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때 불법 고문당한 고 장봉일씨, 40년 만에 '무죄'

박광연 기자 2018. 10. 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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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교포사업가 간첩사건 연루

박정희 정부 당시 ‘재일교포 사업가 위장간첩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당한 뒤 유죄가 확정된 고 장봉일씨가 4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장씨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지난 10일 무죄를 선고했다. 1978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확정받은 지 40년 만이다.

장씨는 1976년 재일교포 사업가 강우규씨에게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기 마련”이라는 등의 선전교양을 수차례 들으며 강씨와 회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77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북한 지령을 받은 강씨가 재일교포 사업가로 위장해 장씨 등 10명과 함께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이를 ‘재일교포 사업가 위장간첩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주범으로 지목된 강씨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해당 간첩사건이 수사과정에서 조작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정 수사관들은 강씨와 장씨 등을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해 보름가량 감금했고, 조사 과정에서 구타와 물고문, 전기고문 등을 자행했다. 강씨와 장씨 등은 고문을 못 이겨 허위자백했다. 법원은 강씨 등 6명에 대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인정해 재심을 개시했다. 대법원은 2016년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장씨의 아들은 2006년 사망한 장씨를 대신해 2017년 12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강씨의 재심 무죄 판결과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 판단 근거로 삼은 수사기관의 진술서에 대해 “불법구금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자백한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볼 수 없기에, 장씨가 강씨와 회합했더라도 반공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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