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발전사들, 신재생에너지 공급한다며 '화력발전용 연료' 수입

김기범 기자 2018. 10.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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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김현권 의원, 국감 자료 분석
ㆍ의무할당 명목…연료용 ‘목재펠릿’ 사는 데 5년간 1조2000억 지출
ㆍ친환경에너지는커녕 열대우림 파괴·온실가스 발생시킨 한 요인

발전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 비율을 손쉽게 채우기 위해 화력발전 연료용 목재펠릿을 수입하는 데 지난 5년 동안 약 1조2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 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양광·풍력 발전을 키우는 대신 열대우림의 나무를 베어내는 데 한 요인이 된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목재 연료 수입을 낳는 제도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관세청에서 받은 국내 발전사업자들의 화력발전소 연료용 목재펠릿 수입 현황을 보면, 2012~2017년 수입된 목재펠릿과 폐목재 비용이 약 1조1873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발전업체들의 목재펠릿 수입량은 2012년 12만t 수준에서 지난해는 20배가량인 240만t까지 급증했다.

김 의원은 “발전사업자들이 2012년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제도(RPS)’의 적용을 받는 발전 방식 가운데 투자비용이 많고 설치기간도 긴 풍력이나 태양광 대신 쉽게 수입할 수 있는 목재펠릿을 섞어 연소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목재펠릿의 수입 급증은 외화 낭비는 물론 온실가스 발생과 열대우림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 악화 등의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RPS는 500㎿(메가와트·전력의 단위)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한 제도이다. 특히 수입 목재펠릿의 대부분은 열대우림의 멀쩡한 나무를 베어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목재펠릿을 친환경에너지로 인정한 제도의 맹점이 전기요금 낭비, 국내 대기질 악화, 열대우림 파괴 등의 결과를 낳고 있다.

감사원도 목재펠릿을 섞어 발전하는 방식에 대해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 걸쳐 신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취지와 다르게 RPS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남동, 남부, 동서, 서부, 중부발전 등 5개 발전사들이 RPS 비율을 맞추면서 정부로부터 보전받은 비용이 2014~2016년 2조원이 넘었다.

발전업체들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채운다는 명목으로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할 목재펠릿 연료 수입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투입했는지와 업체별 수입량 등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관세청이 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수입량 상위 5개 업체 명단에는 중부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발전회사들이 운영하는 화력발전소 다수와 삼성물산, 한화, 현대 등 발전사업에 관여하는 대기업 및 유통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발전사들이 손쉽게 목재펠릿과 폐목재를 수입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취지에 맞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재펠릿 : 목재 부산물을 톱밥으로 분쇄한 뒤 압축한 것(사진)을 말하며 주로 석탄화력발전소, 난방용 보일러 등의 연료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화력발전소들이 석탄과 섞어 연소시키는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나 발전효율이 35% 정도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탓에 신재생에너지의 범주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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