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덜미 잡힌 中..꿈틀대는 회색코뿔소

김인경 2018. 10.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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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도부, 금융리스크 예방회의 2달새 10회 개최
기대 이하 성장률에 지지부진한 실물지표까지
'부채'뇌관에 돈풀기도 어려워..숨겨진 지방정부 부채만 6500조원
"뾰족한 수가 없다..결론 내리지 못하는 中 지도부"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중국발(發)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전세계에 드리우고 있다. 미국이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즉각 중국의 펀더멘털이 안정적인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합리적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 속은 영 편하지 않다. 최근 두 달 사이 무려 10번의 회의를 개최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정도다. 각종 경기지표도 침체한 가운데 증시와 위안화 환율 가치까지 연이어 하락하고 있는 있지만 뚜렷한 해법조차 찾기 힘든 게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중국 경제의 현 주소이다.

◇덜미 잡힌 성장…투자도 소비도 ‘주춤’

21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정부망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금발위)는 지난 20일 10차 금융리스크 예방전문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첫 금융리스크 예방전문회의가 지난 8월 24일인 점을 감안하면 두달동안 무려 열 번의 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경기를 들여다보면 중국 금융당국의 긴급한 속내를 이해할 만도 하다. 지난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보다 6.5%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1분기(6.8%)나 2분기(6.7%)는 물론 시장 전망치(6.6%)도 밑도는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4%) 이후 9년 반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GDP 뿐만 아니라 실물지표 역시 침체되고 있다. 중국의 1~9월 투자 역시 전년 동기보다 5.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던 전달(1~8월) 5.3%보다 0.1%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친 것이다. 투자가 늘지 않으면 둔화된 경기를 살릴 만한 건 소비 뿐이다. 그런데 소비 지표 역시 상황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중국 1~3분기(1~9월)까지의소비증가율은 전년 동기보다 9.3%를 증가했다. 올 상반기(1~6월)에 비해 0.1% 둔화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산 수입제품 1100억달러 어치에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는 만큼,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세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식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산 원유, LPG(액화석유가스)의 수입을 거의 중단했다. 이미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대비로는 2.5%, 전월 대비로는 0.7% 상승했다. 8월 상승률 2.3% 보다 높아져 최근 7개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높아지지만 소득은 그대로인 만큼 중국 국민들은 점차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 ‘심리’의 바로미터인 증권시장은 한 발 먼저 얼어붙었다. 이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는 2500선 수준에서 머물며 지난 1월 고점 대비 28.4%나 내렸다. 특히 지난 18일엔 2500선마저 깨져 2014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새로 쓰기도 했다. 증시 급락이 개인투자자들의 심리 침체는 물론 기업들의 자금난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고질적 부채에 ‘돈 풀기’도 난관…꿈틀대는 회색 코뿔소

중국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들어 네 차례나 지급준비율을 인하했고 소비를 진작하고 기업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감세 카드도 뽑아들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은 ‘금리 정책’ 까지 언급하며 중국 금융당국이 4년 만에 금리 인하 카드를 뽑아들 수도 있다는 걸 암시했다. 하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 해서 분위기를 바꿀 만한 ‘화끈한’ 부양 정책으로 돌아서기도 어려운 게 현재 중국 정부의 상황이다.

먼저 환율 리스크가 중국 정부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8일 중국을 ‘환율조작국’ 으로 지정하는 대신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지만 위안화 가치가 최근 6개월간 10% 가량 하락했다며 중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위안화 환율을 일부러 낮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돈풀기에 나서면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고, 환율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이미 역외시장에선 1달러당 6.94위안에서 거래되고 있어 올해가 가기 전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7위안선이 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경제의 뇌관이라 불리는 ‘부채’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 잔액은 18조2592억위안(2984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숨겨진 부채 역시 만만치 않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현재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는 최대 40조위안(650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중국 GDP의 60%에 이르는 수치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중국 정부의 지방부채를 언급하며 중국 정부가 부양책으로 돌아설 경우, ‘채무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타이타닉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하도록 독려하면 단기적인 경기 부양은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난관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기업 부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비금융기업의 부채는 GDP 대비 164.1%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60.3%)에서 상승세로 돌아선 것. 비금융기업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 2016년 2분기를 기점으로 내림세를 보여왔던 만큼,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4조위안(653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부양책을 펼치며 V(브이)자 형 반등에 성공했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이긴 사회주의란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대규모 부채는 10년째 중국 경제의 목을 옥죄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10차 금융리스크 예방전문회의는 “공급측 구조개혁 심화, 안정적인 중성 통화정책 시행을 통한 시장주체 활력 증대, 자본시장 역할 발휘 등으로 구성된 3각 지지 틀을 만들어 경제가 전체적으로 선순환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언급한 채 막을 내렸다.

쉬젠웨이 나티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 축소를 이어가면 경제가 침체할 것이고, 부채 축소 속도를 늦추면 금융리스크가 쌓이는 상황”이라며 “중국 금융당국이 특별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한 위험 요인을 뜻한다.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고 진동만으로도 그 움직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정작 대처방법을 알지 못해 일부러 무시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2013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이사가 처음 발표한 개념으로 중국의 부채 문제 등 기형적인 경제 체제를 비유한 말이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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