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허점 파고든 매크로..'장거리 손님'만 낚아챈다

원종진 기자 2018. 10.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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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늦은 밤 택시 잡기 쉽지 않은 도심 한복판이라 해도 길가에 마냥 서 있는 빈 택시들이 적지 않지요.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려는 택시가 대부분인데, 심지어 요즘 '카카오 택시 앱'의 허점을 파고든 불법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동 취재 원종진 기자입니다.

<기자>    

자정 무렵 서울 강남역 주변 길가에 시동을 꺼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대부분 장거리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입니다.

[택시 기사 : (안 가요?) 예약이에요. (택시 안 가요?) 집에 갈려고. 구로 방향.]

그런데 한 택시기사가 장거리 승객만 기다리는 배짱이 어디서 오는지 알려주겠다며 연락해왔습니다.

카카오 택시 앱에서 장거리 콜만 낚아채는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겁니다.

[택시 기사 : (한 달에) 6만 원이라는 돈을 내고 써봤는데 확실히 장거리 콜을 많이 잡아요. 기본 카카오(택시 앱)만 설치한 사람들은 수익률이 30퍼센트는 떨어질 거예요.]

카카오 택시 앱을 이용하는 택시 기사는 주변에서 오는 콜을 모두 받아야 하고 가기 싫으면 일일이 거절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매크로 앱은 기사가 가고 싶은 목적지만 선택해 놓으면

[택시 기사 : 강남·서초는 같은 지역이니까 두 개를 체크를 합니다.]

다른 목적지 콜은 자동 거절됩니다.

속도 차이가 확연할 정도인데 이뿐이 아닙니다.

매크로 앱은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콜을 즉시 자동으로 낚아채 배차까지 해줍니다.

순식간에 배차가 이뤄져 카카오 택시 앱만 쓰는 기사들은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매크로 앱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택시 기사 : 기다리고 있는데 창문을 두드려서 열어봤더니 그 사람이 명함을 주면서 '이런 게 있는데 써보지 않겠냐'…]

[불법 매크로 앱 업자 : 일단 보름간 무료로 하시고 사장님이 결정하시면 돼요. 문자로 다운 받을 수 있는 링크 주소를 보내드릴 거예요.]

불법 매크로 앱은 택시 기사 휴대전화로 들어온 콜이 카카오 택시 앱에 전달되기 전에 가로채는 방식입니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막아도) 금방 또 우회하는 걸 만들 수가 있고요. 이상한 글자 '캡챠 코드' 같은 거 보여주면서 입력하라 그러잖아요. 그걸 이 서비스에 붙여도 내가 콜이 들어올 때 운전할 때 빨리빨리 눌러야 되는데 (사용할 수 없죠.)]

카카오 택시 측도 불법 매크로의 문제를 알고 있습니다.

[김창오/카카오 모빌리티 정보보호 책임자 : 기술적으로 차단하여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비정상 앱 제작 업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택시기사가 카카오 택시 앱을 쓰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VJ : 노재민)    

원종진 기자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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