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영상③] 황교익 "불고기, 우리 고유의 음식 아냐"

고양=백상진 정지용 기자, 영상=김지애 기자, 고은비 인턴기자 2018. 10. 24. 0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지난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황씨는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친일 논란’ ‘백종원씨 저격 논란’‘불고기 어원 논쟁’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국민일보는 장시간 계속된 인터뷰 분량을 감안해 이를 3회로 나눠 소개합니다.

-불고기 얘기를 해보자. 불고기는 한국 음식,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나?

“우리가 불고기라고 정하고 있는 카테고리를 잘 봐야 된다. 직화에 석쇠로 굽는 것도 불고기, 국물을 자작하게 해서 황동판에 굽는 것도 불고기다. 냄비에 고기 버섯 당면 대파 양파를 넣은 것도 불고기라고 한다. 섬세하게 나눠봐야 한다. 일본은 천년동안 소를 안 먹었다. 불교국가여서 가축, 소 닭 돼지를 안 먹었다. 메이지유신 때부터 허용한다.

반면 조선은 소 돼지 닭을 많이 먹어왔다. 소를 잡는 도살에서부터 발골 정형 이런 일은 조선인들이 훨씬 많은 경험 갖고 있었을 거다. 그 큰 소를 발골하고 정형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그 당시에 여러 조선인들이 그 일을 많이 하고 고기 잡아 굽는 게 일본 사람들 눈에 많이 보이기 시작했을 거다. 일본의 문헌에서 똑같이 불고기라는 것이 조선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적힌 이유가 거기 있다.”

-불고기라는 이름이 명시되지는 않나?

“조선의 방식이 고스란히 일본으로만 갔을까? 꼭 그렇지도 않은 흔적이 우리 음식 안에 있다. 불고기 음식들을 보면 기본은 왜간장(진간장)이다. 조선간장이 없다. 거기다가 설탕도 많이 쓴다. 옛 문헌의 조리법을 보면 마늘도 안 들어가고 참기름이 없는 것도 있다. 일본의 오랜 냄비요리인 스키야키라는 게 있다. 스키야키에 소고기가 들어가는데 일본의 왜간장에 설탕을 더한 조리법이 우리 불고기에 많은 영향을 줬다. 음식이라는 게 어느 한쪽의 일방으로 넘어가고 이식되는게 아니다. 넘어가면 사람들이 늘 먹던 방식에 변형이 일어나고 영향을 준다. 서로 간섭하고 서로 변형을 일으키고 하면서 음식들은 우리 삶 속에서 흘러간다.

일본의 문헌에서는 한국 불고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걸 명기한다. 소고기 굽는 방식을 우리가 일본 사람들한테 널리 가르쳤다고 얘기할 수 있다. 소를 도살하고 발골하고 정형하고 소 내장을 먹는 법은 우리가 더 능수능란하고 더 많이 해왔으니까 당연히 많은 영향을 준 거다. 그 안에서 조리법은 왜간장이나 설탕 같은 건 우리가 일본의 영향도 받았고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음식으로 보자면 그렇게 봐야 하는 게 정상이다. 내가 한국의 불고기가 일본에서 왔다고 얘기한 적 한번도 없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얘길 하는 거다.”

-논란의 핵심은 불고기 어원과 관련된 거였다. 어원이 일본에서 온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불고기가 야키니쿠의 번안어일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얘기한 건 ‘번안’이다. ‘왔다’고 한 게 아니다. ‘왔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불고기를) 야키니쿠라고 불러야 ‘왔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일본의 야키니쿠가 한국의 불고기로 ‘왔다’고 하면 안된다. ‘번안어’라고 얘기하는 거다. 그게 내 주장이다. 그런 말이 굉장히 많다. 벤또는 도시락으로, 돈부리는 덮밥으로, 다꽝은 단무지로…. 일본말을 우리말로 바꾼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게 친일인가? 불고기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걸 두고 왜 우리는 화가 나고 화를 주체할 바를 몰라서 저건 친일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싶어하는 걸까.”

-많은 국어학자들은 불고기가 평안도 지방 방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걸 또 반박했다.

“근거가 없다. 불고기라는 말이 우리 언중(言衆)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려면 그와 유사한 말도 만들어져야 한다. 떡을 불에 구워먹는 일이 많은데 그걸 불떡이라고 불러야 되고, 군만두는 불만두로, 군고구마도 불고구마로 부를 수 있었을 거다. 불로 조리되는 직화로 굽는 거에 ‘불-’ 단어를 붙이는 것도 존재해야 불고기라는 말은 언중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불고기라는 말은 굉장히 특이하다. ‘불+고기’ 이렇게 만들어진 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대 이기문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평양 넓게는 평안도 지역 방언이라고 한다. 사실 그게 불고기가 우리 언중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장의 핵심이다. 이기문 교수가 평안북도 정주 출신이다. 평양에 대한 기억은 아주 어릴 때 가봤는지는 기록이 없는데 근데 평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건 맞다. 이기문 교수 주장은 어릴 때 어디서 들었다는 거다. 평안도 사투리로 들었다는 것, 그게 전부다. 문헌 자료가 아무것도 없다. 그건 학문적 가치가 없는 증언이다.”

황씨는 그러면서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소설가 이효석이 1939년 ‘여성’에 쓴 불고기 관련 글이 정확한 자료라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효석이 당시 글에서 ‘평양 사람들은 야키니쿠를 먹는다. 하지만 야키니쿠라는 말은 듣기 좋지 않기 때문에 다른 말로 고쳐불렀으면 좋겠다’고 쓴 것은 당시 평양에서도 야키니쿠 외에 불고기를 표현하는 다른 말은 없었다는 증거라는 게 황씨의 생각이다. 그는 불고기라는 말이 평안도 방언이라는 국어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근거도 없이 어디서 들었다는 말을 논문에 쓸 수 있겠느냐. 한국 학자들의 얄팍함이 놀랍다”고 했다.

고구려의 ‘맥적’이라는 음식이 불고기의 뿌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황씨는 반박했다. 그는 중국 고문헌에서 맥적을 기술할 때 ‘적족이 먹는 음식’이라고만 썼으며, 우리 민족의 음식으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고대사전에도 맥적에 대해 ‘고기를 통으로 구워 칼로 얇게 저며서 먹는 음식’이라고 쓴 걸로 비춰보면 이는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기보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통용되던 고기 굽는 문화와 관련해 봐야한다고 했다.

-고구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선시대에도 불고기와 유사한 음식이 있지 않았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소 키우는 민족에게 소고기 구이가 있었다.”

-그게 우리만의 음식은 아니란 얘긴가?

“그렇다. 우리는 옛 문헌을 들여다볼 때 우리만의 고유한 무엇을 자꾸 찾으려 한다. 그런 시각이 음식 문화를 보편적 인류 역사 안에서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조선에서도 설하멱, 설하맥적 이런 말이 나온다. 설하멱, 설하맥적은 고기를 얇게 다져 꼬챙이에 끼워서 불에 구워먹는 것이라고 돼 있다. 조선 문헌에 그 용어가 7~8가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왜 하나로 표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가. 뭐라고 들리긴 들리는데 그것을 표현할 때 들리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표기했다는 거다. 외래어라는 거다. 한자로 표기하기에 뜻글자가 아니라 소리로 왔기 때문에 다양하게 표기한 거다.

설하맥적. 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우리가 제사 지낼 때 꼬챙이에 끼워서 하는걸 사슬적 다른 말로 산적이라고 부른다. 또 꼬챙이로 끼워가지고 굽는 요리를 ‘사슬릭’이라 부른다. 그럼 ‘펑’ 열리는 거다. 사슬릭이란 요리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관통한다. 한반도 위 연해주부터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유럽까지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서 굽는 걸 다 사슬릭이라고 한다. 그게 설하멱 설하맥적 사슬적 산적하고 다 연결된다. 설하멱을 우리 조상님들만의 특이한 조리법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하나의 끝지점으로 읽어낼 것인가 하는 것으로 한국 음식문화를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지난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불고기도 그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민족의 고유 음식에 집착할까. 조선시대에도 민족주의가 있었을까. 조선에 사는 백성들이 우리는 한 핏줄이란 의식을 갖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양반과 상놈으로 나눠진 신분제 사회에서 한 핏줄이란 의식을 만들 수는 없다. 민족은 근대 이후에 발생하는 개념이다. 한반도에서 민족의식이 생겨난 것은 일제강점기다. 왜 필요했을까. 독립국가를 위해서다.

왜 이런 얘길 하느냐 하면 우리가 불고기가 어디서 왔느니 어떠니 이런 지엽적인 것들을 토론하면 안된다. 왜 우리는 불고기라는 말이 야키니쿠의 번안어일 수 있다는 말에 화를 내고 있는가. 우리의 마음 속에 이 심리상태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불고기에 대해서도 누군가 강력한 민족의식을 덧씌우는 작업을 했다는 거다.”

-MB 때 한식세계화와도 연관지을 수 있나?

“오래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도 영어 교과서에 불고기가 등장한다. 불고기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음식, 한국의 대표음식이라는 거다.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으로 음식이 이용되는 사례는 많다. 불고기 김치 떡볶이….

-네티즌들은 우리 문화를 깎아내리면서 일본과의 밀접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본다. 일본만물설을 주장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내가 한 말에 화를 내는 지점을 보자는 거다. 나는 떡볶이를 맛 없다고 얘기했지 먹지 말라고 얘기 안했다. 내가 어떻게 먹지 말라고 하나. 그냥 각자 선택에 따라 먹는 건 자유지. 맛 없다고 얘기했는데 화를 내더라.

왜 화를 낼까. 떡볶이에 강력한 민족의식을 붙여두고, 삶의 정체성을 떡볶이에 투영하고 있어서다. 원래 살아오면서 떡볶이에 그렇게 붙였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그 생각을 하게끔 붙여뒀는가 볼 필요가 있다.”

-떡볶이에 민족의식을 붙였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보통의 음식은 자기 추억이 담겨있는 거라 하더라도 (비판한다고) 화를 안 낸다. 내가 경남 마산 출신이라서 마산 아구찜을 좋아한다. 그런데 아구를 말려쓰고 된장도 쓰고 해서 맛이 참 기묘하다. 마산 아구찜 먹어본 사람들은 처음 먹어보면 맛 없다고 한다. 나도 똑같이 (맛 없다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나는 화 안낸다.

1960~70년대 일본에 돼지고기 부분육을 수출하면서 삼겹살 많이 남아돌게 되면서 우리가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일본에 좋은 걸 갖다주고 우리가 싼 걸 먹었단 말, 나도 사실 굉장히 기분 나쁘다. 근데 우리 형편을 생각해보면 그게 더 가슴 아프다. 안심 등심을 요리할려면 오븐이라든지 고도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그런 게 없었다. 그냥 얇게 썰어서 불판에 구워먹었고 프로판가스 공급되면서 그게 가능해졌다. 대체로 그 음식의 이면과 그 음식이 맛 없다고 얘기하면 건드려지는 대중들의 화, 이건 사실 그 음식들에 민족주의를 강하게 붙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라고 봐야 한다.”

-이런 음식을 한국의 대표음식이라고 규정한다는 건가?

“(삼겹살 떡볶이 등의 음식은) 우리의 고유한 것, 우리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고 한국인이면 특별나게 맛있다고 여기는 범주 안에 있는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음식을 먹어야만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어. 한국인이면 김치는 먹어야 하고 매운 떡볶이 정도는 먹어야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어. 삼겹살을 맛있다고 해야 한국인이지’ 이런 식이다. 음식에다가 민족 정체성을 덧붙이는 작업들로 민족주의가 강화되는 거다.”

황씨는 떡볶이 불고기 김치를 민족주의가 강력하게 구축된 대표적 음식으로 꼽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음식에 대한 자신의 비판을 불편해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건전한 시민의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인 누구나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에 대해 ‘맛 없을 수도 있다’는 의심 한 조각을 던져놓은 것으로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고양=백상진 정지용 기자, 영상=김지애 기자, 고은비 인턴기자 shark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