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스타 스타' 아보카도, 알고보면 환경파괴 주범

김민아 기자 2018. 10. 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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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아보카도’를 검색하면 대략 896만개의 게시물이 뜬다. 해시태그(#)를 붙인 아보카도는 36만개, 영문이름(avocado)은 860만개가 검색된다. 과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름진 맛과 ‘슈렉’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빛깔을 가진 아보카도는 요즘 국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과일 중 하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보카도가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 파헤쳐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아보카도에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붙은 건 약 2년 전, 아보카도의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부터다. 9월 3일 관세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8년 1~7월 아보카도 수입액은 작년 한 해 수입액인 3000만 달러(약 338억5000만 원)를 이미 넘어섰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난해 수입액은 약 14.6배 증가했고, 수입량도 6000톤(t)으로 약 11.2배 늘었다(아래 그래프).

연도별 아보카도 증감율

1만㎞ ‘산 넘고 물 건너’ 오는 아보카도 
 
문제는 수송 거리다. 아보카도의 원산지는 멕시코 중동부의 고산지대다. 아보카도(avocado)라는 명칭도 스페인어 ‘아구아카테(Aguacate)’ 또는 ‘아후카테(Ahucate)’에서 유래했다(이는 3~5세기경 고대 아즈텍에서 ‘물을 많이 지니고 있다’ 또는 ‘고환’을 뜻하는 말 ‘아후아카틀(Ahuacatl)’에서 변형됐다고 전해진다). 

한국은 아보카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서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국은 주로 미국(57%), 멕시코(28%), 뉴질랜드(13%)다. 아보카도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적게는 9789㎞에서 많게는 1만3054㎞의 거리를 이동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보카도는 후숙(과실 등을 수확한 뒤 일정 기간 보관해 더 익히는 것) 과일이다. 후숙 기간 동안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고, 포장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아보카도 ‘탄소발자국’ 직접 계산해보니 

아보카도의 환경파괴 영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직접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표적인 환경성적표지인 ‘탄소발자국’을 알아보리라. 그러나 인기가 무색하리만큼 아보카도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2009년 2월부터 탄소성적표지 인증제도를 운영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가정용 보일러, TV, 음료수 등 공산품에 해당하는 값만 제공하고 있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후변화대응팀이 만든 스마트 그린푸드 홈페이지(www.smartgreenfood.org)의 ‘농산물 수입과 탄소’ ‘밥상의 탄소발자국’ 자료도 2007년 데이터에 기반을 둬 ‘뉴페이스’인 아보카도의 데이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직접 계산해 볼 밖에.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지영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인증팀 연구원은 “탄소발자국이란 원료 채취와 제품 생산, 수송, 유통,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산출한 값”이라며 “어떤 과정에서 탄소발자국 수치가 커질 지는 제품마다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최민혁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후변화대응팀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일단 수송과정의 온실가스 발생량만이라도 계산해보기로 했다. 아보카도를 비롯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농축산물 18개 품목을 대상으로 삼았다(왼쪽 표). 

온실가스 발생량은 ‘수입물량’과 ‘수송거리’, 그리고 ‘수송 수단별 이산화탄소(CO2) 배출계수’를 곱해 구했다. 수입국이 여러 곳이면 수입물량의 90% 이상을 제공하는 상위 3개 국가로 계산했다.

수입물량 자료 - 농림수산식품 수출입동향 및 통계 2017, 수송 수단별 이산화탄소 배출계수 - 컨테이너를 이용한 해상수송 기준(환경산업기술원), 수송거리 - 국립해양조사원

결과는 18개 품목 중 아보카도가 7위, 꽤 높은 등수였다. 아보카도 100g을 운송하는 데에는 이산화탄소 10.37g이 배출됐다. 계산 과정과 결과를 검토한 최 연구원은 “수송 과정뿐만 아니라 아보카도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면 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재배하면 어떨까 

제주도처럼 따뜻한 지역에서 아보카도를 직접 재배할 수는 없을까. 아보카도의 높은 등수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이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2014년 2월 ‘아열대과수 도입 평가 및 적응재배법 개발’에 관한 연구 과제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연구 과제의 제2 세부 연구 과제는 아보카도 도입 평가 및 재배기술 개발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품종인 하스(Hass) 품종의 생존률은 25%에 그쳤고, 헤이스(Hayes) 품종의 생존률은 0%였다. 당시 연구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임찬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사는 “현재 한국에서 아보카도 재배를 시도하고 있는 농가는 한두 곳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과실 수량이 매우 적어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에 적합한 품종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재배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제주 서귀포시에서 아보카도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는 신가휴 씨는 “목질이 단단하게 굳기까지 적어도 2년 동안은 온실에서 아보카도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사 역시 “한국에서 아보카도를 키우려면 겨울철에는 추가로 온도를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아보카도를 국내에서 생산한다고 해도 현재 기술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최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고 알려졌지만, 아보카도의 경우 국내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데이터부터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 부족, 산림 파괴 문제도 해결해야 

아보카도는 온실가스만 논란이 되는 게 아니다. 물 소모량도 어마어마하다. 가로세로 100m 규모의 아보카도 농장을 운영하는 데 하루에 10만L가량 물이 들어간다. 사람 1000명이 하루 동안 쓰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실제로 캐롤리나 빌체스 칠레 페토르카 지역 수자원관리당국 책임자는 올해 3월 30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민들이 급수 트럭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 동안 (아보카도) 농장에 많은 물이 흘러들고 저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칠레 페토르카 지역의 아보카도 재배 면적은 1990년대 20㎢에서 최근 약 160㎢로 8배나 급증했다.

 
세계 최대 아보카도 수출국인 멕시코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멕시코 남서부 미초아칸주의 산간 지역 농부들은 아보카도를 심기 위해 소나무 등을 베어내고 있다. 멕시코 국립산림연구소에 따르면 2001~2010년 미초아칸주의 아보카도 생산량은 3배로 늘었고 수출은 10배 증가했다. 아보카도 경작지가 늘어나면서 파괴된 숲의 면적은 한 해 약 6.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의 두 배가 넘는다. 

마리아 타피아 바르가스 멕시코 국립산림연구소 연구원은 2016년 8월 10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소나무 가지 밑에서 아보카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며 “농부들이 (아보카도 나무를 키우기 위해) 소나무를 완전히 잘라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탄소발자국 수치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친환경 식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과정에서 환경에 다른 부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성적표지에는 탄소발자국 외에도 오존층 영향, 산성비, 광화학 스모그, 자원 발자국 등이 포함된다. 

‘인스타 스타’ 아보카도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제는 ‘윤리적 소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아보카도는 후숙 과일이라 포장과 수송과정에서의 탄소발자국 값이 크다. 사진은 아보카도 생산업체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더미션 프로듀스’의 분류 작업장. - California Avocados(F) 제공

연관기사 :  과학동아 2018년 10월호 '‘인스타 스타’ 아보카도, 환경파괴 주범?'

[김민아 기자 heresm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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