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카쇼기 살해 은폐하려 대역까지 동원"

2018. 10. 2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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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를 살해한 사우디 요원들이 범행을 은폐하려고 그의 옷을 입힌 대역까지 썼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엔엔> (CNN)은 터키 수사 당국이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 외부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 등을 분석해 이런 정황을 확인했다고 2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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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터키 수사당국 CCTV 분석 결과 보도
카쇼기와 키·나이 비슷한 요원 출입시켜
'영사관 제 발로 나갔다' 주장하려 한듯

살해 배후 지목 빈살만 왕세자 더 궁지로
미국 조야 등에서 빈살만 왕세자 교체 요구
트럼프, "빈살만이 책임 없기를 바란다"
터키 대통령, "적나라한 진실 밝히겠다"

[한겨레]

사우디 정부가 보낸 암살 요원 15명 중 한 명(오른쪽)으로 지목된 인물이 자말 카쇼기가 피살된 2일 가짜 수염을 달고 영사관을 나와 이스탄불 거리를 걷는 모습이 시시티브이에 잡혔다. 왼쪽은 카쇼기가 당일 영사관을 들어갈 때 모습이다. 터키 수사 당국은 이 요원은 카쇼기를 살해한 뒤 그가 영사관을 무사히 빠져나간 것처럼 거짓 해명을 하기 위해 동원한 대역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를 살해한 사우디 요원들이 범행을 은폐하려고 그의 옷을 입힌 대역까지 썼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엔엔>(CNN)은 터키 수사 당국이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 외부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 등을 분석해 이런 정황을 확인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카쇼기가 살해당한 지난 2일 영사관에 들어간 15명의 ‘암살 요원들’ 가운데 무스타파 알마다니가 끼어 있었다. 그는 영사관 정문으로 들어갈 때는 체크 무늬 셔츠와 푸른색 바지를 입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영사관 후문으로 다른 요원과 함께 나올 때는 어두운 색 재킷에 회색 셔츠를 걸쳤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터키 수사 당국은 알마다니가 영사관을 나올 때 걸친 복장은 카쇼기가 당일 입은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또 알마다니가 카쇼기처럼 보이려고 들어갈 때는 없던 가짜 수염을 나올 때는 달았다고 설명했다. 알마다니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신발은 같은 것을 신은 것으로 파악됐다. 알마다니는 영사관을 나온 직후 택시를 타고 사라졌으며, 몇 시간 뒤 이스탄불의 관광 명소인 블루모스크 주변 폐회로텔레비전에 모습이 잡혔다. 터키 당국은 알마다니(57)가 카쇼기(59)와 나이와 키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터키 정부 고위 관리는 “카쇼기를 사우디로 데려가거나 그를 심문하기만 할 목적이라면 애초부터 대역은 필요하지 않다”며 “처음부터 계획된 살인이며, 카쇼기의 주검은 영사관 밖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은 카쇼기를 본국으로 송환하려다가 몸싸움이 벌어져 ‘실수’로 살해했다는 사우디 정부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우디 정부는 애초 살해 의혹이 제기됐을 때 카쇼기가 영사관을 제 발로 걸어나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우디 정부의 ‘꼬리 자르기’를 반박하는 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사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다. 터키 일간 <예니 샤파크>는 살인 현장에 있던 사우디 요원이 왕세자실 관계자와 한 4건의 통화 기록이 확인됐다고 22일 보도했다. 발신자는 과거 빈살만 왕세자의 해외 방문 수행단에 포함된 인물이며, 수신자는 왕세자실 책임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전날 <폭스 뉴스>와의 회견에서 카쇼기 살해 사건은 “엄청난 실수”였다면서도 빈살만 왕세자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카쇼기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고 사우디 관영 통신 <에스피에이>(SPA)가 보도했다. 매우 이례적인 조처로, 사우디의 절대적 국왕 권력이 그만큼 압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는 왕세자 지위를 겨냥한 목소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 뉴스>와의 회견에서 사우디를 “급진적 이슬람과 폭력적 지하드의 최대 후원국”이라고 불렀다.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와 관계를 지속할 수 없고, 솔직히 그가 교체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왕세자가 연루됐고, 그 사건을 지휘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도 빈살만 왕세자가 배후라고 믿는다며 “처벌과 대가가 있어야만 한다”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톰 틸리스 상원의원도 독립적 수사 결과에 따라 왕세자 교체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지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사건의 “적나라한” 진실을 23일 의회에서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이본영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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