[최 욱] 오해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애써 제가 다른 시각으로 다가섰다는 거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세진] 일부러 그러신 거예요?

[최 욱] 그럼요.

[정연우] 보도들을 보면 단순히 스리랑카인이다, 이것만 밝혔던 문제가 아니에요. 이 사람이 일했던 일터, 나이, 직장, 거주지 이런 것들이 충분히 다루지 말아야 될 것들이 충분히 다뤄지거든요. 다루지 말아야 될 자세한 내용들이 다뤄지게 됩니다. 심지어 MBN 같은 경우는 저녁 메인뉴스를 진행하면서 이 외국인 노동자 A씨에 대해서 실명까지 그대로 방송에 나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정세진] 국적도 그렇고 실명은 어떻게 또 기자가 저렇게 보도할 수 있었던 거죠?

[정연우] MBN 측에 확인을 해보니까 메인뉴스 시작 시간 10여 분 전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경찰에서 관련 내용을 알리는 메시지가 전달이 됐고. 그러다 보니까 이 뉴스를 준비하면서 준비 시간이 충분히 많지 않았던 겁니다. 또 판단할 시간이 여의치 않았고. 그러다 보니 경찰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뉴스화를 했고. 경찰, 굉장히 의외였는데요. 실제로 전달한 메시지를 받아봤는데 검거 장소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고요. 실명, 국적, 나이, 비자 문제까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전달하는 경우를 제가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경찰에서 1차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언론 대응에.

[정세진] 사회부에서 취재할 때 경찰들이 그렇게까지 정보를 주지 않나요?

[정연우] 그렇게까지 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좀 이상했던 게 한 가지는 너무 빨리 검거한 것에 대해서 도취됐던 게 아닌가, 이걸 빨리 알리고 싶어, 그러다 보니까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알려야 되느냐에 따라서 판단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하나는 과연 이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면 이 정보를 전달할 때 이렇게 많은 정보를 담아서 전달했을까? 그런 것에서 경찰이 조금 소홀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세진] 지난 12일에 48시간 구금 뒤에 용의자가 풀려났습니다. 그날 관련 소식들, 언론 보도를 보면 역시 경찰서에서 나오는 그 모습을 그대로 보도를 했습니다. 물론 모자를 쓰고 있긴 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모습을 그대로 여과 없이 드러낸 점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정준희] 저는 이게 외국인이라서 이랬을 거라고 계속 생각해요. 이유가 뭐냐 하면 저항력이 적거든요. 소수자기 때문에. 그래서 성급하게 내가 잘못해서 얘기를 해도 사실 반발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경향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이건 법적으로 판단이 내려진 문제예요. 특히 일반인에 관련된 문제는 대법원에 98년, 99년에 나온 것들이 범죄자나 범죄혐의자에 대해서 신원까지 알려줄 이유는 없다, 그게 공익적인 목적이 없다고 썼고요. 우리 가이드라인에도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것인데 지금 이렇게 사진 공개하고 실명 공개하고 하는 것들은 경찰의 잘못, 1차. 두 번째 그걸 필터링하지 하지 못하는 보도의 잘못. 왜? 면책되니까. 저는 이게 겹쳐 있는 상태라고 봐요.

[정세진] 이번에 스리랑카 노동자 측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고요.

[정연우]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피의자의 인권에 대해서 너무 소홀하다, 이런 거에 대한 섭섭함, 문제의식을 분명히 가지고 다뤄달라고 이런 요청을 했고요. 특히 이 얘기를 하면서 비교 사례로 얘기를 했던 게 이런 것에 대해서 전혀 좀 힘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문제 삼지 않을 것 같은 대상에 대해서는 거리낌 없이 거칠 것 없이 대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언론의 잔혹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나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것이 그대로 연결이 돼서 이 분이 석방된 이후에도 취재 경쟁이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진행이 됐다,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정세진] 뭘 더 취재하고 싶은 건데요?

[정연우] 변호한 분도 그게 참 이상하다는 거예요. 본인이 인터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언론에 수없이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어림잡아 기억하기로는 거의 100곳 가까운 곳에서 수도 없이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거거든요. 생방송 라이브로 출연했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제안을 하는 거죠. 이걸 겨우 힘들게 거절을 했더니, 이 분이 사는 노동자 기숙사에 같이 살고 있는데 거기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거길 몰려와서 이 계단까지 전부 다 차지하고 앉아서 취재 경쟁을 벌였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변호인 말로는 긴급 체포돼서 구금됐다가 석방이 됐는데 사실상 숙소에서 더 오랜 구금 생활을 보냈다, 이런 부분이 언론이 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숄츠] 사실 그 얘기 나왔잖아요. 그 풍등 전날 밤에는 초등학생들 거기 풍등 많이 보냈잖아요. 그래서 충분히 그 풍등 하나 거기 사실 갈 수 있었잖아요. 이런 가능성도 있는데 만약에 그렇게 됐으면 경찰도 초등학생 다 체포하고 누구누구 초등학생 이름까지 부모 누구누구, 일 어디서 하는지 어머니 뭐 하시는지, 이런 저런 거 뉴스에 나왔을까요? 아니잖아요.

[정준희] 우리나라에서 학교라든가 이런 건 굉장히 금지시 돼요. 왜인지 아세요? 그 학군하고 학교가 나오면 그 지역의 집값이 떨어집니다.

[정연우]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죠.

[정준희] 그럼요. 가만히 있지 않아요. 그런 걸 경험한 언론들은 절대로 그런 부분을 택하지도 않고요. 경찰도 사실 굉장히 조심해요.

[정세진] 이런 언론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혐오글, 가짜뉴스들. 안 좋은 댓글들 많이 달렸다고 들었습니다.

[최 욱] 살펴보니까 너무 허무맹랑하고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리랑카에서라도 6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이런 글이 있었고요. ‘풍등은 거짓말이고 외국인 노동자가 사주 받아 테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스리랑카인 이슬람 테러로 규정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혐오 글들이 많이 올라온 것도 사실입니다.

[정연우] 또 역시나 이렇게 커뮤니티 글로 끝나지 않고 언론에서도 이런 것들에 편승하는 모습이 이번에도 드러납니다. 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미필적 고의범으로 잠시 수감해서 150만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경종을 울린 후에 석방해도 늦지 않다’, 뒤로 가면 더 황당한데. ‘이슬람 전문가를 불러서 이 사람의 이름이 이슬람식으로 지어진건 아닌지 또 스리랑카 정부에 의뢰해서 이 사람의 종교적 성향과 성장환경을 되물을 필요가 있다’, 압권은 그 밑에 나오는데요. ‘미국이 지정한 제7대 위험스러운 자폭테러 암살 집단의 일원이 아닌지 스리랑카 정부와 국제 공조 수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이거는 너무 비상식적인 게 미국이 지정하는 제7대 위험스러운 자폭테러 암살 집단이 풍등 날려서 터트리지는 않잖아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를.

[정세진] 이런 잘못된 언론의 사실 정말 완벽한 실수라고 볼 수 있는 부분, 그걸 언론이 잡아준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잡아주셨습니다. 국민청원에도 이런 게 많이 올라왔죠.

[최 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글이 올라왔는데요.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세요.>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풍등이 문제가 아니라 저유소 관리가 잘못된 것이다.”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에 3000명 이상이 함께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정연우] 저희가 프로그램 끝날 때 늘 이야기하잖아요. 여러분이 언론의 관행을 바꿀 수 있다고. 그런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아요. 청원이 올라오고 국민 여론이 오히려 바뀌는 거죠.

[정준희] 2007년에 미국에서 조승희 사건 혹시 기억나시나 모르나요. 버지니아 텍(Virginia Tech: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주립 공과대학)에서 한국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인 이 사람이 약간의 정신병이 있었고 그 총을 난사해서 많은 사람이 죽였잖아요. 그 때 한인 사회가 굉장히 덜덜 떨었거든요. 혹시라도 테러 당하고 이럴까봐. 한국사회도 난리도 아니었죠. 그래서 “한국인이어서 미안하다.” 이런 이야기하고. 그런데 외려 미국에서 뭐라 그랬냐 하면, “지금 그런 얘기 하지 마라!”, “이 사람 개인의 문제이지, 한국국적의 문제가 아니야!”라고 이렇게 이야기했고. 언론들도 외려 뭐라고 얘기했냐 하면, “그런 식의 불안감을 만드는 게 오히려 혼란을 조장한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이게 인식 차이를 보여줬다는 말이죠. 그러고 나서 10년 지난 우리의 모습은 많이 나아졌다는 거죠. 국적과 인간을 동일시하지 않고 그 범죄를 동일시하지 않고. “이것은 다른 문제고 개인의 문제이다.”라고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바뀐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정세진] 이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좀 다뤄봤습니다. 정연우 기자, 고생하셨습니다.

[정연우] 감사합니다.

[정세진] 지난 5일이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돼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법원의 재벌 봐주기 논란, 비판과 함께 언론은 왜 이렇게 잠잠했나, 이런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송수진 기자 함께합니다. 어서 오시죠.

[송수진] 안녕하세요?

[정세진] 먼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재허가를 청탁하면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뇌물로 준 혐의로 기소가 됐습니다. 1심에서는 뇌물죄를 인정받아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고요. 2심 재판부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내려주면서 구속된 지 235일 만에 풀려났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의 판결을 두고 내린 근거, “대통령이 먼저 요구해서, 신 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했다.”가 관건이었고요. “최고 권력자의 강요 때문에 돈을 냈는데 책임을 엄하게 묻는 건 부적절하다.”고 양형 기준을 밝혔습니다. 항소심 2심의 판결 내용 좀 자세히 짚어주시죠. 모순되는 부분들.

[최정학] 사실 1심하고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을 했습니다. 추징되는 부분 이런 것만 제외한다면. 거의 마찬가지로 이걸 뇌물로 인정을 했는데. 심지어 형량까지 똑같죠. 차이가 나는 건 집행유예로 석방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이제 “왜 집행유예가 됐느냐?”하는 것인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그 기준을 보면 집행유예를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 중에 지금 이 재판부가 얘기하는 수뢰자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집행유예를 하면 안 되는 부정적인 경우에 여러 가지 사유들이 있는데 제가 볼 때 이 사건에 해당되는 사유들이 적어도 네 가지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뭐냐 하면 ①뇌물인 경우 5000만 원 이상인 경우. 그 다음에 ②청탁 내용이 불법하거나 부정한 업무 집행과 관련된 경우. 그 다음에 ③3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 ④대규모 이익과 관련한 뇌물 공여. 이게 다 해당이 되는 겁니다. 집행유예를 해서는 안 되는 사유가 이렇게 있다면 적어도 이 사유는 왜 해당이 안 되는지를 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유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죠. 하지 않고 오직 ‘집행유예를 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는 이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이것만 이유로 들어서 집행유예를 선고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이 부분이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 욱] 저는 너무너무 이상한 감정인데요. 미리 제가 말씀드립니다. 너무 이상한 감정이라고. 신동빈 회장이 저는 좀 안쓰러웠어요. 왜냐하면, 부자인 이재용 부회장은 훨씬 더 무거운 혐의를 받고 있는데 지금 밖에 나가고 심지어 대통령이랑 같이 순방도 다니고 그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가난한 신동빈 회장은 이렇게 안에 구속되어 있는 모습이 약간 좀 안쓰럽게 느껴졌었거든요. 이미 풀려나서 너무 이상한데, 나도 모르게 박수를 좀 쳤습니다.

[정준희] 위험한 선을 타네요.

[최 욱]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아니었나, 그 동안은?

[최정학] 뇌물을 준 사람이 무전이었다?

[정세진] 이재용 부회장과 비교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최 욱] 그러니까요. 풍자죠.

[숄츠] 사실 언론뿐만 아니라 전체 한국 사람들 재벌 관계는 처음부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항상 약간 한국 사람들 재벌들한테 어떤 고마운 마음 있는 것 같아요. 재벌 같은 업체 때문에 이 나라가 이렇게 빨리 커졌다. 그래서 조금 양보해야 할 것 같아요. 약간 이런 마음 제가 자주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도 아마 최 욱이 신동빈 회장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최 욱] 아니에요, 아니에요.

[숄츠] 그리고 옛날부터 저한테는 제일 많이 걸렸던 게 이 사람들 어떤 재벌 회장들 아니면 높은 사람들, 법원 갈 때 휠체어는 필수인가요? 진짜 그냥 거의 죽을 뻔한 거, 이런 모습 보여주고 링거도 붙이고. 만약에 그냥 벌 안 받으면 춤추는 모습으로 나오고...약간 이런 모습 몇 번 봤거든요. 그래서 너무 마음에 걸려요. 그래서 이 사람들 정말 그냥 창피한 느낌이 없나, 그렇게. 그래도 국민들 어느 정도 봐주는 마음, 그리고 언론까지 봐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정세진] 보통 <3‧5 법칙>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3년 징역, 5년 집행유예> 이런 식으로 대부분 풀려나게 해주는, 그러니까 집행유예 5년이면 그럼 그거 지나고 나면 다 죄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최정학] 그렇죠. 유죄 판결이 없어지는 것이죠. 재벌 최고 경영자들에 대해서 사실 통계도 재벌 회장들이 받은 징역형의 총량이 23년인가 되는데 실제로 구금된 것은 SK 최태원 회장이 2년 7개월인가 했죠? 그리고 그 뒤에 이재현 회장이 4개월인가요? 이렇게 했다. 그게 다다라는 거죠. 그동안의 이 한국 법원의 재벌에 대한 판결이라는 것은 굉장히 그야말로 노골적인 관대한 이런 성격을 띠었다.

[정세진] 이번 신동빈 회장 풀려난 것에 대해서, 집행유예 풀려난 것에 대해서 언론들의 보도가 너무 잠잠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였습니까? 송수진 기자.

[송수진] 항소심 판결 다음 날부터 5일 동안 신동빈 회장 판결 소식을 언급한 지면 기사들을 저희가 찾아봤더니 조선일보가 2건, 중앙일보가 2건을 보도를 했고요. 동아일보는 5건, 경향이 5건 그리고 한겨레가 9건 보도를 했습니다. 한겨레 보도가 가장 많았고요. 일간지들에 비해서 방송사들의 보도 양(量)은 훨씬 더 적었는데요. KBS가 2건으로 가장 많았고 JTBC와 SBS는 항소심 판결 당일에 각각 1건씩을 보도했습니다. MBC는 굉장히 의외였는데 리포트도 없었고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단신으로도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정준희] 보도 양(量)은 자체가 일단 적다는 건 심각한 문제고요. 그 다음에 “보도의 심도(深度:깊은 정도)가 어떠냐?”도 되게 중요한 문제잖아요. 약간의 경향 차이는 좀 났어요. 예를 들면, 보수 언론들 같은 경우에는 이 법원에서 나온 판결과 거의 유사하게 신동빈 회장이 피해자라는 피해자성을 부각시키는 방식이 좀 있었고요. 반대 진보 언론 쪽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약간 유지되는데 양은 또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요. 그런데 방송사가 좀 특이한데 JTBC 같은 경우는 주로는 아마 판결의 결과 사실 전달에 주력하는 그런 모습이었고, 좀 이례적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KBS하고 SBS는 봐주기 비판하는 목소리를 약간은 전달해서 섞었는데 이것도 얼마 안 되는 건수 안에 좀 더 건조한 그런 형태여서 가지고. 이 보도 자체가 반드시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초기에 나왔던 그런 식의 보도에 비해서도 판결의 의미를 보는 그런 식의 보도는 상당히 적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수진] 당시 항소심 판결 당일에 KBS 법조팀이 이 사건을 어떻게 봤는지에 대해서 저희가 한 번 알아봤거든요. 그랬는데 항소심 판결이 있기 그 전날부터 저희 법조팀에서는 “실형을 예상했다.”라고 하더라고요. 실형을 예상하고 관련한 리포트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거죠. 구성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집행유예가 나왔다는 거죠. 그러면 굉장히 의외의 어떤 상황인 것인데. 그리고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도 그런 기류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그런 의견을 반영해서 이런 판결들에 대해서 굉장히 의문이 많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이런 기사들이 나와야 하는 것인데 그런 기사들이 사실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세진] 이번 신동빈 회장 항소심 판결은 좀 언론이 잠잠했는데 여러 가지 보도가 있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항소심 판결 당시 2월이었나요. 그 때는 보도 양(量)이 있었죠?

[송수진] 당시에 조중동 세 신문이 특히 판결을 대환영하는 내용의 기사들을 썼습니다. 동시에 징역 5년 형을 선고했던 1심 법원에 대해서는 비판을 했고, 특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방송의 경우에는 특히 1심에서는 유죄로 판결이 났던 제 3자 뇌물공여죄가 어떻게 2심에서 완전히 무죄도 뒤집힐 수 있었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 법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를 했습니다.

[정준희] 그러니까 신동빈 회장 때하고 다르잖아요. 물론 시기, 시차가 있긴 하지만 확실히 이재용 씨가 훨씬 세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상황들을 보면. 일단 보통은 이런 경우에는 자기 마음에 드는 판결이 나오잖아요. 그러면 존중하자, 이렇게 정도로 가요. 마음에 안 들면 그 때부터 까기 시작을 하는데. 여기서는 존중하자는 수준을 넘어서는 감정들이 실려 있어요. 예를 들면 ‘특검 여론 수사에 법리(法理)로 퇴짜 놓은’ 이런 식의 표현들이 나오잖아요. 이 퇴짜 놓은, 이런 식의 감성들이 들어가 있는 표현을 쓴다는 건 반가운 것 이상이라는 거죠.

[정세진] 지금 말씀해 주신 내용들에 대해서 조선일보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어요. 10월 12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에서 내놓은 <조선노보>에 이런 내용들이 실렸습니다. 제목 자체도 ‘이재용 정경유착 굴레에서 풀려났다’ 이런 제목으로 풍자해서 ‘국민은 정경유착 굴레에 매여 있습니다.’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이 내용을 아주 참 조목조목 잘 비판을 했는데요. “유력신문 1면 지면에 가장 이재용에게 우호적인 제목이었다는 반응이 있다“고 소개를 하면서 “기사 내용은 판결을 스트레이트로 서술했을 뿐인데 제목이 이렇게 나간 걸 보면 편집방침이 이재용 무죄인 것 같다“,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데도 우리 신문은 다루지 않았다“, 과거 판결보도의 경우 판결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재용 판결에 대해서는 그런 균형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삼성의 광고비중이 상당하지만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아주 강도 높게 자사 보도를 비판했습니다. 이 내용 외에도 아주 주옥같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준희] 저는 핵심적으로 논리로 잘 지적한 게 뭐라고 보냐면 피해자성이 부각된 거잖아요. 신동빈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법원의 피해자성을 부각할 때 그거에 동의하는 방식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합니다. 실제로 이 사람이 피해자였을까, 순수한 피해자였을까. 그걸 통해서 얻은 이득이 없었을까. 그러면서 뭐라고 하냐면 “그를 피해자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승계의 막바지에 정치의 권력에 손발을 맞추다가 탈이 났을 뿐이다“ 이런 식의 지적을 합니다. 그래서 이건 상당히 아픈 지적이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최 욱] 이분을 우리 J의 패널로 모셔야하는 거 아닙니까? 아주 날카로우시네. 대단하십니다! 그 동안 조선일보를 서운하게 바라봤었는데, <조선노보>를 보면서 노조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이건 아주 칭찬할 만한 부분 아니겠습니까? 이걸 삼성이 좀 배우면 어떨까 싶네요.

[정세진] KBS 보도도 좀 살펴볼까요?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 내용, KBS 당시 보도 내용 잠시 보고 넘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최 욱] 완전 전형적인 기계적 중립 비슷한 것 아니겠습니까?

[정준희] 전반적으로 신동빈 회장에 비해서는 양은 되게 많았어요. 그리고 포괄성은 꽤 있었고. 그래서 보도에 어떤 사실 정보 측면에서는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판단이 좀 드는데. 의견을 되게 기계적으로 균형 맞추는 쪽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전형적인 KBS 보도를 한 그런 케이스(Case)거든요.

[정세진] KBS적인 게 뭡니까? 교수님이 판단하시는?

[정준희] 건조하고 사실 위주로 보도하되 의견을 얘기할 때는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나쁘지는 않죠. 하지만 문제는 뭐냐면 비겁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재벌 관련해서 공영방송이 해줘야 될 게 굉장히 많거든요. 광고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이 특히나 재벌에 있어서는 약간 사회적 책무를 느껴야 해요. 그래서 다른 때는 의견을 내는 것을 자제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의견이 좀 확실히 내주는 것, 이런 것은 상당히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요.

[최정학] 기계적인 중립을 취한다는 것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유지하자는 것은 말하자면 보수적인 태도죠. 그러니까 지금 예컨대 지금 사회 구조가 재벌 중심으로 가 있고 삼성이 권력이, 힘이 세다는 건 공공연하게 아는 거 아닙니까? 거기에서 기계적 중립을 취한다는 것은 삼성 편을 드는 거죠.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준희] 또 한 가지 실망했던 건 이거였습니다. 그러니까 2월 5일 보도 가운데 하나가 뭐냐고 하면 여기서 나오지만 ‘제한적 행보’, 이른바 동향 보도라고 보통 얘기하는 건데요. 이재용 씨의 이야기,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 이런 발언. 그 다음에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을 찾았다’, 저는 되게 쓸 데 없는 정보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이걸 굳이 했는지 저는 납득이 가지 않아요.

[최 욱] 우리 KBS 기자시죠? 우리 KBS 기자께서 9시 뉴스는 워낙 제한된 시간 안에 해야 하기 때문에 롯데 다루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렇게 시간 없는데 아버지 병문안 가고, 이런 거 지금 이런 거 넣느라 시간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계적 중립으로 이렇게 앵커 멘트하고 이럴 거면 AI로 대체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저나 정준희 교수가 KBS를 이렇게 심하게 비판하는 이유는요 출연료를 안 올려줘서 그런 겁니다.

[정세진] 재벌 총수들이 구속되어 있을 때 그 전후 언론들의 보도들을 보면 특히 경제지 같은 경우는 경제 걱정, 기업 경영 위기에 관한 보도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송수진] 이재용 부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의 경우에는 항소심 결과뿐만 아니라 이 재판을 전후해서 일부 언론들이 보여주는 보도 행태 역시 비슷한 경향들을 보이는데요. 구속 직후에 경영위기 프레임이 작동을 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한번 살펴보면 <아시아경제>에서 쓴 기사인데 <협력사 ”20만 명 생계 위협“… 지역경제도 비상>. 이런 기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전후해서 나오게 됐는데. 사실 이 제목만 보면 굉장히 충격적이거든요. 20만 명의 생계가 우려되는 상황이고 지역경제도 비상이 걸린 상황인데. 도대체 어떤 취재 내용을 토대로 이런 제목을 뽑았을까? 자세한 내용을 봤더니 20만 명이 나온 이유는 삼성 협력사들 그리고 삼성 주요 계열사들 9개의 주요 계열사의 1, 2차 협력 업체가 모두 4300여 개인데 이곳에 고용된 직원이 6만 3000여 명이다 그런데 이들의 가족까지 더하면 20여만 명이 나온다고 지금 계산을 한 것이고. 그 다음에 지역경제도 비상이라고 지금 신문에서 지적을 했는데 왜 비상인지에 대해서 쓴 대목을 보니 ‘장기적으로 협력사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 해당 기업들이 몰려 있는 지역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금 쓰고 있거든요.

[정준희] 자본주의 기업이었다면 신문사들이 이렇게 써주는 거 안 좋아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기사들이잖아요. 그렇죠. 거기 보면 ‘경영시계 멈출 듯’, 신사업 올 스톱 위기‘. 그렇죠. 그 다음에 ’해외사업 발목 잡다‘. 이런 것들은 주가에 상당히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치보다 훨씬 더 다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심지어는 경제 분석가들도 이런 식의 분석 잘 안 하거든요. 왜냐하면 잘못해서 그런 분석 냈다가 주가 떨어지면 굉장히 욕먹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난다는 건 왜 그럴까? 혹시 기업이 부탁한 걸까? 저는 이게 우리나라 재벌 기업의 특징이라고 봐요. 총수를 위한 거예요. 총수. 기업이 어떻게 되든 그 주가가 어떻게 바뀌든 중요한 건 총수의 경영권의 방어고, 총수가 잡혀 있는 걸 풀어주는 게 목적인 거예요. 그리고 그걸 위해서 경제지들이 보도를 해 주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이건 자본주의적이지 못한 굉장히 이상한 경제지의 보도의 방식이고 이상한 기업 홍보 방식이라고 생각을 해요.

[최 욱] 대기업에는 차갑고 총수에게만 따뜻한 거군요.

[정준희] 기업의 가치에는 외려 관심을 안 쓰는 거죠.

[최 욱] 기가 막힌 분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숄츠] 독일에서도 대부분 큰 기업, 자동차 메이커들이나 다 어떤 원래 이 회사 만드는 가족 다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 빠지면 감옥가든지, 죽든지 크게는 회사한테 주식한테 영향 안 주잖아요. 왜냐하면 이사회 중심이니까, 한 사람만 이 정도 책임이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이게 되게 옛날 시스템 같아요. 어떤 귀족처럼 어떤 왕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것은 점점 우리 넘어가야 하는 시스템이잖아요. 사실.

[정준희] 재벌이라는 말 자체가 숄츠 기자도 잘 아시겠지만 재벌이라는 단어에 상응하는 영어 단어가 없어요. 그러니까 재벌, ’chaebol‘이라는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되잖아요.

[정세진] 총수가 복귀하고 난 뒤에 보도들도 보면 촌스러운,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송수진 기자 좀 해석해 주시죠.

[송수진] 항소심 판결 이후에 그러니까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항소심 판결 이후에는 경영 훈풍 프레임이 작동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러니까 ’총수가 복귀 했으니 고용이 확대될 것이고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는 보도들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헤럴드경제가 <재계 “투자‧고용 등 사회적 역할 기대“>라고 해서 이재용 부회장 석방 뒤에 이런 기사를 냈고요. 그 다음에 신동빈 회장의 석방 뒤에는 <돌아온 신동빈 “적극 투자로 국가경제 이바지“>, 또 <한숨 돌린 롯데그룹, 8개월 만에 돌아오는 총수… “사회적 책임 다하겠다“>. <신동빈 회장, 롯데그룹 장악력 한층 높였다>, 이런 기사들이 또 공통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사실 과연 재벌 총수가 나오고 나서 말 그대로 고용이 확대됐는지, 경제가 더 좋아졌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짚어보는 보도는 사실 찾아보기가 힘들고요.

[최정학] 글쎄 말입니다. 그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 이후에 국내 고용이 늘기는커녕 고용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그런 거 아닙니까?

[정세진] 재벌 봐주기 판박이 신동빈 이재용 관련해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공판 과정과 또 이재용, 신동빈 회장의 구속됐을 때 생활에 대한 보도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송수진] 8월 5일 연합뉴스에서 기사가 나왔는데요. <”구속 6개월“ 롯데 신동빈, 폭염 속 가장 힘든 여름 보내>, 이런 기사가 나오고 나서 전문지 등에서 이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 행태를 보였는데, 구체적으로 내용을 한번 살펴보면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구치소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다, 10kg가량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면회객이 접견실에 들어가면 먼저 와 있던 신 회장이 항상 직접 일어나 맞아준다고 한다, 구치소 안팎에서 신 회장의 겸손한 모습이 회자될 정도다, 재벌 2세답지 않은 행보로 유명하다‘, 이렇게 기사를 연합뉴스가 썼습니다.

[정세진] 연합뉴스 기사죠? 연합뉴스에서 나온 기사.

[송수진] 연합뉴스 소비자유통을 담당하는 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숄츠] 제가 궁금한 게 도대체 이런 거 어떻게 알게 됐어요? 선풍기 하나만 있는지, 10kg 빠졌는지, 이런 거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최정학] 자기가 접견한 게 아닐까요?

[정준희] 그랬다면 ”알려진다“라든가 이런 이야기는 안 썼습니다. 왜냐하면, 기자들은 자기가 직접 한 건 티 내거든요.

[송수진] 너무 많이 알고 계시네요.

[정세진] 단독보도입니다, 이런 걸로.

[정준희] 자기가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데. 그 이야기는 뭐냐면 정보들이 너무 많잖아요. 예를 들면, ’소탈하고 예의바른 행보, 재벌 2세답지 않던 행보, 평사원이었던 시절,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거, 직원들하고. 손수 자기 짐 들고 다닌 거‘ 이걸 어떻게 이 짧은 기간에 취재를 했을까요? 특히 연합뉴스는 사실 취재에 굉장히 능하고 그걸 기반으로 하는데 전혀 사실하고 너무 멀어 보이는 어떤 미담 기사잖아요. 저는 이 많은 정보들을 한 번에 욱여넣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건 이유가 있고, 이유가 있다는 얘기는 뭐냐 하면 홍보가 들어간 거라고 판단을 해요. 누군가가 정보를 쭉 써서 준 거죠. 그리고 그걸 충분한 전달력 있는 방식으로 집어넣은 거고, 나중에 나오잖아요. 그리고 이제 마치 우리 제품을 선전하듯이 선고일은 언제입니다. 이런 식으로 뒤에 나오잖아요.

[정세진] 여성 잡지가 화낼 수도 있지만 여성 잡지에 나오면 그러려니 할 것 같아요. 그런 스타일의 기사.

[정준희] 그렇죠. 홍보성 기사라는 게 너무 보이잖아요. 저는 이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다른 어떤 재소자들의 인권을 이렇게 고민해 주는 언론이었나? 진짜로, 여름에. 그리고 ”이 분들은 특별한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왜 특별한 대접을 안 받는다고 왜 이상해 하고 신기해하지?“ 이거고요. 결국에는 이런 느낌이 드는데 제가 약간 농담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차도남 언론‘, 이게 갑자기 떠올랐어요. 차가운 도시 남자라 그러잖아요. 차가운 도시 남자가 뭐냐 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이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특정 재벌이나 총수에게 굉장히 유난히 따뜻해요. 그리고 그 분들한테 굉장히 친절한 보도를 합니다. 그리고 뭔가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게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그런 보도 양식들이었습니다.

[최 욱] 오히려 그 역으로 재벌 총수들이 평정심 유지하고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적응을 잘하는 체질들이니까 더 오래 있어도 된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네요.

[정준희] 충분히 좋은 것 같습니다.

[정세진] 굉장히 최 교수님 만족하고 계십니다.

[최 욱] 좋아하시네요. 재벌만 뭐라고 하시면 좋아하시네요?

[송수진] 이후에 밝혀진 내용이긴 합니다만, 누가 봐도 재벌 2세다운 행동이 드러난 케이스가 있거든요. KBS에서 이제 보도한 내용 중 하나인데 신 회장의 변호인 접견 기록을 확인을 해봤더니 8월 말을 기준으로 해서 접견 횟수가 이제 하루 평균 두 차례 넘게 이뤄졌다는 거죠. 이게. 이른바 황제접견이라는 것인데. 이런 황제접견이라는 것은 사실 특별대우인 거죠. 재벌들만 이제 할 수 있는, 왜냐하면 교수님은 아시겠지만 변호사들이 접견을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거든요. 그런데 이 비용을 이렇게 하루 두 차례 넘게 평일 139일 동안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사실 흔치는 않아요. 비용이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서 연합뉴스가 쓴 재벌 2세 답지 않은 행보로 유명한 것은 아닌 것으로 이후에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정세진] 연합뉴스 기자와는 어떻게 좀 취재를 해보셨나요?

[송수진] 저희가 이 기사를 도대체 왜 썼느냐? 계기에 대해서 한번 물어봤더니 ’구속수감 6개월을 앞두고 구치소 근황을 알아보던 중 신 회장이 더위로 인해 체중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 전까지 재계 5위 총수인 신 회장의 구치소 근황에 대해 근황 기사가 별로 없었고 당시 사상 최대 폭염이 이슈가 되던 시기여서 독자들에게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저희에게 밝혀왔습니다.

[최 욱] 아니 그런데 진짜 궁금한 게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 국가 보조금 들어가는 곳이라면서요? 아니 그런데 이런 데에서 자꾸 삼성 PPL(Products in Placement: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 기법)을 하냐고요! 롯데 PPL을 하고 그게 항상 궁금해요, 저는.

[정준희] 제가 생각하기로는 일단은 국가기간통신사이지만 공영방송, 이런 건 아니기 때문에 수신료를 받거나 이런 게 아니라 뉴스 제공 대가로 이제 국가로부터 일부 받는 돈이 있고요. 장충기 문자 건으로 나타났던 것과 같이 기자 개개인들 중에 취재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분들이 꽤 많아요. 이건 모든 언론에게 다 적용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숄츠] 독일에서 이런 속담이 있잖아요. ’Wes Brot ich ess', des Lied ich sing‘, 밥 주는 사람 위해 노래 부른다. 그래서 독일 사람도 이런 관계에 대해서 충분히 잘 알고 누가 나한테 밥 주면 광고, 밥인지 그럼 그 사람이 노래만 부른다, 그래서 약간 이런 느낌 그냥 벗어날 수 없어요.

[최 욱] 하지만 우리는 KBS가 밥을 주지만 비판합니다.

[정세진] 그러면 출연료 올려 달라고 하지 마세요.

[최 욱] 밥을 너무 조금 줘!

[정세진] 재벌 봐주기 판결과 언론 보도 행태가 어떻게 보면 발전하지 못하고 계속되는 이유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준희] 재벌들의 의식 세계와 기자들의 의식 세계 또는 언론 상층부, 특히 데스크 이상의 의식 세계가 상당히 일치되어 있고. 그 다음에 그게 엘리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저는 판단해요. 많은 논문이 그런 것들이 나옵니다. 실제로 보면 우리나라 권력과 주요 재벌과 그 다음에 언론 상층계가 혼맥(婚脈)으로 많이 맺어져 있어요. 그리고 그들끼리의 인적 교류가 상당히 활발하고요. 의식세계도 비슷하고 학력적 배경도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또한 중요한 게 뭐냐 하면 자기들이 국가를 운영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해요.

[정세진] 4회 때죠?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장충기 문자 속 삼성과 언론‘을 다뤘었는데요. 이때 나왔던 그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의 문자 내용에서 언론과 삼성의 어떤 뿌리 깊은 유착 관계를 전해드렸습니다. 신문, 방송을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주요 언론사들의 간부급 언론인 44명이 장충기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 260건 중에서 공개된 일부 내용을 전해드렸는데. 인사 청탁부터 자녀 취업 청탁, 광고 구걸, 보도 무마 계획까지 보고하는 등 문자 내용이 드러나서 기업이 어떻게 언론을 관리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가 있습니다.

[정준희]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여러 가지가 워낙 충격이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권이 편법으로 되는 게 되게 중요했던 고리 중의 하나가 제일모직 상장이었잖아요. 국민연금하고 연계됐던. 이걸 지상파에서 다루는 게 굉장히 큰 문제였는데 이게 다루어질 계획과 핵심 내용이 그대로 먼저 전달이 됐던 거죠. 그래서 이거 굉장히 큰 문제잖아요. 사실은. 그게 먼저 전달됐고, 장충기 사장이 그걸 직접 보고 받고 있다는 건 그 당시의 지상파의 편집권을 가지고 있었던, 뉴스 편집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과 그쪽 연결이 확실히 있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당히 충격적이었죠.

[정세진] 최 욱 씨도 그때 문자 내용 중에서 이건 좀 너무하다고 했던 게 있었나요?

[최 욱] 광고 구걸인데요. ”장 선배님! 광고협의회가 협찬을 결정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워낙 다급해 읍소 드립니다. 2월에 이어 이달에도 10% 감축된 액수 통보 받았습니다. 이대로는 선생님, 집으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생이야 그렇다 쳐도 문화일보 살림 자체가 휘청거립니다. 문화일보, 그 동안 삼성의 눈으로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물론이고요. 도와주십시오. 저희는 혈맹입니다“.

[정준희] 지난번 연기가 더 좋았어요.

[정세진] 그러니까요. 너무 갔어요.

[최 욱] 세월이 지나다 보니까 안 되네요.

[정세진] 재벌의 광고가 언론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기에, 어떤 객관적인 조사 자료가 나와 있습니까?

[송수진] 2014년에 나온 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4대 재벌, 그러니까 삼성, 현대, LG, SK가 대중 매체 광고 점유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31%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이 당연히 가장 큰 손인 거고요. 광고 수익의 20%를 이 4대 재벌이 차지하고 있으니까, 이 기업들에 대한 기사를 쓸 때는 사실 언론사들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거죠.

[정준희] 실증적으로도 확인이 돼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수용자 의식 조사도 하지만 언론인 의식조사도 하고요. 작년이 벌써 13회차이기 때문에 비슷한 데이터를 가지고 계속 매년 조사를 하거든요. 이게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일선의 기자들이 광고주로부터 데스크를 통해서 느끼는 기사에 대한 압박이 늘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에서 그렇다고 답한 것이 작년의 경우에 74.2%였는데 바로 2007년에 10년 전에 조사한 게 61.3%거든요. 그러니까 10%포인트 이상 지난 10년 간 증가했고 거의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는 그런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정세진] 오늘 신동빈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관련해서 앞서 얘기를 나눴는데 이런 구속기간이라든지 이런 때에 광고가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도 어떤 객관적인 내용이 나와 있습니까?

[송수진] 여러 가지 저희가 데이터를 한번 봤는데요. 올해 초에 신동빈 회장이 수감되어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그룹의 핵심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케미칼의 광고선전비를 저희가 한 번 뽑아봤더니 지난해 상반기는 65억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188억 원으로 무척 급증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으로) TV 광고까지 시작을 하거든요. 그리고 9월 말에는 거의 모든 일간지에 롯데케미칼의 광고가 나가기도 했는데. 당시는 10월 초에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어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기사를 미리 미리 손을 쓰기 위해서 언론사들에게 이렇게 광고를 푼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도 가능한 상황인 거죠.

[최 욱] 총수가 구속되고 나서 회사가 좀 살아나면서 돈이 많이 생겨서 집행한 건 아니겠죠?

[정세진] 구속이 되어 있어야 회사가 잘 된다고. 그 내용에 대해서 롯데 측의 입장도 어떻게 좀 들어봤어야 할 텐데.

[송수진] 저희가 롯데 측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요구했는데요. 저희가 질문했던 내용은 ’롯데케미칼의 광고비가 왜 이렇게 급증했냐? 혹시 이것이 이제 언론사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롯데케미칼 같은 화학 부문은 일반 대중들의 인식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대외 위상 및 비즈니스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임직원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렇게 광고비를 집행했다‘고 하면서 언론사를 관리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밝혀왔습니다.

[정세진] 왜 웃으셨어요?

[정준희] 그렇잖아요. 논리가. 물론 당연히 그렇다고 얘기할 일은 당연히 없다고 생각했고요. 롯데케미칼에서 스스로도 이야기를 하잖아요. 광고 효용이 없는 기업이에요. 광고라는 건 대중적으로 뭔가 제품을 판매하거나 뭔가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집행하는 건데. 이를테면 휴대폰이나 이런 것처럼. 그런데 롯데케미칼은 말 그대로 B2B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되게 많고 실제로 실제 소비자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는 데거든요. 그래서 일반 대중 매체에 광고를 집행할 이유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이 안 했겠죠. 그런데 이게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광고를 집행한다? 이건 아무리 봐도 합당한 논리라고 볼 수는 없죠.

[송수진] 그래서 이게 지금 롯데만의 경향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경향인지를 저희가 한 번 더 점검을 해봤는데요. 총수들이 수감된 그 기간 동안에 어떤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 광고선전비를 더 집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저희가 수치를 한번 내봤더니.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81.8% 광고 선전비가 늘었고, SK 그룹은 41.4%, 롯데 그룹은 34.1%가 광고비가 늘었습니다. 그러니까 총수가 수감돼 있는 동안에 광고비를 훨씬 더 많이 썼다는 거죠. 그게 수치적으로 입증이 되긴 했습니다.

[정세진] 언론의 보도는 더 이상 바뀔 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바뀐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정준희] 너무 똘똘 뭉쳐 있는 그 구조가 너무 단단해서 당연히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대신 국민들이나 수용자들은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건 명확해요. 지금 언론에 대해서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홍보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저널리즘의 위기죠, 말 그대로. 이코노미스트라든가 파이낸셜 타임즈라든가 이른바 알려진 영미권의 경제지들 같은 경우는 이들이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는 이유가 특정 재벌, 총수, 기업에게 복무한다면 당연히 그걸 얻겠냐는 거죠. 이거는 객관적인 어떤 산업 데이터라든가 보도를 명확하게 사실 기반으로 해주고 그 분석이 명확해야 이게 이제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는 거거든요.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언론의 존재 방식 자체가 비시장적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거예요. 재벌 총수하고 타협하고 정부와 타협하고 정치하고 타협해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는 방식이지. 실제로 내용적 경쟁력과 어떤 정확성, 사실성, 믿을 만하기 때문에 뭔가 이렇게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는 방식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의 뭔가 영리적 모형을 가지고 있는 언론들도 실제로 시장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생존할 수 있는 어떤 모형들이 나와야 한다고 봐요.

[정세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최정학 교수님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정학] 고맙습니다.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16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 K, pooq,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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