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쌍용차 재판개입' 임성근 부장판사, "판결문 과격·양형 문구 빼라" 지시

유희곤 기자 2018. 10.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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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언론·변호사단체서 문제 제기할 수도 있으니…”
ㆍ재판부, 언급한 4문장 삭제

쌍용자동차 집회에 참석했다가 기소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54·사진·경향신문 10월19일자 1면 보도)가 “과격한 표현 때문에 언론이나 변호사 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판결문 수정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 지시에 따라 판결문에 적은 양형요소와 관련된 문구 4개를 삭제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조사를 받은 임 부장판사는 2015년 8월 이덕우·김유정·송영섭·김태욱 등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공무집행방해 사건 재판부였던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 부장판사)의 최초 판결문이 바뀐 경위에 대해 “그대로 나가면 표현이 과격해서 언론이나 민변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 수정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임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지키고자 이 사건 집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경찰)의 직무집행도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므로’ 등 재판부가 피고인들에게 긍정적인 양형요소로 적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삭제를 요구했다.

임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행동과 표정에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공격적 태도가 나타나 있고’ ‘특별히 징역형을 선고하기보다 이번에 한해 특별히 (벌금형으로) 선처하도록 한다’ 등 부정적인 양형요소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임 부장판사가 지적한 부분이 모두 삭제된 판결문이 피고인 측과 검찰에 전달됐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2013년 7월 서울 대한문 화단 앞에서 열린 쌍용차 사태 해결 촉구 집회에서 경찰의 질서유지선 퇴거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의 팔을 잡고 20m 끌고 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이들의 체포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100만원 또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수석부장판사는 법원조직법상 법원장 유고 시 업무대행자에 불과하지만 임 부장판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동을 했다”면서 “검찰은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을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야 하며, 사법부는 각급 법원의 수석부장제도와 같은 관료적 요소를 폐지하는 등 제도적 개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토요일인 지난 20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에 대한 네 번째 피의자 조사를 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 직권남용,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임 전 차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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