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하루에 사료 13알' 강아지는 0.98kg로 굶어 죽었다

2018. 10. 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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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세상 떠날 때 몸무게 0.98kg
동물 학대 현장 확인·구조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이라며 무혐의

[한겨레]

구조 직후 프렌치 불도그 모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물학대자에게서 동물들을 구해달라며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아주 어린 프렌치 불도그가 힘없이 앉아 있었다. 갈비뼈가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마른 개의 앞에는 중년 남성이 마주하고 있었다. 제보자는 그가 동물을 학대한다며 흰 고양이와 다른 강아지들도 데리고 나와 발로 툭툭 차거나 던진다고 했다. 언제 강아지가 죽을지 모르는 일, 급하게 경찰과 함께 그를 찾아갔다.

“밥? 잘 먹고 있는데?”

그는 강아지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는 어린 동물들을 밖에 데리고 나와 발로 툭툭 차거나 고양이를 집어 던지는 것으로 이미 이웃들과 여러 차례 갈등을 겪은 터였다. 그의 이웃들은 앙상하게 마른 프렌치 불도그에게 함부로 대하는 그를 두고 경찰에게 신고했지만 “증거가 없으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개가 앙상하게 말라 죽기 직전인 것처럼 보여도, 굶어 죽지 않으면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최초 발견 당시의 모습.

“선생님, 강아지가 왜 이렇게 말랐어요? 밥을 안 주셨어요?”

“선생님? 난 학교 선생이 아니에요!”

“그럼 아저씨, 강아지가 왜 이렇게 마른 거예요? 밥을 못 먹어요? 안 주신 건가요?”

“아니, 하루 세 끼 밥 잘 먹지. 하루 세 끼 간식도 먹고요. 얼마나 잘 먹는데!”

카라 활동가들이 그의 집을 방문해 앙상하게 마른 프렌치 불도그에 대한 제보를 받아서 왔다고 설명했을 때, 그는 거세게 반발했다. 그리고 꼭 하루 13알의 사료를 먹인다고 강조했다. 펫숍에서 그러라고 해서 충실히 잘 지키고 있다고. 그는 자신이 동물을 굉장히 잘 돌보고 있고, 어린 반려동물들은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다. 프렌치 불도그가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은 게으르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6월11일 구조 당시의 모습.

그와 어린 동물들이 사는 좁은 원룸은 엉망진창이었다. 곳곳에 개들의 대소변이 흩뿌려져 있었고 고양이의 화장실은 치우지 않았는지 대소변이 산처럼 쌓여 응고되어 있었다. 악취가 진동했고,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초파리와 파리가 피어올랐다. 치우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서는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린 포메라니안은 배가 고픈지 그 쓰레기 봉지를 연신 핥아댔다.

“애들 어디 펫숍에서 사 오셨어요? 요 근처에 있는 곳인가요?”

“나는 사오지 않았어요! 분양받았지!”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리고 오신 거예요?”

“아니, 펫숍에서 분양받았어요!”

“펫숍에서 무료로 데려오신 건 아닐 거 아니에요? 펫숍에 돈 주시지 않으셨어요?”

도돌이표처럼 돌고 도는 대화 끝에 결국 그는 개들을 대구에 있는 한 펫숍에서 데려왔다고 이야기했다. 작은 체고의 동물이 더 잘 팔리는 곳에서 쇼윈도에 진열된 동물들에게 아주 적은 양의 사료를 주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고, 구매자에게도 사료를 적게 주라 이야기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럼 데려가요. 하지만 주사도 안 되고요, 약도 먹이면 안 돼요. 절대로. 그럼 애들 죽어요. 알아요?”

세상을 떠난 프렌치 불도그의 몸무게는 1㎏도 되지 않았다.

그에게 “그렇게 잘 먹는데도 이렇게 말랐으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병원으로 데려가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긴 시간 설득한 끝에 결국 허락을 얻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안아 올린 프렌치 불도그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우리는 어린 개에게 살아있어 고맙다고, 이제 건강해지자고 끝없이 말을 걸며 다른 동물들과 함께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프렌치 불도그는 구조 후 24시간이 채 안 되어 짧은 세상 소풍을 끝냈다.

현행법으로 학대가 아니라니

원에 왔을 때 프렌치 불도그의 체온은 35.2℃였다. 심각한 저체온증이었고, 탈수로 혈관도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급히 체온을 올리고 파보 전염병 등 질병을 검사했으나 특이한 질병은 관찰되지 않았다. 슬픈 마음을 꾹꾹 누르며 사체를 검역본부에 보내 사인을 규명해달라 요청했고, 검역본부에서는 “지방이 하나도 없다. 내장에도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 프렌치 불도그는 아주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앙상하게 말라 죽은 셈이다. 그런데도 그는 카라를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여러 통의 문자를 받았다.

“거긴 도살장이에요!”

“도대체 왜 동물을 학대하고 죽여요?”

“님들은 적폐세력이고 도저히 용서가 안 되네요.”

“청와대에 민원 한번 넣어보세요. 어떻게 되나. 저 그 사람들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대충 서로 알 걸요. 15년 전부터. 아니면 말고.”

“옴 걸렸다고요?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죽이지 말아주세요.”

옴 진드기로 털이 듬성듬성 빠졌던 포메라니언 ‘도치’.

프렌치 불도그가 굶어 죽었고, 동물 학대로 당신을 고발했다고 알리자 그는 카라를 절도죄, 동물학대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그가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다. 그 또한 동물을 사랑했다고 말할 테니까.

그는 카라 활동가들과 옥신각신 이야기하는 그 난리 중에도 펫숍에서 또 어린 동물들을 사왔다. 웰시코기, 푸들, 파피용으로 보이는 개 각각 한 마리와 검은색 털 짧은 고양이 한 마리 등 4마리가 또다시 그의 ‘소유’가 되었다. 비위생적인 집안 환경이나 그의 입장은 변하지 않은 상태였다.

프렌치 불도그가 살던 집 안 모습.

법과 제도가 동물들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카라가 동물들을 지킬 방법은 구조해 온 동물들을 내주지 않고 버티는 길뿐이었다. 카라를 향해 폭언한다 해도, 그가 동물을 제대로 돌보는 사람으로 변하지 않는 한 동물을 돌려줄 수 없었다. 힘들어도 오래 걸리더라도 그가 변하도록 해야 했고, 공적 영역에서의 역할이 필요했다. 우리는 시청에 연락해 동물의 긴급 격리를 진행하고, 그도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근데, 그게 현행법상 동물 학대가 아니라니까요. 그분이 저희한테 카라가 반려동물을 훔쳐가서 죽였다고 민원 넣으셨어요. 애들이 법적으로 물건이잖아요. 지금 데리고 가신 애들도 민원인께 돌려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시청의 입장은 우리 법의 사각지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의 법과 규범에 만족하고, 그 법의 경계 밖에서 일어나는 불행에 순응하고, 그 비극을 마치 없는 일처럼 대할 수 있다면 이토록 슬프거나 피로하지는 않을 것이다. 열흘 간의 설득 끝에 결국 시청의 협조를 얻어냈다.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

시청은 그의 집을 방문해 반려동물들을 병원에 데려가게 하고, 그의 집을 깨끗이 유지하는 것을 돕고 있다. 모니터링을 계속하며 동물들의 상태를 점검 중이다. 그는 여전히 카라를 자기 개를 죽인 학대자로 몰지만, 그의 반려동물들이 깨끗한 집에서 충분한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구조 후 도치의 모습.

카라는 그가 주장한 ‘하루 세 번, (총) 13알의 사료를 준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수의사 소견서, 프렌치 불도그의 부검 결과지 등을 토대로 그를 동물보호법으로 고발했다. 고발인(카라)과 피고발인(그)의 조사가 차례로 이루어지고, 몇 차례 추가 자료를 제출한 끝에 돌아온 검찰의 판단은 그에게 동물 학대 혐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증거 불충분이었다.

몇 달간 씨름했던 이 이야기는 일차적으로는 그렇게 일단락이 됐다. 동물학대죄를 묻지 못했고, 그에게서 구조한 동물들에게는 새 가족을 찾아주는 중이다. 고양이 ‘헬리’는 이미 좋은 가족을 찾았고, 포메라니안 강아지 ‘도치’는 활동가 집에서 임시보호를 받으며 카라 사무실로 출퇴근을 함께하고 있다. 그의 집에 있는 동물들에 대해서도 계속 파양을 설득 중이다. 기를 수 있는 반려동물 딱 한 마리만 깔끔하고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게 동물들에게도, 본인에게도 행복한 것이라고. 시청에도 그가 동물을 기르는 것을 포기한다면 카라에 동물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조 후 고양이 ‘헬리’는 새 보호자를 만났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펫숍 쇼윈도에 전시된 아기 동물들을 귀엽게 여기며 매매한다. 연간 10만마리가 버려지고 죽는 한편, 강아지 공장에서는 연간 20만마리의 동물이 생산되어 펫숍에서 소비된다. 이 체계가 송두리째 바뀌지 않는 이상, 죽은 프렌치 불도그와 마찬가지로 힘없이 죽는 동물들은 계속 탄생할 것이다. 지금도 죽고 있을 테고.

어린 프렌치 불도그의 명복을 빈다. 우리는 그 아픈 뒷모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글·사진/김나연 애니멀피플 통신원·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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