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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청와대, '세월호' 잠재우려 교황 방한도 활용

입력 2018. 10. 24. 13:56 수정 2018. 10. 2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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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 '캐비닛 문건', 문을 열다 ②]
교황 방문 계기로 '세월호 정국' 빠져나가길 노린 청와대
큰스님, 원로 목사.. 인터뷰, 광고 등 계획도 세워놔
문건 등장한 종교인들은 "청와대와 교감 없었다" 해명

[한겨레]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1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영접 나온 천주교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겨레>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주관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 비서실장 주관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자료 등 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여러 건 입수했다. ‘캐비닛 문건’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에 방치된 채로 발견된 이전 정부 문건들을 일컫는 말이다. <한겨레>는 이재정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1000여건이 훌쩍 넘는 문서들을 분류하고 분석해 연속으로 보도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교황 방문과 종교인 등을 활용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 단식을 비롯한 진상규명 요구를 잠재우려 한 정황이 ‘캐비닛 문건’에서 드러났다.

<한겨레>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수비 및 실수비 자료에는 박근혜 정부가 종교계를 활용해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잠재우고 ‘일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지속한 정황이 나온다.

교황의 한국 방문도 활용 대상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넉 달 정도 지난 2014년 8월14일부터 18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에게 직접 세례를 하는 등 참사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생각은 달랐다. 2014년 8월8일 대수비 자료를 보면 “교황 방문을 통해 세월호 정국에서 일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도록 각계 노력을 당부”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날 대수비 문건에는 또 “교황 활동, 메시지와 VIP(대통령) 비교 기사, 세월호 유가족·(생존)학생 교황 면담 이후 정부 비판적 추측성 보도 등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긍정적 분위기 확산 및 부정적 보도에 대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 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를 만나 편지를 건네받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리스크 관리’의 방식은 앞선 2014년 7월25일 대수비 문건에서 추정해볼 수 있다. 이날 대수비 문건에는 “‘팽목항 유족 일상으로…’ 주제로 종교계 지도자 대 언론활동”이라는 제목으로 종교계 원로들의 인터뷰 및 기고와 광고 일정을 정리해둔 대목이 나온다.

문건에는 “인터뷰: ○○스님, ○○○ 신부→주요 일간지(8월초) / 기고: ○○○ 목사(○○○ 교회)→주요 일간지(8월초) / 광고: ○○○ 목사(○○ ○○○교회)→동아, 국민(7.30)” 등 일정과 함께 “정무·홍보수석실 등 협조하에 종교계와 의사소통 강화”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한겨레>가 당시 언론 기사 등을 확인한 결과 대수비 문건에 등장하는 한 큰스님은 실제 8월말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중단을 당부하는 인터뷰를 주요 일간지들과 했다. 이 인터뷰에서 큰스님은 여당이 대화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야당이 당시 장외투쟁에 나선 것을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수비 문건 계획대로 <동아일보>와 <국민일보>에는 한 원로 목사가 실종자 수색을 중단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을 멈추라는 요구하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이에 대해 대수비 문건에 나온 큰스님 쪽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교감은 전혀 없었다. 평소 큰스님이 생각하시는대로 양쪽이 문제를 풀고 화합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뿐이다. 인터뷰 내용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로 목사 쪽 관계자 역시 “청와대 문건에 왜 그런 내용이 적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사님은 예전부터 다양한 주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해왔다. 당시 세월호 내용이 담긴 광고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청와대와 교감은 전혀 없었다. 목사님은 세월호 참사를 무척 안타까워하셨고, 광고도 그런 취지에서 내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던 당시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때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2014년 7월14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는 같은 해 8월28일까지 무려 46일 동안 단식을 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진상규명 대신 빠른 수습을 원했다. 2014년 9월19일 대수비 문건에는 “세월호 사건 수습 국면으로의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지연, 유가족 농성 지속 등 세월호 사건 관련 국민 피로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선체 인양 유가족 보상 등 세월호 사건 마무리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여 국정운영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자는 요구를 국정운영의 방해물로 사고한 것이다.

이듬해인 2015년 5월8일 수석비서관 회의자료에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본격화 대비, 외부세력 개입 차단”이 필요하다며 “6월 초부터 특조위 활동 본격화 예상, 좌파의 적극적 개입 움직임 속에 특조위 권한 확대요구에다 조사 방향성, 기간 등을 놓고 정부와 충돌 소지”가 있다고 적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는 “4·16연대(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사회가 만든 단체) 핵심세력 실체공개, 불법행위 엄정대처로 강경투쟁 세력과 유가족 분리, 조사단 선발 시 비판 인물 쏠림 방지대책, 쟁점 사안 협상 논리 사전점검”을 계획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의 조사 방해 끝에 2016년 9월 사실상 강제해산됐다.

이재정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성 없이 자신의 안위만 생각했던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종교계까지 동원해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유가족을 ‘일상’으로 몰아넣으려 했던 정권의 후안무치함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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