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가짜뉴스 규제' 힘 싣지만..내부도 시민단체도 '반발'

조용석 2018. 10. 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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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가짜뉴스위원회' 만들고 법무부도 '檢 적극수사' 주문
허위조작정보 기준 마련 어려워..언론·표현자유 침해 우려
야당시절 명예훼손 규제 낮추자던 민주, 여당 되니 달라져
"민주국가들, 자율규제로 가짜뉴스 걸러내는 이유 살펴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당 가짜뉴스대책특위 주최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가운데 당 내부 및 범여권 등 곳곳에서 우려가 나온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수사기관까지 동원해 섣불리 규제에 나설 경우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야당시절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개정안까지 발의했던 민주당이 집권 이후 달라졌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강경대응을 준비 중이다. 위원장은 지난 4월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박광온 의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를 엄단하겠다며 대책마련을 지시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허위조작정보 발생 초기부터 엄정한 수사체계를 구축하고 허위가 명백할 경우 고소·고발 없이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당정 모두 전면전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당정 모두 허위조작정보 잡기에 몰두하는 것을 두고 보수야당 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 및 범여권,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일제히 우려를 쏟아낸다.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지 기준을 명확히 가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에만 나설 경우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대상이 된 후에 당정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우리가 절대선이라는 기준을 잡고 허위조작을 판가름한다면 국민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당 민병두 의원 역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의 적이고, 표현의 자유도 아니다”면서도 “민주주의 파괴행위를 처벌함에 있어서 자칫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방식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던 국무총리가 검경의 신속수사와 처벌을 지시했다는 자체를 이해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민주시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역시 “허위조작정보의 범위에 실수에 의한 오보나 근거 있는 의혹 제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라며 “과연 이런 기준으로 사회적 해악이 분명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민언련 역시 ”실수나 의도를 구별하는 건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구분을 위한 기준을 설정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당장은 거짓으로 인식되더라도 후에 판단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 기관이 아님에도 언론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방안도 역시 뭇매를 맞고 있다. 민변은 “언론 기관 아닌 행위 주체를 합리적 이유 없이 언론 기관과 차별해 평등권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언련도 “어떤 것이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는지 세세하게 적시해 규제에 나설 경우, 자칫 관련 규제로 달성하고자 했던 목적의 정당성까지 훼손하는 결과를 만들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야당시절인 2012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규제를 낮추는 취지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것도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박영선 의원이 발의했던 이 법안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친고죄(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죄)로 하고, 허위사실이라 해도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처벌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정권에 따라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처벌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뉴스를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여론조작 및 혐오표현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민주국가들이 자율규제와 미디어교육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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