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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에 노동조합 바람이 부는 이유

이균성 총괄 에디터 2018. 10. 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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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칼럼] 노사 관계의 변화

(지디넷코리아=이균성 총괄 에디터)#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아주 낮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3%다. 2015년을 기준으로 OECD 국가 평균 노조 조직률은 29.1%다. 우리보다 3배 높다. 우리나라 노조 가입률은 1989년 19.8%로 정점을 찍고 매년 낮아져왔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90%는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IT업계는 특히 노조 무풍지대였다. 산업의 특성 때문인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조 설립 붐이 인 계기는 1987년 7월에서 9월까지 벌어진 전국적인 파업,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이었다. 그때부터 노조 설립 붐이 일어 1989년이 정점이었다. 노동자 대투쟁은 그해 6월에 있었던 ‘610민주항쟁’에 힘은 바 크다. 우리 국민은 이 항쟁을 통해서 군부독재 정권으로부터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IT노조 설립 당시 상징 이미지

#IT 산업이 국내에서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그 훨씬 뒤다. 1981년 쌍용컴퓨터, 1985년 비트컴퓨터 등 1980년대에 민간 IT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나, 산업이라 이름 붙일 만큼 기업이 늘어난 건 1990년대 중후반부터다. 국민의정부 시절 초고속인터넷이 확산되고 벤처 붐이 분 덕이다. 지금 조(兆) 단위로 성장한 IT서비스, 포털, 게임, 상거래 등을 이끄는 주요 기업이 이때 생겼다.

#IT 산업은 시기적으로 여타 다른 산업과 달리 거의 유일하게 ‘노동자 대투쟁’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되레 이들 산업이 꽃 피기 시작할 때는 사회적으로 노동조합 설립 붐이 시들해졌다. 이 산업은 또 초기에 노동조건을 따지기보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대박을 꿈꾸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오너나 경영진은 물론이고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도 밤을 새워 일하는 게 미덕일 정도였다.

#그 영향으로 IT 기업의 노조는 최근까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기업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자 일부 사람들이 업계 종사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IT노조’를 2014년 1월에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분위기 바뀌었다. 24일 카카오 노조가 선언문을 발표하며 출범을 알렸고, 지난 4월에는 네이버 노조가 먼저 설립됐다.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서도 노조가 설립됐다.

#IT 업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업의 규모와 노사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노조가 설립된 기업은 벤처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매출 조(兆) 단위 대기업이 됐다. 이미 주식시장에 공개가 됐고, 그래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입사자들에게는 초창기 근무자들과 달리 상장을 통한 대박의 꿈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느 기업과 똑같은 노동자로 자리매김 된 셈이다.

#카카오 노조는 설립 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IT 업계에 노조가 없었던 것과 관련 “개인주의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탄력적인 사업구조로 인한 불안한 고용환경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는 노조를 만들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지만, 노조를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도 된다. 지금까진 해고될까봐 쉽게 나서지 못했지만, 상황을 개선하려면 누군가는 나서야만 한다는 의미다.

#노조는 또 “점점 더 많은 크루들이 카카오라는 공동체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최근 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크루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가 커지면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만한 일이 많아지는데 소통 창구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뜻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IT 업계 노사(勞使)는 지난 20~30년간 한국에 없던 산업을 일군 혁신가들이다. 그리고 이젠 기업문화를 혁신해야 할 때다.

이균성 총괄 에디터(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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