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황금' 동충하초, 남획으로 사라진다

2018. 10. 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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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중국서 금값 3배로 팔려, 라스베이거스선 7g '정력 수프' 78만원
남획 더해 기후변화로 서식 여건 악화..수십만 산악 주민 생계 달려

[한겨레]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채집된 중국동충하초. 땅속에서 월동하는 나방 애벌레에 균류가 기생해 버섯으로 자란 것으로 귀한 한약재로 쓰인다. 켈리 호핑 제공.

히말라야 주민 수십만명을 먹여 살리는 ‘히말라야의 황금’ 중국동충하초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금보다 비싼 값에 팔리며 수요가 폭증해 남획이 이뤄지는 데다 기후변화가 기생균의 서식 여건을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다.

켈리 호핑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22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남획과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생물 상품의 하나인 중국동충하초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 부탄, 네팔, 인도 등 히말라야 주변의 영구 동토가 있는 고산지대에서만 채집되는 이 동충하초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채집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는 이들의 ‘지역 생태 지식’에 관한 광범한 인터뷰와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감소 추세와 그 원인을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

왼쪽부터 눈 녹은 고산지대에서 버섯이 싹트는 중국동충하초, 주민이 캐내는 모습, 포자가 나기 전 상태(왼쪽)가 더 고가로 평가되는 동충하초. 호핑 외 (2018) PNAS 제공.

중국동충하초는 자낭균의 일종으로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유령나방 등 박쥐나방과 나방 50여 종에 기생한다. 고산지대에서 이들 나방은 애벌레 상태로 땅속에서 월동하는데, 동충하초균은 이 애벌레에 기생해 눈이 녹으면 애벌레 머리에서 버섯이 기다란 싹처럼 돋아난다. 채집자들은 5∼6월 버섯이 돋아난 애벌레 상태로 채취하는데, 포자가 생기지 않은 동충하초의 상품가치를 더 높이 친다. 이런 채집 행태는 기생균이 미처 포자를 퍼뜨리기 전에 채집이 이뤄지므로 “기생균의 생존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동충하초는 중국과 부탄에서 전통적인 약제로 암, 콩팥 질환, 염증, 노화 등에 쓰였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과학적 근거 없이 정력제, 발기 부전과 사스 치료제 등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중국동충하초의 시장 규모는 110억달러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이 동충하초가 ㎏당 14만달러(약 1억6000만원)에 팔려, 금보다 3배 비쌌다고 밝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중국동충하초 7g이 들어간 ‘정력제 수프’가 78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고 스탠퍼드대 보도자료는 밝혔다.

금보다 비싼 중국동충하초를 거래하기 위해 저울에 달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는 근거가 불투명한 최음제 등으로 비싸게 팔리며 야생 개체의 멸종을 부추긴 코뿔소 뿔과 흡사하다. 공동저자인 에릭 람빈 스탠퍼드대 지구 시스템과학 교수는 “중국동충하초는 코뿔소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물 상품으로서 수십만 채집자의 주 수입원이 됐다”고 말했다. 동충하초의 감소와 멸종은 기생균이 사라지는 것뿐 아니라 “봄철 한두 달 채취해 1년을 먹고 사는” 지역 주민의 삶터가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기후 변화로 위협받는 고산지대 초지에서 목축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동충하초 채취는 기후 변화의 충격을 완화해 주는 구실도 한다. 호핑은 “티베트고원 주민에게 동충하초 채집은 비교적 쉽게 돈을 버는 길이며 삶의 질을 높여 준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중국동충하초 채집자 49명을 인터뷰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채집자는 늘고 동충하초 채집량은 줄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모델링 결과는 남획과 더불어 기후 변화가 동충하초 감소의 주요한 원인임을 가리켰다. 동충하초는 땅밑에 영구 동토가 있는 추운 고지대일수록 많았다. 따라서 1979년 이후 4도나 오른 기후 변화는 기생균 서식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기생균의 3분의 1이 수십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우려된다. 동충하초의 멸종은 이에 더해 수십만 채집 주민의 삶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다. 다양한 중국동충하초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람빈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진행할수록 이 균류가 번성하기는 힘들어진다. 영구 동토가 사라지면 균류는 더 추운 사면으로 서식지를 옮겨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숙주인 나방과 그 먹이인 식물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지역적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호핑은 “동충하초가 나는 지역 주민들은 잠재적 갈등과 불법 채취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점점 구하기 힘들고 비싼 종을 채집하려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켤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중국동충하초의 지속가능한 수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강한 채집 압력이 계속된다면 동충하초 생태계가 일시적인 교란에서 회복할 능력을 떨어뜨리고, 생산량이 감소하며, 종국적으로 균류가 멸종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elly A. Hopping et al, The demise of caterpillar fungus in the Himalayan region due to climate change and overharvesting,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8115911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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