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비핵화 실천방안 낼지 의문..알맹이 없는 쇼에 그칠수도

박우인 기자 입력 2018. 10. 22. 17:14 수정 2018. 10. 2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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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연말 방남, 성과 있을까
靑 "金, 연내 서울답방 여전히 가능..한미동맹 견고"
정부, CVID 대신 제재완화 강조..국제사회와 공조 '흔들'
종전선언 사실상 내년으로 연기돼 비핵화 '입구론' 차질
보수 "위장 평화" 목소리 커지며 남남갈등 부를수도

[서울경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말에 한국을 방문하더라도 비핵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남북미는 오는 11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여기에서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면 12월에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에 합의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하지만 북미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같은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하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단순한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방남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靑, 金 연내 방남 기대=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연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연내 방한은 여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회담 시점’과 김 위원장의 방한 시기를 연결 짓는 질문에 대해서도 “두고 보시죠”라고 답했다.

청와대 내부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방한이 성사되는 것이 좋겠지만 북미정상회담이 늦어진다고 해서 김 위원장의 방한까지 늦출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방한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다 북미 비핵화 논의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한미공조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미동맹이라는 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절차적으로 좀 다를지라도 가는 방향과 목표가 같기 때문에 우리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는 과정은 좀 다를지 몰라도 결국 같은 길로 가는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비핵화 진행 상황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을 묻자 “대통령은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金, 방남하더라도 비핵화 실천방안 낼지 의문=김 위원장이 방남할 경우 핵무기 신고를 하고 비핵화 내용과 시간표를 전달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제사회는 핵무기 사찰과 검증, 조속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회원국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회담 시기를 늦추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실무회담에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선제적인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역학관계 속에서 김 위원장이 방남해 비핵화 방안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비핵화 알맹이는 없고 단지 만났다는 상징성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핵 신고 등 비핵화 실천방안은 북미 간의 핵심의제”라며 “이번 김 위원장의 방남은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어 비핵화와 상관관계가 적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는 ‘CVID’, 우리는 ‘비핵화’=국제사회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넘어 생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폐기까지 주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열린 아셈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여실히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방남하더라도 성과가 제한될 수 있는 이유다.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제재 완화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핵심쟁점인 대북 제재 완화를 강조하며 프랑스·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들에게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 방남 때 사찰과 검증이 담긴 비핵화 방안과 시간표가 포함되지 않을 경우 ‘보여주기 연출’에 그칠 수도 있다. 서울경제 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 정부는 북한이 CVID에 나서기 전이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를 이끌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시각차가 있어 비핵화 공조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 제재 완화 등 구체화 힘들어=김 위원장이 연말 방남하더라도 2차 북미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견고히 유지하면서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어서 2차 북미회담 전에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는 문 대통령의 비핵화 ‘입구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속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우리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방남은 남남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진보세력은 ‘평화를 위한 일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보수세력은 ‘위장평화쇼’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올 2월 평창올림픽 참석차 방남했을 때도 서울 도심과 평창 등 곳곳에서 보수단체의 반대시위가 있었다. /박우인·윤홍우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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