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토사구팽 당했다, 김경수 그만 돕겠다고 통보하자"

신수지 기자 입력 2018. 10. 24. 03:07 수정 2018. 10. 24.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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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공작' 첫 공판.. 주범 드루킹·최측근 변호사 대화내역 공개
金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실 알고있었단 정황 뒷받침해줘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 작업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문자메시지가 23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김 지사는 그동안 "댓글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해왔다.

허익범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드루킹과 그의 측근 도모 변호사 등 9명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들이 주고받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공개했다. 이들은 김 지사와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지사는 드루킹 측에 올해 6·13 지방선거 때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해 주는 대가로 도씨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히겠다고 제안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드루킹은 대선 직후인 작년 6월 "도씨를 일본 대사에 임명해 달라"고 김 지사 측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드루킹은 도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지난번 '송인배(청와대 비서관)에게 알아보겠다'고 한 건 뭐냐고 하니 (김 지사가) 무척 당황하더라. 김경수와의 관계가 파탄 난 건 아니지만 일본 대사 추천 문제로 껄끄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 카드를 쓸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이에 도씨는 "김경수가 제시한 자문위원은 의미가 없다. 그건 저희의 공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저희를 이제 거추장스러워한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김 지사로부터) 토사구팽(兔死狗烹) 당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뉴스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지방선거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걸 김경수에게 통보하거나, 우리가 그간 한 작업을 언론이나 야당에 알리고 '양심선언'을 하자는 이야기까지 회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했다. 김 지사가 댓글 작업을 알고 있었고, 드루킹 측이 그 대가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이후 김 지사가 전화를 받지 않자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보낸 메시지도 공개했다. 드루킹은 "도 변호사 문제가 안 풀려 전화 안 받으시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견마지로(犬馬之勞) 다 하고 있는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일을 수습하고자 한다. 경공모 관계를 청산하는 걸로 비치면 내가 뒷감당을 할 수 없다"고 썼다. 드루킹이 만든 경공모는 댓글 작업을 주도한 조직이다.

특검팀은 이후 드루킹이 도씨를 오사카 총영사직에 앉혀 달라고 청탁했으나, 김 지사 측에서 대신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드루킹이 (댓글 작업을) 도와준 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내용도 이날 공개됐다. 이 역시 댓글 작업에 대한 대가로 김 지사와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취지다.

다만 도씨는 "댓글 작업에는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도씨는 2016년 총선 직전 경공모 측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넬 때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두 차례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따로 재판을 받고 있어 이날 재판에는 나오지 않았다. 오는 29일부터 시작되는 자신의 재판에서 관련 증거들에 대해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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