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 '대운하 중단' 석달 뒤, 청와대 문건에 "타이밍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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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6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대운하 중단 선언'을 하고 석 달도 안 돼 청와대에서 "대운하 수혜지역(자치단체)과 민간의 강력한 요청 등을 기다려 자연스럽게 촉발될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는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권 출범 초 미국산 쇠고기 촛불 집회로 홍역을 치른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6월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대운하 사업 중단 의사를 밝힌 지 석 달도 안된 시점에, 대운하 사업 '타이밍'을 기다려야한다는 내용이 청와대 공식문건으로 작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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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권미혁·이재정·홍익표 민주당 의원 공개
"대운하 거론 자제 필요, 논쟁소지 적은 사업부터
속도감있게 추진해 국민 공감대 확보 전략적 유효"
[한겨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6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대운하 중단 선언’을 하고 석 달도 안 돼 청와대에서 “대운하 수혜지역(자치단체)과 민간의 강력한 요청 등을 기다려 자연스럽게 촉발될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는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가 대운하 의지를 꺾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지난 1월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청계재단이 있는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서들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호·권미혁·이재정·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제출받은 380건의 ‘영포빌딩 청와대 문건’을 26일 <한겨레>에 공개했다.
이중 2008년 9월8일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정무수석실) 문건을 보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병석·김영우 의원, 친이계 초선 의원 10여명, 이재오 전 의원 등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대운하사업’ 재추진 논란이 정국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하고”있다며 “현 시점에서 대운하 이슈 재부각은 쇠고기 문제가 겨우 마무리되고 지지율이 회복되는 시점에서 악재가 될 소지가 크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어 “아직은 대운하 재추진을 본격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 및 경기부양의 필요성 증대 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운하 수혜지역(자치단체)과 민간의 강력한 요청 등을 기다려 자연스럽게 촉발될 타이밍을 기다려야”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정권 출범 초 미국산 쇠고기 촛불 집회로 홍역을 치른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6월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대운하 사업 중단 의사를 밝힌 지 석 달도 안된 시점에, 대운하 사업 ‘타이밍’을 기다려야한다는 내용이 청와대 공식문건으로 작성된 것이다.
이 문건이 작성된 지 두 달 뒤인 11월10일 같은 정무수석실의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 문건에서는 “2009년 하천정비 관련 예산 4800억원이 증액돼 국회에서 심의예정”이라며 대운하 이슈가 재점화되는 상황과 관련해 “국회 예산심의를 앞두고 소위 측근이라는 사람들 위주로 산발적으로 (대운하가) 거론되는 것은 불필요하고 소모적 논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문건에는 당시 추부길 전 정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이 “국민 일부가 반대하더라도 반드시해야”, 권택기·조해진·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이 “지방 경제를 살릴 대운하를 다시 시작해야” 등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대운하 추진을 거론한 내용들도 적혀 있다. 문건에는 또 “하천정비 예산이 통과될 때까지는 대운하 거론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고, 대운하는 논쟁소지가 적은 사업부터 내실있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효”하다고 적혀 있다.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6월 대운하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두 달 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국가 하천 정비사업을 해보라”고 지시하면서 4대강 사업이 시작됐는데, 이것이 청와대 문건에 나온대로 ‘논쟁소지가 적은 사업’부터 차곡차곡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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