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폭발물'에..72시간 동안 발칵 뒤집힌 美

박수현 기자 2018. 10. 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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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전·현직 고위 인사들에게 폭발물이 든 우편물이 무더기로 보내져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배달된 폭발장치 모두 비슷한 형태라 당국은 일련의 사건이 연관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2018년 10월 24일 오전 CNN 뉴욕지국에 배달된 폭발물이 든 우편물. / CNN

◇ 폭발물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보내졌나

당국은 24일(현지 시각) 현재까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존 브레넌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민주당 기부자인 억만장자 금융인 조지 소로스,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에게 폭발물이 담긴 우편물을 보낸 시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 방송사 CNN과 캘리포니아주 지역신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도 타깃이 됐다.

각 우편물이 발견된 시간과 장소를 날짜별로 정리했다.

① 22일

첫 번째 폭발물은 조지 소로스<사진> 퀀텀펀드 창업자의 뉴욕 자택에서 발견됐다.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 중 한 명인 소로스는 2008년 대선 당시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다른 민주당 후보들에게 25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하는 한편,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방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현지 경찰 당국은 22일 오후 3시 45분 소로스의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자택 우편함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베드포드 경찰서는 당시 성명을 통해 "한 직원이 폭발물이 든 소포를 발견하고 이를 인근 숲 속에 옮긴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소로스는 당시 자택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② 23일

23일 저녁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뉴욕주 웨체스터 카운티 자택을 향하던 우편물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다. 폭발장치는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미 비밀경호국의 사전 검색 절차에서 감지돼 실제 배달되지는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인 클린턴 전 장관은 같은 시각 민주당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플로리다주를 방문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장관은 이후 마이애미주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자금 모금 집회에서 "소포가 집으로 배달되기 전에 미리 걸러내준 비밀경호국 요원들 덕분에 나와 내 가족은 무사하다"며 "우리는 깊은 분열의 시기에 살고 있다. 우리는 미국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10월 24일 마이애미주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자금 모금 집회에서 민주당 전·현직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 우편 배달 시도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영국 가디언

③ 24일

24일 오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워싱턴 DC 자택이 배달지로 돼 있던 우편물에서도 폭발물이 발견됐다. 폭발장치는 클린턴 전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비밀경호국의 사전 검색 절차에서 걸러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시 자택에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슷한 시각 뉴욕시 타임워너센터 건물에 입주한 CNN 뉴욕지국에서도 폭발물이 든 우편물이 발견됐다. CNN은 우편물 속 폭발장치를 발견한 뒤 오전 10시쯤 모든 직원을 대피시켰다며, 우편물 수신인은 존 브레넌 전 CIA 국장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브레넌 전 CIA 국장은 CNN 방송에 나와 안보 분야 논평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 온 인물이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을 지낸 데비 슐츠 하원의원의 플로리다주 사무실에는 이날 폭발물이 담긴 우편물이 반송됐다. 우편물의 수신인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로 돼 있었다. 이에 당국은 용의자가 슐츠 의원이 보낸 것처럼 일부러 꾸민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현지 경찰 관계자들이 2018년 10월 24일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 사무실과 지역신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이 입주한 건물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 CNN

이밖에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과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 해리스 의원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샌디에이고의 지역신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도 폭발물이 배달됐다. 워터스 의원에게 보내진 폭발장치는 메릴랜드주의회 우편물 검사 시설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 똑같은 봉투에 담긴 폭발물…‘동일범 소행’ 가능성

미 연방수사국(FBI)은 적발된 폭발물들이 모두 누런 마닐라지(목재 펄프에 마닐라삼을 섞어서 만든 종이) 봉투에 담겼다고 밝혔다. 봉투에는 하나같이 성조기가 그려진 ‘포레버(forever)’ 우표 6장이 붙어 있었다. 미 우정국(USPS)이 2007년 처음 발행한 포레버 우표는 미국 내에서 발송된 우편물에 한해서만 붙일 수 있다.

미국 우정국(USPS)이 2017년 발행한 ‘포레버(forever)’ 우표. / USPS

존 밀러 뉴욕경찰 정보·대테러 담당 부청장은 우편물 속에 든 폭발장치가 파이프 폭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파이프 형태 물체에 폭발 물질이 들어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FBI는 "국제 테러가 아닌 국내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며 모든 우편물에서 발견된 폭발물이 다소 조잡한 형태를 띄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현재 폭발물들의 성능을 시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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