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 신재생]"탐라해상풍력, 44m 날개 돌고 있지만..소음은 없었다"

김일중 2018. 10.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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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걱정 뚝..파도소리에 발전기 소리 대부분 묻혀
자켓·해저 케이블 묻은 돌, 인공어초로..생태계 복원
주민과 화합..앞으로 할 해상풍력사업에 기준 될 듯
23일 소형보트를 타고 탐라해상풍력 발전기에 접근했다. 길이 44m 발전기 날개가 계속 돌고 있었지만 소음을 들을 수 없었다. (사진=김일중 기자)

[이데일리 김일중 기자] “자, 이제 보트 엔진을 끄겠습니다. 소리가 들리는지 귀 기울여 보세요.”

제주 한경면 해변으로부터 약 600여m 떨어진 풍력발전기 바로 밑까지 접근한 보트의 요란했던 엔진소리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주변도 함께 조용해졌다.

분명 눈앞에는 44m 길이의 거대한 발전기 날개(블레이드)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들리는 것은 그리 크지 않은 파도소리 뿐. 아주 집중하고 나서야 기계음 같은 것이 작게 들렸다. “사실 발전기 소음이 전혀 없는 게 아니에요. 다만 파도소리 등 바다가 원래 갖고 있는 소음에 상쇄돼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풍력발전에서 가장 우려를 사고 있는 소음문제가 해상풍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지요.”

김동명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의 자신 있는 설명이다. 23일 기자가 찾은 국내 최초·최대 상업용 해상풍력인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제주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 해역에 걸쳐 30㎿(3㎿×10기) 규모로 조성됐다. 두산중공업이 100% 국산 기술로 2015년 4월 착공해 2016년 9월 완공한 후 1년 간 시험운전을 거쳐 2017년 9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총 사업비는 1650억원이 들었으며 한국남동발전이 운영을 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원래 제주도민 약 2만 4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8만 5000㎿h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그런데 실제 전력 생산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목표치의 113%에 달했다”고 밝혔다.

김동명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이 23일 종합상황실에서 풍력발전기 상황을 모니터 하고 있다. (사진=김일중 기자)


◇발전기는 발전만 하는 게 아니다…어초 역할로 생태계 보전

“그럼, 종합상황실로 가볼까요?”

한 쪽 벽면을 차지한 모니터에는 10기의 풍력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기기의 상태를 나타내는 영상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옆 테이블에서는 탐라해상풍력발전 기술팀과 보수업체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해저 전력케이블을 돌로 덮는 보수작업을 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작업이 철저히 됐는지 재차 확인해주세요”, “해녀들이 채취 작업을 할 때 노출된 케이블이 위험할 수 있으니 마을에 주의요청해 주기 바랍니다.”

해저케이블을 돌로 덮었다고? 이들의 회의내용이 궁금했다.

김 본부장은 “탐라해상풍력의 또 다른 특징은 수심 20m에 있는 해저 전력케이블을 모두 1m 높이로 돌을 덮어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한 것”이라며 “이는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해녀들의 사고를 예방하는 한편 이 돌들이 어초역할을 해 해조류 및 어패류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회의는 태풍 ‘콩레이’ 때문에 돌들이 쓸려나가면서 노출된 해저 전력케이블에 대한 보수작업을 마치고 평가와 보완책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초 역할을 하는 것은 케이블을 덮는 돌 뿐만이 아니다. 발전기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자켓’ 역시 인공어초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공사기간 동안은 당초 주민들의 우려처럼 어획량 등에 피해가 없지 않았다”면서도 “완공 후에는 자켓과 해저케이블을 덮은 돌들이 인공어초 역할을 하면서 소라, 전복 등이 늘어나고 물고기도 몰리는 등 주민들이 매우 흡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에서 두모리에 걸쳐 조성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노을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탐라해상풍력발전)


◇앞으로 대한민국 해상풍력발전의 기준은 탐라해상풍력이다

“우리는 ‘최초’이고 ‘기준’입니다”

탐라해상풍력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민들과 합의하는 과정 △수익을 극대화하는 운영 노하우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 등 모두를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했고 시도하고 있다.

탐라해상풍력사업이 첫발을 뗐던 때는 2006년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거의 10년 동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그 사이 사업주체가 수차례 바뀌었다.

그러다 한국남동발전이 2015년 포스코에너지로부터 지분을 매입하고 사업 전면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남동발전은 주민들과 수없이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다. 김 본부장은 특히 “해녀들이 물에 들어가면 전자파 때문에 죽는다 등 각종 유언비어가 돌아 정말 힘들었다”라며 “각종 사례들과 과학적 근거로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주민들의 마음이 열렸다”고 밝혔다.

지역상생을 위한 정책도 흥미로웠다. 김 본부장은 “1㎿당 일정 수익을 마을 몫으로 배정했으며 계약기간인 20년 동안 총 100억원 가량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마을들은 필요시설을 짓고 자체 수익사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탐라해상풍력단지는 두모리와 금등리 마을을 거치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곳으로 변모시키고 있었다.

“저 앞 건물 보이시죠? 마을 살아보기 체험을 하는 집입니다. 저 쪽은 뭘까요? 카페에요. 쪽빛 바다와 한 켠으로 보이는 섬 비양도.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유유히 돌아가는 바람개비. 해변도로 드라이브 하던 사람들이, 자전거 여행을 하던 이들이 이런 멋진 모습을 감상하려고 찾는거예요. 이런 자리에 커피가 빠지면 또 섭섭하잖아요.”

탐라해상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서 효용성은 물론이고, 지역주민과의 상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김동명 본부장은 “내일(24일) 완도에서 주민들이 온다고 하네요. 해상풍력을 하려는데 정말 괜찮은지 견학을 오는 것이지요. 모르니까, 해본 적 없으니까 실제로 하고 있는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에요. 그래서 꼭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기준’일 뿐입니다. 앞으로 해상풍력을 할 곳은 저희보다 더 지역주민과 협력하고 더 수익을 내고 더 상생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위치도. (사진=네이버 지도)

김일중 (nurijig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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