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세계최대 동상 건립에 5천억원 투입.."농민은 한숨"

2018. 10. 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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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파텔 前총리 동상 제막식.."관광자원" vs "농업인프라 투자가 먼저"
제막식을 앞둔 파텔 전 부총리의 동상. [AFP=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에서 높이 182m짜리 세계 최대 동상 건립을 놓고 찬반 여론이 격화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오는 31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州)에서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 전 부총리의 동상 제막식이 열린다.

파텔은 '인도의 철인(Iron Man)'으로 불린다.

1875년 구자라트 주에서 태어난 그는 간디, 네루와 함께 영국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했다. 1947년 독립 후에는 네루 총리 아래에서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지역 왕국과 정파로 갈라져 싸우던 여러 세력을 아울러 인도라는 연방 깃발 아래 뭉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동상의 이름도 '통합의 상'으로 정해졌다.

특히 이 동상은 높이가 엄청나다.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93m)의 두 배나 된다.

현재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중국 허난(河南)성 핑딩(平頂)산 중원대불(中原大佛·128m)보다도 훨씬 높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2013년 동상 착공에 들어갔고 1천850t의 동이 투입됐다.

인근에 3성급 호텔과 박물관, 연구소 등도 지어진다. 5년간 총 공사비만 4억3천만달러(약 4천900억원)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직도 수억 명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도에서는 당장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효용 가치가 크게 없는 구조물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 경제를 한 축을 담당하는 농부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관개수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나라 환경에서 수천억원짜리 동상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인도 농부의 수는 13억5천만명 인도 인구의 절반에 달하지만,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칠 정도로 여전히 농업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동상 건설현장 운전사로도 근무하는 비젠드라 타드비는 BBC방송에 "인도 정부는 거대한 동상이 아니라 농부들을 위해 돈을 썼어야 했다"며 "아직도 이 지역 농부들은 관개수로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제막식을 앞둔 파텔 전 부총리의 동상. [AFP=연합뉴스]

이에 인도 정부는 이 동상이 지역 관광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연간 250만명이 이 동상을 보러 방문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당국 관계자는 "이 동상으로 인해 지역에 고용 기회가 늘고 관광객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의 진정한 속내는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BJP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동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더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BJP는 힌두 민족주의 우파 성향이 강한 반면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주장하는 정당으로 네루 가문이 이끌고 있다.

현재 INC의 라훌 간디 총재는 네루 초대 총리의 증손자이며, 간디 총재의 할머니 인디라 간디, 아버지 라지브 간디 모두 INC 총재와 총리를 역임했다.

와중에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그간 파텔의 업적이 네루에 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에서 파텔은 힌두교도 지지층 결속은 물론 INC 지도층을 직접 견제하는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2013년 총선 유세 과정에서 "파텔이 첫 총리가 되지 못한 점에 대해 모든 인도인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파텔은 INC의 멤버이기도 했다.

BJP로서는 INC의 멤버까지 포용한다는 대중적 이미지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현지 지역 주민인 프라풀 바사바는 힌두스탄타임스에 "제막식 당일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파텔이라는 이름이 선거 득표를 위해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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