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기후변화·환경 우선' 공감대..이제 에너지 수출국가로 '우뚝' [덴마크를 느리게 걷다]

칼룬보르(덴마크) | 정유미 기자 2018. 10. 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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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원전 대신 신재생 택한 이유

덴마크는 1991년 세계 최초로 해상 풍력에너지를 개발한 친환경 녹색기술 등을 확대해 ‘2050년 탄소 제로(0) 국가’를 선언했다. 덴마크 대사관

1970년대 석유파동 후 원전 도입 안전문제 등에 의회서 포기 결의 국민 90%가 정부 녹색성장 지지 경제·더 많은 일자리 창출 기대 신재생으로 전력 충당 의문에도 에너지 기술 수출규모 129억달러

지난 16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배를 타고 1시간30분쯤 가자 세계 최초의 생태산업단지가 있는 칼룬보르에 도착했다. 생태산업단지는 자연생태계의 순환개념을 산업에 적용해 폐기물과 폐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할 뿐 아니라 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오염배출을 최소화하는 공장밀집 단지를 말한다. 한 회사가 쓰고 남기거나 버린 것을 다른 회사가 자원으로 활용하면 모두가 혜택을 보는 시스템이다. 이론상으로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짙푸른 초록대지에 실천되고 있었다.

칼룬보르 자연생태단지에는 덴마크 최대 화력발전소와 세계적인 인슐린 기업, 석고판지 공장, 폐기물 처리 회사 등 6개 기업이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열은 지역주민 난방과 물고기 양식에 쓰고 폐기물인 황산칼슘은 석고 생산업체에서 재료로 사용한다. 정유공장은 발전소에서 증기를 받아 공장을 가동하고 냉각수는 보일러 급수로 재사용한다. 제약업체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모든 증기를 화력발전소에서 얻고 버려야 할 바이오매스를 바이오가스 생산공정을 거쳐 주변 농장에 유기농 비료로 판다. 이 같은 기업들의 자원순환 협력은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은 물론 물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여 환경오염까지 막고 있었다.

“1961년 지하수 부족으로 칼룬보르 내 공장들이 호수에서 공업용수를 끌어다 썼지요. 호숫물이 한정적이다 보니 지역사회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때마침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공업용수로 배급하는 방안을 찾아냈어요. 버려야 할 폐기물이 다른 공장에서는 에너지로 쓰이게 된 것이지요.” 바이오·제약회사인 칼룬보르 노보자임의 예스 보 토비아센은 “처음에는 생태단지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지역의 반대도 있었다”면서 “정부와 기업, 기업과 주민이 시간을 갖고 서로 신뢰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생태단지의 경제적 이득도 컸다. 재료 등을 가까운 데서 얻을 수 있어 운송비가 절감된다. 생태단지 내 기업들은 연간 2800만달러(US)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손쉽게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정유미 기자

칼룬보르에서 차를 타고 덴마크 공영 에너지 기간망 업체인 ‘에너지네트’로 향했다. 원전이 없이도 전력을 차질 없이 이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원전 위험성과 막대한 사후처리 비용부담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정부·여당)”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탈원전은 국토를 파괴하고 국가 경쟁력마저 약화시킨다(보수 야당)”는 공방전이 치열하다. 에너지네트의 카스텐 비트럽은 “덴마크에 원전은 없다”면서 “과연 신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겠냐고 했지만 지금 덴마크는 에너지를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이었던 덴마크는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원전 도입을 위해 연구시설을 짓는 등 상당한 투자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핵폐기물 논란 등 환경과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덴마크의 정당들은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1985년 원전을 포기하는 결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사회민주당, 덴마크인민당 등이 분야별 정책에서는 의견을 달리할지 몰라도 기후변화와 환경을 우선하는 녹색 에너지 성장에는 동의한 것이다.

국민의 지지도 한몫하고 있다. 덴마크 기술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민 10명 중 9명(90%)이 정부의 ‘2050 탄소 제로(0)’ 목표를 지지했다. 덴마크 전력회사 외르스테드의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7명은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장과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가 더 오른다고 해도 63%가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덴마크의 에너지 기술 수출 규모는 129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1.1%를 차지했다. 녹색 에너지 분야 일자리는 연평균 6% 증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2016년 에너지원별로 가격(MWh)을 분석한 결과 육상풍력 발전소는 55유로, 태양열 68유로, 석탄은 72유로였던 반면 원전은 가장 비싼 113유로였다.

도시가 발전하면 인구증가와 함께 환경 문제가 뒤따른다. 쓰레기 증가와 수질오염,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등으로 자칫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덴마크는 이런 부담이 적다. 덴마크의 에너지소비 추이(1980~2015)를 보면 국내총생산(GDP)은 70% 증가했는데 에너지 총소비는 8% 줄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무려 38%, 물 소비가 40%나 감소했다.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는 “바이오와 풍력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이산화탄소 배출과 누수량을 줄이는 에너지 기술을 개발해 ‘탄소 제로(0)국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대도시이건, 지방이건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고층빌딩을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높은 건물이 고작 120m다.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고 온 국민이 맑은 공기와 깨끗한 수돗물을 평등하게 나눠 쓰는 나라. 더불어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 덴마크가 안겨준 울림은 컸다.

<시리즈 끝>

칼룬보르(덴마크)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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