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레이스 시동, 누가 치고 나올까

2018. 10. 3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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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범여권 이낙연 총리 약진, 그 뒤에 박원순… 범보수는 황교안·유승민 선두권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단지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높아서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위협할 만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급 인물이 사실상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 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권호욱 기자

과거에는 대통령 이외에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이 존재했다. 김영삼 대통령에게 김대중, 김대중 대통령에겐 이회창이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 때는 이명박·박근혜가 한쪽을 지배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 때는 문재인이 있었다. 이런 인물의 존재는 현직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야 어디에도 여론을 움직일 만한 유력한 차기 주자는 없다.

독보적 인물이 없다보니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저마다 가능성을 타진하며 일단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다. 대선 2∼3년 전 1위는 결국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며 지금의 순위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이변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그 이후 사례들을 보면 새 정부 1∼2년 즈음 1∼2위를 했던 인물들이 줄곧 강세를 보이며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중의 관심권에 뒤늦게 그리고 짧은 기간에 진입해 한자리 차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김경수, 심상정, 김부겸 등 중위권에

여론조사기관들은 차기주자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언론 보도는 그 순위에 맞춰 이루어진다. 대중은 이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조사 결과 자체가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순위에서 밀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으려고 대권주자들은 지속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낸다.

리얼미터의 9월 말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범진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낙연 총리가 14.6%로 1위를 차지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11.7%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김경수 경남지사 9.5%, 심상정 의원 8.2%, 김부겸 행안부 장관 8.0%, 이재명 경기지사 7.4%,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3.7%, 이해찬 민주당 대표 3.3%, 송영길 의원 3.1%,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3.1% 순이었다.

범보수에서는 황교안 전 총리가 13.9%,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3.5%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다음으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9.5%,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7%, 오세훈 전 서울시장 5.3%, 원희룡 제주지사 4.9%,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4.1%, 김무성 한국당 의원 3.8%, 김문수 전 경기지사 3.4%,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2.3% 순이었다.

범여권에서는 이낙연 총리의 약진이 눈에 띈다. 부드러우면서 촌철살인의 말솜씨, 능수능란한 야당 대응, 총리라는 무게감 등이 결합되면서 부상했다. 박원순 시장은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다. 평가를 받는 입장이라 경선과 본선 모두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추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문제, 국감 등에서 보듯 정치적 공세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지사는 최근 한 매체에서 실시한 정치영역 차세대 리더 1위에 올랐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는 신입생이지만 이미 정치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지지층에서는 노무현과 문재인의 정신을 이을 인물로 꼽고 있다. 다만 드루킹과 관련해 가해질 수 있는 정치적 공세에 대한 방어와 본인의 도정 성과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주목해야 할 주자이다. 진보의 불모지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장관으로 중량감도 키웠다. 타 경쟁자에 비해 진보성향층의 지지가 약하긴 하지만 여당의 약세지역인 TK지역에서 소구력이 높다는 점 자체가 김 장관에 대한 수요를 높일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배우 스캔들이 집중적으로 제기되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일정 수준의 지지도가 유지되며 고정지지층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온건한 다른 정치인과 달리 결단과 실행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게 일정 부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선출직에 나서지 않겠다”는 선언이 대중의 관심을 꺾지는 못했다. 유 이사장을 포함한 조사에서는 선두권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에 나서지 않겠다는 말은 진심으로 읽히나 환경 변화와 외부 요청에 의한 고민의 시간이 한 번은 더 올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상위권에 안착해 있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비롯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이해찬 대표, 송영길 의원, 추미애 전 대표 등 주자들이 적지 않다. 지지층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아 정보습득이 빠르기 때문에 진보진영의 대선과정엔 역동성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언제 새로운 인물이 부상해 구도를 흔들지 모른다.

안철수와 홍준표는 재기 가능할까

범야권의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유권자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해졌지만 새로운 인물 공급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앞을 달리고 있는 인물은 황교안 전 총리다. 총리를 지낸 무게감에 보수이념을 충실하게 대변한다는 인상이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보수성향층만 놓고 볼 때 30% 이상의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서의 총리 경험은 확장성엔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주목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때 ‘살아있는 권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호기롭게 맞짱을 떠 소신 있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정치인 중에서는 드물게 경제분야 전문성도 지니고 있다. 강경보수층에서의 반감과 소수정당 소속으로서의 제약 등은 해소해야 할 만만치 않은 과제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상처를 입고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다음 총선 전에 귀국해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던 홍준표 전 대표는 최근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한 활발한 활동 재개를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지사를 주목하기도 한다. 보수 심판의 혹독한 6·13 지방선거 바람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입지를 구축한 것이라는 평가다.

대선과 관련해 보수는 개별 후보들의 문제보다도 보수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과거와 단절이 이루어졌다는 인식이 전달되어야 이른바 강경보수, 합리적 보수, 중도보수 등이 재결합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현재로는 각 인물이 보수 내 각 세력을 기반으로 일정 지지를 얻을 순 있지만 폭넓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어려운 구조이다.

총성은 울리고, 이미 레이스는 시작됐다. 누가 뜨고, 누가 질 것인가.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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