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소방관'보다 더 위험한 집배원..10년간 166명 숨져

남재현 2018. 10. 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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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번에는,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고 따져보는 <소수의견> 시간입니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서 집배원이 과로사했다는 소식을 종종 전해드렸는데, 지난 10년 동안, 166명이 사고나 자살, 과로사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저희 취재기자가 직접 따라다니면서 집배원들의 근무 강도를 살펴보니까 '살인적 노동'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남재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5월, 21년 차 집배원인 47살 곽현구 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동맥경화.

같은 우체국 소속 집배원이 같은 동맥경화로 숨진 지 두 달 만에 또 목숨을 잃은 겁니다.

[우체국 직원] "자기 관리를 잘했던 직원이에요. 남자가 술 · 담배 안 하고…"

지난 10년간 166명의 집배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부분 과로에 시달렸지만 정작 과로사로 인정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대체 집배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일상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2년 차 집배원 강인호 씨.

온종일 뛰면서 일을 하다 보니 운동화가 버텨내지를 못합니다.

2~3개월 만에 한 번씩 새 신발을 사야 합니다.

[강인호/집배원] "빨리 와달란 분도 계시고 뭐 언제 와달란 분들도 계시고 맞춰서 가려면 뛰어가야 되기 때문에…"

오늘 배달해야 하는 우편물만 1천여 통.

각종 고지서부터, 소포, 관공서에서 보내는 등기우편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법원이나 국세청에서 보내는 등기우편은 직접 당사자에게 전해야 하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인호/집배원] "집에 계신 것도 아는데 일부러 그런 사람 안 산다는 분도 있고 아니면 뭐 받기 싫다고 문 안 열어주시는 분도 있고."

지난해 우리나라 집배원의 노동시간은 2,745시간.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평균인 2,052시간보다 693시간이 많고 날짜로 치면 무려 87일을 더 일하는 겁니다.

육체적 피로뿐만이 아닙니다.

직무 스트레스 지수는 간호사나 소방관, 비행기 조종사보다 더 컸습니다.

[조준호/집배원] "좋은 분도 있지만 또 알게 모르게 이렇게 기분이 안 좋으셔서 저희한테 막 이야기하는 분도 있어서."

이렇다 보니 보통 스트레스가 원인인 동맥색전증이나 고혈압성 심장병 발생률도 교육공무원보다 각각 3배와 2.4배가 높았습니다.

사고를 당하는 재해율도 2016년 기준으로 직업군인의 20배, 소방관보다도 1.5배가 많았습니다.

[김진환/집배원] "오토바이 뒤에 많이 싣고 가다가 그 언덕을 올라가다가 오토바이가 뒤로 넘어가서 넘어진 적도 있고요."

집배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우정사업본부 노사 양측은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연구에 나섰고 오늘(22일)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금보다 집배원 2천 명이 더 필요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일반 우편물은 해마다 5%씩 줄고 있지만 부피가 큰 소포나 택배물량이 반대로 늘면서 노동강도는 더 세지고 있는 겁니다.

[노광표/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장] "1인 가구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같이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집배원들의 고통에 서둘러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오늘 경남 진주에서는 또 한 명의 집배원이 근무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까지 소수의견이었습니다.

남재현 기자 (now@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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