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작년 야당시절 "사드, 국회 비준동의 받아야"
여권 "9·19 남북 군사합의는 국회 비준 동의 안 받아도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運命)'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이라며 "(10·4 공동 선언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10·4 선언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했다"며 "그래서 나는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24일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며 남북 군사 합의서가 조약이 아니라고 한 것과 정반대의 얘기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또 야당 시절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국가 안보와 재정(財政)에 영향을 주는 사안임에도 공론화 절차 없이 졸속 추진했다는 이유였다. 그랬던 문 대통령과 현 집권 세력이 사드보다 국가 안보에 더 큰 영향을 주는 '9·19 남북 군사 합의'를 국회 동의 없이, 그것도 체결 한 달 만에 비준한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월에 나온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이유를 두 가지 들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대단히 성급하고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합의 전에 이 문제를 놓고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북핵 대응을 넘어 민족사, 문명사 같은 큰 차원으로 봐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안보적 중대성과 졸속 처리를 지적한 것이다. 둘째 이유로 재정적 부담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배치 장소가 성산 포대에서 성주 골프장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골프장 매입 비용 1000억원 등 중대한 재정 부담 초래한 국제 합의(조약)가 됐다"며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사드 국회 비준 동의' 주장은 지난달 남북이 체결된 군사 합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비준한 군사 합의서엔 해상 완충 수역을 설정해 포 사격 등을 금지하는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조치들이 담겨 있다. 군사 합의 이행 때 무기 배치 및 병력 이동 등 재정 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군사 합의 체결 전에 국회 등 공론장에서 제대로 검토된 적이 없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가운데 대북 억제력 손상,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이 사드 국회 비준 동의를 주장했던 논리는 남북 군사 합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사드는 한·미 간 문제고, 남북 군사 합의는 남북의 문제다. 청와대는 "북한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이 아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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