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언론도 좌편향" 검은 옷 입고 '한유총 대토론회' 모인 사립유치원장들 [현장]

노도현 기자 2018. 10. 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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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비공개 토론회에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ㆍ고양 킨텍스서 ‘맞불 토론회’ 철통 보안 속 대응책 논의
ㆍ“정부도 언론도 좌편향됐다”
ㆍ 시민단체, 한유총 검찰 고발

“언론도, 정부도 좌편향됐다” “공산당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다.”

전국의 사립유치원장들이 모여 ‘검은 물결’을 이뤘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강경책을 잇따라 내놓자 ‘맞불 토론회’로 대응한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30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토론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애초 한유총이 공지한대로 위아래 모두 검은 옷을 입었다. 목도리, 모자, 가방, 신발까지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이들이 많았다. 토론회장 건물 앞 현수막에는 ‘유치원 120년 역사의 자부심’이라는 문구가 쓰였다. 주차장은 지역에서 올라온 대형 버스들로 가득 찼다. 행사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고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한유총은 이번 토론회가 ‘집단행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동렬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뭔지 법리적으로 알려드리고, 회원들이 서로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는 행사”라며 “별다른 결정을 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취재진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철통보안’을 유지했다. 토론회장 입구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한유총 로고 스티커를 붙인 이들만 들여보냈다. 준비한 스티커 3000여장이 동나자 손등에 일일이 도장을 찍어줬다. 참석인원은 4500여명이라고 한유총은 밝혔다. 유치원 관계자들 외에 김정호 연세대 교수, 이학춘 동아대 교수, 김지욱 변호사가 참석해 특강을 진행했다.

토론회장 앞에서 만난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했다. 경기 화성의 한 유치원 원장은 “초상집에 온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했다. 그는 “언론도, 정부도 좌편향됐다”며 “원장이 주방 일도 보고, 유치원 주변도 치우고, 차량도 관리하는데 하나도 안 알아준다”고 말했다.

또다른 원장은 “교육자니까 아무 것도 가져가면 안 된다는 건 공산당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했다. 수원의 한 유치원 설립자는 전기청소기를 들고 나와 “아침마다 이걸 들고 3시간씩 유치원 청소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저한테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30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토론회장에 설치된 스티커보드. 참석자들은 정부·여당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움직임에 따른 대응방안을 골라 스티커를 붙였다. 이상훈 선임기자

한유총 측은 행사장에 팻말을 세우고,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박용진 3법이 통과된다면”이라는 주제로 긴급 여론조사를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심이 돼 발의한 법안이 사립유치원들을 죽일 것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원장·설립자들은 ‘폐원하고 싶다’ 항목에 우르르 스티커를 붙였다. 윤성혜 한유총 언론홍보이사는 “오늘 토론회를 통해 폐원을 원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과 여론을 의식한 듯 “비대위 차원에서 집단행동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폐원은 최후의 방법이고, 일단 국회와 교육부를 상대로 우리의 주장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토론회가 끝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생존권까지 침해받아가면서 모든 것을 희생할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의 특수성을 조속히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날 유치원 관련 정부·국회 토론회를 몇 차례나 무산시킨 한유총을 특수공무집행방해·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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