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굳이 알아본]점심 한끼 8천원 너무 비싸다..백종원 '일침'에 열광한 이유

이선애 입력 2018.10.25. 09:45 수정 2018.10.26. 08:21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우리나라는 천편일률적으로 점심 한끼 값이 8000~9000원입니다. 너무 비싸죠. 모든 한끼값이 8000원에 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일본에서 진짜 맛있는 덮밥도 400엔이면 충분합니다.”

이는 기자와 최근에 만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 외식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성공한 외식사업가로 꼽히는 그이기에, 그가 던지는 한마디는 큰 울림을 줍니다. 외식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쏟아내고, 외식 자영업자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백 대표는 이번에도 과감하게 쓴 소리를 하고 나선 것이죠.

그리고 그의 이 한마디에 사람들은 열광하기도,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그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불러 외식업의 위기 해법과 골목상권을 살릴 방안을 조언해달라고 한 것을 감안하면 그가 한 말에 제대로 된 ‘의미’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끼 값, 왜 비싸다고 한 것일까요? 최근 서민들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먹는 것도, 해 먹는 것도 너무 비싸 가계 부담이 심하다고 아우성입니다. 실제 식당에 가면 6000원짜리 식사는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7000원짜리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직장인들이 점심에 가장 많이 찾는 음식으로 육개장, 김치찌개, 부대찌개, 순두부찌개, 갈비탕, 해장국, 돈가스 등이 꼽힙니다. 그런데, 대부분 1만원에 달합니다. 천편일률적 가격이라는 백 대표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때문에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요즘, 사람들은 외식비 지출에 많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동네 가게가 판매하는 김치찌개도, A 프랜차이즈가 판매하는 김치찌개도, 한정식집에서 판매하는 김치찌개도 가격은 모두 1인분에 8000원입니다. 그런데 맛은 어떨까요? 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각 개인의 입맛에 따라 다르겠죠. 하지만 가격이 왜 모두 같을까요?

설렁탕.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백 대표는 가격이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똑같은 메뉴라도 가격이 단계별로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도시락이 가장 싸고, 그 다음 프랜차이즈 도시락, 그리고 개인자영업자가 하는 가게 도시락 순으로 가격이 책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를 이어 맛의 비법을 가진 전통성을 가진 가게에서 파는 도시락이 가장 비싸야 하죠.”

백 대표는 음식별 가격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외식 메뉴 선택권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음식별 가격 세분화가 이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이는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된다는 것이죠.

이웃나라 일본을 살펴볼까요. 백 대표는 일본에서 진짜 맛있는 덮밥이 400엔이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비싼 음식들도 많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렴하고, 더 저렴하고 더욱 더 저렴한 음식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본인의 상황에 따라 소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은 지출이 많아 400엔짜리 덮밥을 먹고, 다음날은 여유가 돼 800엔짜리 덮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가계 상황이 힘들다고 외식비를 줄이지 않아도 됩니다. 내 상황에 따라 저렴한 메뉴를 먹거나, 비싼 메뉴를 먹거나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백 대표가 강조하는 음식 소비입니다. 개인의 상황에 따른 음식 소비가 이뤄지지, 계층에 따른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당은 죄다 가격이 비슷합니다. 문제는 악순환입니다. 과포화 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격을 우후죽순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임대료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원재료도 오르는데,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어떻게 버티냐는 것이죠. 이들의 비명은 절규에 가깝고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외식업 폐업률은 전체 산업 폐업률보다 평균 1.5배가 높고, 폐업률 수치도 매년 20%를 웃돕니다.

구로동의 한 백반집.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가격 인상’이 해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백 대표는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맛있고 저렴하게 팔면 된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사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즉 시장(파이)를 키워야 하는데, 파이를 키우려면 가격이 단계별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외식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책정할 때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여론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끼 8000원 너무 비싸다’는 백 대표의 말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공감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국수 한그릇에 8000원인데, 돈을 벌자는 것인지 문을 닫겠다는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백 대표의 말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요새 새롭게 창업한 음식점들의 문제는 집에서 레시피 보고 한 요리보다 맛도 없는데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라며 “밖에서 외식했을 때 집에서 해 먹는게 더 맛있겠다는 후회를 비싼 돈 주며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점심값이 너무 비싸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한국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도 한국처럼 식비가 비싸지는 않고 4인가구가 식사를 한 번 하면 6만원이 쉽게 지출되는데 이게 바로 외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밖에서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감한다”, “홍콩이나 대만 등 외식이 발달한 나라들을 보면 사 먹는 게 훨씬 싸고 편한데 우리나라는 비싸고 맛 없는 곳도 많다”, “일본에 가면 깜짝 놀랄 정도로 300~400엔이면 진짜 괜찮은 음식 메뉴 선택지가 많다” 등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 외식업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최저임금이 문제”라면서 “(최저임금에 대해) 현재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뭔가요”라고 지적했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하지만 국내 외식업계 전문가 대다수가 중장기적으로 외식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 세분화를 통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가를 억누르는 외식 프랜차이즈 메뉴가 많아지는 것도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물가를 누르는 힘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가성비’를 자랑하기 때문이죠. “커피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을 때 빽다방이 나와 커피값을 낮췄다”라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귀에 와 닿습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갑질’이 없어져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자영업자입니다. 임대료와 인건비에 허덕일 수 밖에 없죠.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해도 점주가 가져가는 수익이 많고 본사가 갑질을 안한다면, 점주들이 가격을 올려 달라고 외치지 않을 것입니다. 점주들이 살면, 외식 시장도 커지고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뤄져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갑질을 하지 않습니다. 특히 인테리어 갑질 안합니다. 평당 인테리어 비용이 빽다방이 비싸다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기준에 의한 계산입니다. 본사가 덤터기를 씌우는 인테리어 갑질 논란에서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갑질을 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이 시각 추천뉴스

    실시간 주요이슈

    2019.10.19. 13:55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