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유대인 총격 원인 놓고 분열한 유대인 사회

이왕구 2018. 10. 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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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희생자를 낸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사건으로 전세계 유대인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 사건의 책임 소재를 놓고 미국 내 유대인 사회의 여론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할리 소이퍼 미국유대인민주위원회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에 역대급 증오와 분열을 야기한 인물"이라며 "그가 반유대주의를 촉발한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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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피츠버그 트리오브라이프 회당 바깥쪽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다윗의 별이 걸려있다. 피츠버그=AP 연합뉴스

11명의 희생자를 낸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사건으로 전세계 유대인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 사건의 책임 소재를 놓고 미국 내 유대인 사회의 여론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이민자, 난민 등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 유대주의를 촉발하고 있다는 쪽과 그 어느 대통령보다 친(親) 이스라엘 기조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쪽의 갈등이다. 대다수가 진보성향인 미국 내 유대인들과 보수성향이 강한 이스라엘 본국 유대인들간의 해묵은 반목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총기난사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순수 악(pure evil)’이라고 비난했지만, 다수의 미국 내 유대인들은 냉소적이다. 진보성향 유대인 단체 이프낫나우 창립 회원인 요나 리버맨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는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피가 묻어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진보성향의 유태계 갑부인 조지 소로스가 자신의 반대세력에 자금을 대고 있다고 비난해 왔는데, 다수가 민주당 지지자인 미국 내 유대인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곱게 비칠 리가 없다.

2016년 대선에서 유대교 신자 71%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는데, 이는 미국 내 주요종교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특히 지난해 극우세력과 반대세력이 충돌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이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 발언은 유대인들의 반감을 키웠다. 당시 극우세력 가운데 신나치주의자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유대인들이 우리를 대신할 수 없다”며 노골적인 반유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할리 소이퍼 미국유대인민주위원회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에 역대급 증오와 분열을 야기한 인물”이라며 “그가 반유대주의를 촉발한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병 주고 약 주는’행태와 같다는 시각이다. 사건이 일어난 트리오브라이프 회당의 전 지도자였던 리넷 레더먼은 CNN에 “우리에겐 우리를 지지하고 우리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는 대통령이 피츠버그에 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보수성향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묻는 건 부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유대인 사위를 두고 있으며 △아랍권 반발을 무릅쓰고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을 옮긴 것 △이스라엘 민족주의자들이 반대해 온 이란핵협정에서 탈퇴를 결정한 일 등 트럼프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행보를 근거로 들고 있다. 트럼프재단에서 10년간 부회장을 맡았던 유대인 에이브러햄 월럭은 “한 번도 트럼프가 반유대성향을 나타낸 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내 모친 장례식 때 그는 야물케(유대인 모자)를 쓰고 왔다”고 반박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처를 잘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샬러츠빌 사태 때 발언으로 잃었던 유대인들의 인심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mailto: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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