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30일 최종 선고

입력 2018. 10. 29. 14:06 수정 2018. 10. 30.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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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에게 배상청구권 있나'가 핵심 쟁점
대법원 전합, 2012년 소부 판결 유지할지 관심
재판거래 검찰 수사와 한일관계에 파장 예상
일본, '한일관계 근간 흔들린다'며 반발 예고

[한겨레]

지난8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 재판거래 규탄 및 일제 강제동원 피해 소송 전원합의체 심리재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의 대표적 사건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이 30일 선고된다. 판결에 따라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와 한·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0일 오후 2시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씨 등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을 선고한다. 소송 제기 13년8개월 만이며, 함께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됐을 때부터 따지면 18년여 만이다.

앞서 2012년 5월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당시 대법관)는 원고패소로 판결한 1·2심 판결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미쓰비시 중공업 사건과 신일본제철 사건을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으로 각각 돌려보냈다. 환송 후 원심이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원고들에게 각각 8천만원과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선고해 피고 회사들이 재상고했으나, 대법원은 5년 넘게 심리를 미뤄왔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등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한일관계 등을 이유로 강제징용 소송 재판을 늦추거나 결론을 뒤집는 안을 제시하는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와 재판 진행 및 처리방향을 논의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그러는 사이 여운택·신천수씨가 숨진 데 이어 지난 8월 김규수씨도 사망하는 등 두 사건의 원고 9명 중 8명이 사망해, 생존자는 이춘식씨 뿐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여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쟁점 대부분은 2012년 판결 때와 기본적으로 같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한일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는지’에 대해, 2012년 대법원은 “손해배상청구권 등 개인청구권은 한일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일협정으로 일본이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라고 보기 어렵고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면서 한일 정부가 일본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에 비춰보면, “일제 당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재판부는 나아가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번 재상고심 심리에서도 “개인청구권도 한일협정에 포함돼 소멸했다”는 ‘포함설’과 “개인청구권은 한일협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소멸하지 않았다”는 ‘불포함설’이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된 것인지’ 여부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결론이 난 일본 법원의 판결 효력이 국내에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2012년 당시 대법원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운택·신천수씨는 1997년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금 및 임금 지급소송을 냈다가 2003년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2012년 판결에서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에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한반도와 여씨 등에게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므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일본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에 1·2심은 일본판결의 효력을 인정했다.

‘신일철주금이 여씨 등을 강제동원했던 옛 일본제철의 채무를 승계받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2012년 대법원은 ‘그렇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일본제철(지금의 신일철주금)은 옛 일본제철의 영업재산, 임원, 종업원을 실질적으로 승계해 회사의 인적·물적 구성에 기본적인 변화가 없었다. 전후 문제 처리라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제정된 일본 국내법을 이유로 옛 일본제철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채무가 면탈되는 결과는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비춰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에, 1·2심은 “옛 일본제철이 신일본제철의 법인격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일철주금이 여씨 등의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이미 없어졌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당시 대법원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적어도 여씨 등이 국내에서 소송을 낸 2005년 2월까지는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2005년 1월에야 한일협정 관련 문서가 공개됐고, 그해 8월 민관공동위원회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점 등을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심리에서도 객관적으로 (소송 제기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해소된 시점이 언제인지, 그때부터 언제까지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지 등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소멸시효 완성 시점’을 판단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 이후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후속소송이 모두 13건 제기돼, 이 중 일부는 대법원에까지 올라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장애사유가 해소된 뒤 일정한 기간 이내’에 소송을 내지 않은 사건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하면 이들 후속소송 가운데서도 영향을 받을 사건이 있을 수 있다.

전원합의체 심리에서는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의 효력’도 쟁점이 됐다. 당시와 같은 쟁점을 재상고심에서 다시 다루기 위해선 상고심 판결의 확정력·기판력에 대한 판단이 불가피한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판결에서는 2012년 소부 판결 이후 학계 등에서 제기된 국제 재판관할권의 문제, 국제법상 책임 한계, 재판의 준거법 문제 등의 논란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정리된 입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 ‘한-일관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강력한 반발을 예고했다. 일본 언론은 일본기업의 패소가 확정되면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이날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청구권 이야기는 이미 끝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배상 판결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하자’는 것에 대해서 한국 쪽도 한국 내에서 확실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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