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MB 때 가스공 캐나다 사업 주도한 주강수 전 사장, 6억달러 날리고 남은 건 명문대 '명예박사' 학위뿐

이효상 기자 2018. 10.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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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MB 때 자원외교 실패 사례
ㆍ고교 후배 ‘비선’ 개입 확인
ㆍ권칠승 의원 자료 입수 공개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인 한국가스공사의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을 주도했던 주강수 전 가스공사 사장(73·사진)이 사업에 개입했던 ‘비선 브로커’의 알선으로 캐나다 명문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셰일가스전 개발 사업인 웨스트컷뱅크 사업은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가스공사를 맡았던 주 전 사장이 2009년 12월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6억달러(약 6800억원) 손실을 남겼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가스공사가 최근 캐나다 자원개발 사업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한 법무법인에 의뢰한 법률자문서를 입수·공개했다. 법률자문서는 가스공사가 캐나다 자원회사 엔카나로부터 웨스트컷뱅크의 셰일가스 광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 전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인 이모씨가 비선 브로커로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주 사장이 퇴임 직후 댈하우지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과정에 이씨나 엔카나가 개입하여 본 건 사업 추진 등과 관련한 대가로 명예박사 수여를 알선하였다는 점이 문제되는 것”이라며 학위 수여에 대가성이 있다고 봤다.

웨스트컷뱅크 사업은 대표적 자원외교 실패 사례로 꼽힌다. 가스공사는 2009년 12월부터 웨스트컷뱅크 사업 등에 1조7000억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가스 가격 하락으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6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사업을 밀어붙인 주 전 사장은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현대건설 재직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이명박맨’으로 꼽힌다.

주 전 사장은 셰일가스 잠재 매장량 등을 이유로 사업 착수 단계부터 회의적인 의견이 제기됐음에도 8일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가스공사의 기술자문을 맡은 캐나다 업체는 매장량을 3.5Tcf(조입방피트)로 추정했지만 판매자인 엔카나는 7배나 많은 22Tcf를 주장했다. 2009년 12월 가스공사 이사회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주 전 사장은 “(기술자문회사가) 너무 낮게 평가를 했다”며 엔카나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자문서는 브로커인 이씨가 ‘비선 개입’해 주 전 사장과 엔카나의 회의를 주선한 사실도 확인했다. 결국 천문학적 손실만 입힌 웨스트컷뱅크 사업에서 남은 것은 주 전 사장의 명예박사 학위뿐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의원은 “MB정권의 자원개발 비리를 이제는 털고 나가야 한다. 책임자들에게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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