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북한 영토, 99년간 中이 들어가 무역특구로 개발해야"

예영준 입력 2018.10.26. 06:00 수정 2018.10.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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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토 99년간 중국이 조차해 경제개발해야”…홍콩식 조차론 내놓은 中 싱크탱크
“중국이 북한 영토 일부를 99년간 조차(租借)해 자유무역 특구로 개발해야 한다. ”
영국이 중국 영토를 99년간 치외법권으로 조차했던 홍콩을 모델로 중국이 북한 영토를 조차해 개발하자는 주장이 중국의 싱크탱크에서 나왔다. 중국의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 소속의 연구팀이 랴오닝(遼寧)과 지린(吉林)성의 북·중 접경지대를 현지 조사한 뒤 내놓은 방안이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너 북측 지역 전경. [중앙포토]
연구팀을 이끈 차오신(曹辛) 연구원은 24일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차하얼 학회 주최 포럼에서 ‘한반도 정세 완화와 동북지방의 경제발전 기회’란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조차지+자유무역구(Free Trade Zone, FTZ)’ 모델로 이름 붙인 제안을 발표했다. 조차지 관리권은 중국과 북한의 공동위원회 기구가 갖되 중국이 주(主)가 되고 북한이 부(副)가 되는 방식이다. 정책 제안서는 “북한의 기존 경제 특구인 나진·선봉 무역지구가 20여년이 넘도록 ‘정체’ 상태에 있는데 99년간의 장기 조차를 통한 개발은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랴오닝성이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가하려는 북한 황금평도 이런 모델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4일 베이징에서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 학회가 주최한 ’한반도 정세 완화와 동북지방의 경제발전 기회’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이 북한 경제 개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차하얼학회 제공]
조차지는 홍콩의 법률을 참조할 것을 제안했다. 국제자유무역 지대로 만들어 북한 정부의 간여를 막고, 글로벌 기업의 입주를 촉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개발기금 형식으로 미국의 자본을 유치하면 북한 비핵화 지연과 유엔 안보리 제재 등에 따른 리스크 회피가 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조차지 후보로는 단둥(丹東)과 맞닿은 황금평과 위화도 일대와 훈춘(琿春) 접경지대, 청진항 등을 꼽았다.
이날 차오신 연구원이 제안한 ‘조차지 모델’은 기존의 특구 공동개발을 통한 경제협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특구는 북한의 주권과 관할권이 유지되는 가운데 중국이 자본과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협력 방식이지만 홍콩식 조차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조차지 모델은 민간 싱크탱크의 제언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지만 북한 개방이 실현된 이후를 내다보는 중국의 접근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위홍쥔(于洪君) 차하얼학회 수석연구원은 조차지 모델에 대해 “북한이 1999년 신의주에서 시행해 주권·존엄·국가 이미지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세가 변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위 연구원 이외에 주한 대사를 역임한 닝푸쿠이(寧賦魁) 한반도사무 부(副)특별대표도 참석했다.
24일 베이징에서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 학회가 주최한 ’한반도 정세 완화와 동북지방의 경제발전 기회’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닝푸쿠이(왼쪽에서 다섯번째) 전 주한 중국대사 등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차하얼학회 제공]

한편 이날 발표에 북·중 접경 지역의 북한 노동자 고용 현황이 구체적 수치로 제시됐다. 연구팀의 현지 조사에 따르면 현재 랴오닝성에만 약 2만명, 지린성 내의 옌볜 조선족 자치구에 1만5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중국 의류업체 ‘야거얼(雅戈爾)’의 경우 북한 노동자 3070명 고용한 공장을 훈춘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2014년 설립 당시 200달러였던 월급이 현재는 1.5배 가량인 2000위안(32만7500원) 정도로 인상됐다. 차오 연구원은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양국 인민의 교류와 왕래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는데, 접경 지역 현지에서는 이 합의를 북한 노동자 파견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조차지 모델 실현에 앞서 북한 노동력 활용을 확대하는 것을 1단계 북·중 경제 협력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대북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접경 지대의 북한 간부와 옌볜 조선족 자치주 간부들 사이의 비공식 접촉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주목을 끌었다. 미·중 관계가 미묘한 상황에서 조선족 간부가 북한과 불법행위에 연루될 경우 미국의 제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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