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빌려 주식샀다 쪽박"..흙수저 2030의 탄식

문광민 2018. 10. 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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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집 장만 등 미래 안 보여"
불안감에 투자 뛰어드는 젊은층
부동산투자 엄두도 못내
가상화폐 기웃하다 낭패도
고용 불안하고 소득 증가 더뎌
상대적 박탈감에 위험투자 경향
"일확천금 꿈 버려야" 지적나와
서울에 사는 대학생 A씨(22)는 최근 연일 들려오는 주가지수 하락 소식에 속이 탄다. 지난달까지 주식이 계속 오르던 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흔히 '우량주'라고 불리는 주식에 잠깐 묻어두면 용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 변동을 지켜보는 것마저 괴롭다. A씨가 투자한 원금 150만원은 지난달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로 빌린 돈이다. 손해를 보면 모자란 돈은 어떻게 메워야 하나 뾰족한 방법이 없다.

A씨는 "올해 초 재단에서 받은 대출로 가상화폐에 투자해 이익을 본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식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해 투자했다"며 "앞으로 더 떨어질지도 모르니 이번주 내로 처분해 손실이라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후회했다.

국내 주가지수의 가파른 하향세가 연일 이어지면서 '흙수저' 2030세대들이 다시 한번 절망에 빠지고 있다. 가상화폐의 폭등과 폭락,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 등에서 쓴맛과 소외감을 느낀 이들이 주식시장 급락으로 좌절하고 있는 것.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가상화폐 시장에서 손실을 보거나 투자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들이다. 가상화폐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여기저기 들려오는데 자신만 실패하거나 소외된 듯한 좌절감을 느꼈던 이들은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돼온 주식이 오름세를 보이자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며 빚까지 내 뛰어들기도 했다. 부동산에 투자하기엔 목돈이 부족하니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예상치 못한 폭락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직장인 B씨(28)는 올해 초 가상화폐 투자에서 본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주식에 투자했지만 주가가 폭락하면서 두 번 아픔을 겪었다. 한때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금 대비 300% 이상 수익을 올렸지만 가격 폭락에 매도할 시기를 놓치면서 지금은 평가금액이 원금의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B씨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했다"며 "기대감이 작지 않았는데 최근 며칠 사이 갑자기 주가가 급락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B씨는 "주변 지인들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편이지만 앞으로 결혼, 주택 장만 등을 생각하면 미래가 안 보인다"며 "투자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지만 나만 늘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올해 초 서울 지역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C씨(28)는 다른 주식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져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C씨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장기 투자할 생각으로 ETF를 선택했지만 앞으로 코스피가 어디까지 더 떨어질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젊은 세대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불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창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 상황이 불안하고 자산 관리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 적금을 통해 자산을 착실하게 모으는 것보다 일찍 투자를 시작해 자산을 축적하는 게 더 낫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꿈만 가지고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임금이나 소득 증가는 더디거나 제한돼 있는데 자산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면서도 "투자와 투기를 적절히 구분하는 투자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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