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모두가 잘사는 독일? 과연 그럴까

신희완 입력 2018.10.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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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빈곤해지는 독일인들.. 더 일하면서 더 불안정하게 산다

[오마이뉴스 글:신희완, 편집:김지현]

 독일인의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 pexels
흔히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모두가 잘사는 나라'라고 알려진 독일에는 오랜 세월 각종 경고 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그 신호는 더욱 빠르게 깜빡이고 있다.

1. 하청 노동자의 증가

첫 번째 신호는 열악한 처우에 놓인 하청 노동자 비율의 증가다. 1997년부터 2015년까지 독일 내 하청 노동자는 5배 증가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하청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중 2.8%(총 103만 명)에 달한다. 2014년에는 2.4%였는데,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철강·물류·우편 산업 업계의 하청 노동자 비율은 15%에 육박한다.

비율의 증가뿐만 아니라, 개선되지 않는 하청 노동자의 임금 격차 문제도 크다. 일반 정규직 노동자의 세전 소득 중위값은 3209유로(한화 약 417만 원)인데, 풀타임 하청 노동자의 세전소득은 중위값은 1868유로(한화 약 242만 원)으로 극심한 차이 보인다.

이런 차이를 두고 '하청 노동자들의 자격·경력 부족 등이 원인이며, 다수의 하청 노동자가 주요 업무가 아닌 보조 업무를 하기에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가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을 받는 것은 오랫동안 지적돼온 고질적인 문제다. 이는 차이가 아닌 차별의 문제다.

게다가 2017년 하반기에 하청 노동일을 그만둔 사람의 40%는 90일이 지나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나머지 60%는 새로 일자리를 구했지만 그중 40%(전체의 24%)는 다시 하청 노동자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청 노동자로 경력을 쌓은 이들의 전망도 그리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2. 노동 빈곤층의 증가

두 번째 신호는 노동을 함에도 빈곤 위험에 처해있는 '노동 빈곤층'(Working Poor)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독일 전체 노동자 중 노동 빈곤층의 비율은 9.6%에 달한다. 2004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상황이다.

독일 국가 빈곤 컨퍼런스의 대표 중 한 명이었던 에리카 비엔(Erika Biehn)은 고용률을 높여준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미니잡을 두고 "이런 상황을 악화시킨 문제이고, 그동안 포장돼왔던 것처럼 좋은 일자리를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라며 "전망도, 소득도, 노동 환경도, 그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은 일자리의 뒷골목 같다"라고 비판했다.

미니잡은 월 급여 450유로(한화 약 58만 원) 미만의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를 말한다. 미니잡의 경우, 여성이 비율이 높은데 그만큼 여성 노동자의 빈곤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이들을 전망 없는 일자리에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중위소득 60% 이하 소득 시 빈곤 위험 계층으로 분류되는데 독일의 경우 월 1096유로(약 142만 원)이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기간제 노동자 중 빈곤 위험 계층의 비율은 2007년 12.7%에서 2017년 18.3%로 증가했고, 파트타임 노동자의 빈곤 위험 계층 비율은 2007년 10.1%에서 2017년 14%로 증가했다.

3. 추가 노동의 증가
 
 독일 노동 직군 중 추가 노동시간이 가장 긴 직종은 운송 차량 노동자로, 주당 추가 노동 시간이 약 7.2시간에 달했다(자료사진).
ⓒ pexels
 
이뿐만 아니다. 노동환경도 계속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해가고 있다. 연방노동보호 및 노동의료연구소(Bundesanstalt fur Arbeitsschutz und Arbeitsmedizin)의 연구에 따르면, 독일 내 노동자는 지난해 주당 약 4시간의 추가 노동을 했다고 한다. 

이 통계는 정규직·비정규직이 모두 포함된 내용으로, 전체 노동자의 계약서상 평균 노동시간은 약 35.1시간이었지만 실제 조사된 노동시간은 38.7시간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만 놓고 봤을 땐 초과 노동시간이 거의 5시간에 달한다. 추가 노동시간이 가장 긴 직종은 운송 차량 노동자로, 주당 추가 노동 시간이 약 7.2시간에 달했다. 추가 노동의 이유는 80%가 사내 기준과 업무 이유 때문이라고 답변했고, 43%의 노동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말에 근로한다고 조사됐다.

독일 좌파연합의 노동시장 전문가인 자비네 찜머만(Sabine Zimmermann)은 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이 일을 함에도 빈곤에 처해있다고 비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더 높여야 하고, 그에 그치지 않고 이유 없는 임시직(Sachgrundlose Befristung)을 철폐하고, 노동자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 주거난으로 인한 빈곤
 
 독일의 주거난 상황도 심각하다.
ⓒ pexels
 
노동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최근 독일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주요한 사회 이슈로 자리 잡은 주거난은 점점 열악해지는 독일의 거주민들이 빈곤해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득보다 임대료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주택이 부족하다 보니 임대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빈곤해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독일 사회연합(Sozialverband Deutschland)이 발주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 대도시 내 100만 가구 이상이 임금 소득에서 월세를 제하고 나면 '하르츠 IV 기본급여'(독일 사회 복지 제도 중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비) 수준 이하의 생활비만 남을 정도로 빈곤에 처해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은 세후 소득의 최소 29%가량을 난방비·관리비 제외한 기본 월세에 지출해야 한다고 한다.

저소득층, 이주 배경을 지닌 사람, 연금생활자, 저학력층, 편부모 가정 등은 좀 더 높은 비율로 임대료로 인한 주거비가 더 부담된다는 건 이미 주거난이 심화된 전 세계 수많은 도시에서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중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에 대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월 1300유로(한화 약 168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소득에 절반에 달하는 약 46%를 임대료에 지출해야 하지만, 월 4500유로(한화 약 584만 원) 소득 가구는 약 17%만 임대료에 지출해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적다.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중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게 다가 아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높음에도, 자신만의 주택에 거주하지 못한다.

이들은 주거 공동체 등에 입주해 세입자의 세입자로(전차인, Untermieter*in) 방 한 칸을 빌려 산다. 노동 환경이 안 좋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 또한 안 좋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주거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독일 내 도시에 최소 190만 채의 지불가능한 주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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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경북프라이드에 기고한 글을 일부 수정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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