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7분의 명연설'

박재범 정치부장 2018. 10. 23.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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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는 명연설이 이어진다.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이 도시가 하나로 결합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이 나라와 유럽 대륙의 평화와 희망을 구현할 수 있다.

'7분의 연설'은 그 이상의 감동을 만들었다.

그 명연설이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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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6월 26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서베를린을 찾는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을 방문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다. 베를린 시민은 케네디를 향해 환호를 보낸다. 그만큼 분단(동베를린·서베를린)의 불안감, 냉전의 두려움 등이 컸다는 방증이다.

역사에 남는 명연설이 이어진다.
“2000년 전 사람들이 긍지를 갖고 하던 말은 ‘나는 로마 시민이다’였다. 그러나 오늘날 자유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Ich bin ein Berliner(나는 베를린 시민이다)’.

…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이 도시가 하나로 결합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이 나라와 유럽 대륙의 평화와 희망을 구현할 수 있다.

… 모든 자유인들은 어디에 살고 있든 베를린 시민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자유인으로서 나는 ‘Ich bin ein Berliner’라는 말에서 마음 속 깊이 긍지를 느끼낀다.”

짧은 ‘7분의 연설’에 서베를린 시청광장은 열광했다. 냉전 구도 속 서베를린의 불안을 해소하러 간 케네디는 소련, 공산주의를 향한 적대적 표현 대신 ‘자유’와 ‘베를린’‘우리’를 강조했다.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 한 마디의 울림은 동맹 선언보다 컸다.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을 찾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소개로 15만명의 평양 시민 앞에 선다.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한국 대통령의 대중연설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매우 긴장했었다”고 회고했다. 첫 무대, 수많은 관중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의 부담이 긴장을 키웠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아야 했다. 한편으론 방송을 통해 그 모습을 보게 될 한국 국민, 세계인들에게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연설이어야 했다”. 그 결과물인 ‘능라도 연설 ’은 명연설이 됐다.

‘7분의 연설’은 그 이상의 감동을 만들었다. 호응과 공감을 고민한 결과였다. 배타적 언어를 배제했다. 공격의 언어를 삼갔다. 케네디의 베를린 연설 때처럼 ‘우리’를 강조하고 ‘긍정’의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최근 뉴욕에서 만난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참사관에게 능라도 연설 관련 질문을 던지자 “(문 대통령이) 유명한 말을 하셨다”며 문 대통령의 연설 대목을 그대로 외워 들려줬다.

#2018년 9월 24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행사장. 한국의 젊은 청년들이 마이크 앞에 선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방탄소년단(BTS)이다. 멤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대표로 연설한다.

‘7분 연설’의 주제는 ‘LOVE YOURSELF(자신을 사랑하라)’. 앨범 제목과 같다.

“어제의 나도 나다. 오늘의 나는, 내가 만든 모두 실수와 함께하는 나 자신이다. 내일의 나는, 아마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현명해질 수 모르나 그도 또한 나다.

…나는 지금의 나 자신 그대로, 과거의 나와 미래에 되고 싶은 나까지 모두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BTS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OVE YOURSELF’에 이어 연설 말미에 “SPEAK, YOURSELF(여러분, 자신의 얘기를 해 달라)”고 말한다. “누구든, 어디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성정체성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여러분의 얘기를 해 달라”.

그들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을 거치며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전세계 팬들은 열광한다.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을 말한다. 인종, 성별, 국가 등의 ‘다름’을 넘어선다. 차별, 차이 대신 우리로 통한다.

‘디스(disrespect, 무례)’의 태도는 없다. 자신을 말하는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짧은 ‘7분의 연설’. 그 바탕은 차별, 배타가 아닌 긍정과 공감이다. 그 명연설이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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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정치부장 swal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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