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PC방 살인' 靑 청원, 100만명 분노..역대 처음

유승목 기자 2018. 10. 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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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1주일 만에..심신미약 감형 우려·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 등 기폭제로 작용
지난 14일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있는 김성수(29)가 22일 오전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위해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 김휘선 기자

단단히 뿔난 국민들이 연일 청와대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엄벌하라는 청원 이야기다. 불과 일주일 만인 23일 저녁 7시17분쯤 100만명이 넘는 국민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역대 최초다. 그간 국민 관심과 공분을 모은 여러 청원이 있었지만 100만명은 못 넘었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21세의 알바생이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살해당했다"며 "피의자는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언제까지 우울증·정신질환·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냐"며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 약 처방 받고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심신미약으로 감형될 수 있으니까"라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청원 7일 만인 23일 저녁 7시17분 100만명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을 찾은 김성수(29)가 아르바이트생 신모씨(21)를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김성수는 경찰의 제지를 받은 뒤에도 끝내 신씨를 찔렀다. 신씨는 얼굴과 목, 손 부위에만 30여 차례의 자상을 입고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범죄 소식에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듭 쌓였다. 경찰은 결국 지난 22일 김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김씨는 작은 목소리로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우울증이 칼 쥐어주지 않아
이번 사건에 국민적 공분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 중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분노가 청원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측이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며 심신미약 핑계를 대자 혹시나 처벌이 약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사고 당시 부상 입은 신씨를 담당한 의사 남궁인씨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에 당시의 참담한 상황을 떠올리며 "피의자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며 "심신 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 받는 수 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 많은 국민들이 남궁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청원에 참여한 대학생 원모씨(27)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2)도 "요즘 심신미약을 내세우는 것이 감형 매뉴얼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심신미약에 대한 이같은 우려는 이유가 있다. 김성수처럼 강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저지른 피의자는 조현병을 이유로 무기징역에서 30년 형으로 감형 받았다. 2008년 초등학생 여아를 잔혹하게 살해한 전과 17범 조두순은 심신미약을 인정 받아 징역 12년형을 받았다. 형을 마치는 오는 2020년 출소해 사회로 나온다.

◇죄 없는 청년, 경찰은 뭐했나
평범한 청년의 이유 없는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도 김성수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신씨는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으며 부모까지 신경쓰던 건실한 청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정규직으로 취직해 사고 다음날부터 출근할 예정이었다. 신씨 아버지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취직 후) 엄마, 아빠한테 더 잘할 테니까 지켜봐 달라며 기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김성수에 의해 희생된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메시지와 국화가 놓여있다. /사진제공= 뉴스1

사고 당일 김성수는 신씨의 불친절을 문제 삼았지만 정작 신씨는 밝고 친절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수는 경찰 조사에서 "게임비 1000원 환불을 요구했는데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해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신씨가 일했던 PC방 관계자는 지난 16일 MBC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 "(신씨 때문에) 손님이 불만을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인간관계도 원만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불신과 실망도 국민을 자극했다. 피해자 신씨는 키 193㎝에 검도 유단자일 정도로 건장했지만 김성수의 흉기에 맥을 추지 못했다. 범행 장면이 찍힌 CCTV를 보면 김성수의 동생이 신씨를 뒤에서 붙잡고 있었기 때문. 신씨의 아버지는 "동생이 없었다면 (아들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이후 동생은 공범이 아니며 오히려 싸움을 말렸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경찰의 주장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뉴스를 접한 윤모씨(62)는 "뒤에서 피해자를 붙잡아 형이 편하게 흉기를 휘두를 수 있게 하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 공범이 아니라면 국민이 전부 바보라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조모씨(28)도 "CCTV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경찰이 말하는 대로 동생은 형을 말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신미약 감형으로 인한 사법불신에 경찰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는 모습이다.

한편 김성수는 한 달 가량 정신감정을 받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충남 공주에 위치한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김성수의 정신감정을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김성수는 이 곳에서 각종 면담 및 검사를 거친 후에 정신감정 의견에 따라 최종수용소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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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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