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상] 목조르고 밀치고..교촌치킨 회장 6촌, 직원 폭행 '갑질'

유윤정 기자 입력 2018. 10. 25. 10:52 수정 2018. 10. 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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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색 와이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주방에 들어섰다. 양손을 모은 직원에게 삿대질하며 음식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던 이 남성은 갑자기 손바닥을 들어 때리려는 액션을 취했다. 위협을 느낀 직원 A씨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이 남성은 뒤에 있는 직원 B씨까지 불러 때리려 했다. 또 다른 직원 C씨가 말리자 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잡고 세게 밀쳤다.

화를 참지 못한 남성은 옆에 있던 쟁반을 두 손으로 들어 때리려다 직원들에게 제지당했다. 남성은 이후에도 썰어놓은 파가 담긴 통을 집어던지는가 하면 말리는 직원의 멱살을 잡고 때리려 했다. 여성 점장 D씨가 말리자 그의 머리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남성은 수차례 폭행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혼내던 직원을 따라가 간장이 담긴 빨간색 소스 통을 직원을 향해 세게 던졌다. 소스 통이 내동댕이쳐지면서 바닥에 간장이 흥건히 쏟아졌다. 이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남성은 A씨의 모자를 벗긴 후 멱살을 잡고 몸을 세게 흔들었다. 다른 직원들이 말리면서 약 4분간 이어진 폭행은 끝났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동영상 속 남성은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권모(신사업본부장·상무·39)씨로 밝혀졌다. 교촌에 따르면 권 상무는 창업자인 권원강 회장의 6촌 동생이다.

권 상무는 2012년 계열사인 소스업체 에스알푸드 사내이사와 등기임원을 지냈다. 권원강 회장의 부인 박경숙씨가 대표로 있던 곳이다. 이 회사는 소스공장 부지를 매입했지만 공장을 설립하지 못했고 자본잠식으로 지난해 청산됐다. 2013년에는 교촌에프앤비 개발본부 실장에 이어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권 회장을 보좌했다.

교촌에 따르면 권 상무는 회사 전체에 대한 사업방향 결정과 공장업무 실태 파악, 해외 계약까지 담당하는 등 교촌치킨의 핵심 경영자로 활동했다. 내부 직원들은 권 상무가 권원강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황태자’였다고 전했다. 현재 교촌에프앤비 내 권원강 회장의 친인척은 권 상무가 유일하다. 권 회장은 외동딸이 있지만 아들은 없다. 딸 권유진 상무는 지난해 퇴사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권 상무가 사실상 2인자인 셈이다.

교촌에프앤비 권모 신사업본부장(당시 사업부장)이 2015년 3월 25일 저녁 9시쯤 대구 수성구 교촌치킨 직영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 주방에서 자신을 말리려는 직원의 얼굴을 밀치고 있다./ CCTV 캡처

권 상무가 직원들을 폭행하는 영상은 2015년 3월 25일 오후 9시 무렵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교촌치킨의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 주방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에 촬영된 것이다. 이 음식점은 교촌이 치킨사업에서 벗어나 한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설립한 담김쌈 1호점이다.

영상 속 직원들 유니폼과 모자에는 '더 담김쌈 마더 메이드(The damkim ssam mother made)'라고 적혀있다. 이 곳은 M℃(엠도씨 by 교촌)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다가 담김쌈으로 이름을 바꿨다.

교촌 직원들은 이 사건 이전과 이후에도 권 상무의 폭행과 폭언이 계속됐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교촌 마케팅·홍보담당자는 "당시 폭행 사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회사는 권씨를 인사조치했고 권씨는 회사를 퇴직했다"고 말했다. 그는 "권씨는 퇴직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재입사했다"며 "자숙의 시간을 가진 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전하는 권 상무의 재입사 이후 상황은 회사 측 설명과는 차이가 난다. 회사 관계자는 "권 상무가 복직한 후 권원강 회장은 회사의 연말인사를 권 상무에게 맡겼다"면서 "권 상무는 과거 직원폭행 사건을 조사했던 인사 담당자를 보직과 관련없는 곳으로 발령해 퇴사시키는 등 보복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권 상무의 괴롭힘에 상당수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고 일부는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권원강 회장은 6촌 동생인 권씨를 재입사하게 한 후 상무로 승진시켜 신사업을 맡겼다.

교촌치킨 권모 신사업본부장(당시 사업부장)이 직원 두 명을 쟁반으로 때리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CCTV 캡처

교촌 내부 직원은 "권원강 회장이 권 상무의 보고만 듣고 회사를 경영하는 바람에 권 상무는 임직원 인사평가를 좌우하고 심지어 전문경영인 선임에도 관여하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기업에서 직원을 폭행하고 퇴사한 사람을 재고용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지적한다. 그런 사람을 재고용할 경우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조직에 균열이 생겨 생산성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주영 숭실대학교 교수는 "프랜차이즈 오너가 중에서는 조그만 가게로 시작해 사업을 키운 경우가 많은데, 일부가 부(富)에 치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나 윤리 등을 무시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는 교촌에프앤비가 추진 중인 상장(IPO)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시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의식을 엄격한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대해 교촌 마케팅·홍보담당자는 "권 상무가 복직할때 과거 폭행 같은 행동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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