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D의심 환자 부검 의무화..연구 위해 필요 vs 강제 부검은 안 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창훈 2018. 10. 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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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을 확인하기 위해 CJD 의심 환자의 사후 부검은 의무화 돼야 할까. CJD 환자의 부검 의무화를 두고 소관 부처인 질병관리본부는 사후 부검 의무화는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반면 학계에서는 늘어나는 CJD의심 환자의 발병 원인을 밝히고 변종 CJD 의심 환자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과 뇌 기증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CJD 의심환자는 41명으로 2011년 17명에서 2.4배 증가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50명의 CJD 의심환자가 발견됐다. CJD는 인체 내에는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로 변형되면서 발생하는 전염성 해면양 뇌병증(TSE) 중 사람에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뇌가 광범위하게 파괴되어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뇌 기능을 잃게 돼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2년 안에 숨지게 된다. 겉으로는 치매 증상과 유사하지만 발현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지난 1월 CJD 의심환자의 사후 뇌 조직 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김 의원은 “국내 CJD 의심환자의 생존 기간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길다”며 “CJD 환자의 장기생존 현상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발견돼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변종 CJD, 가족 유전으로 감염되는 가족성 CJD, 수술 등을 통해 전염되는 의인성 CJD, 특별한 외부요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산발성 CJD 등으로 나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발병부터 사망하는 데까지 산발성 CJD는 평균 8개월, 변종 CJD는 14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산발성 CJD 환자 가운데 발병한 지 20개월 이상 생존한 환자 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95명에 달한다. 전체 CJD 의심환자의 38%가 산발성 CJD 최장 생존 기간인 20개월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이다. 변종 CJD 최장 생존 기간 38개월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환자는 전체의 11.6%에 이르는 29명으로 나타났다. 발병한 지 5년 이상 생존한 환자 수도 7명,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그중에는 9년 이상 생존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CJD 환자의 장기생존 현상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지닌 특정 유전자와 연계해서 나타나는 특별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상윤 교수(신경과)는 “CJD가 특정 유전자와 결합하면 CJD가 발병한 상태로 오랜 기간 살아가는 환자들이 나타나는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사는 CJD 환자 1위부터 3위까지 한국 사람들”이라며 “치매증세의 60%가 알츠하이머에서 유래하고 있는데, 환자들 중에는 알츠하이머병과 CJD를 함께 앓고 있는 경우도 적잖은 만큼 이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검을 꺼리는 문화와 감염병에 대한 우려로 뇌 기증이나 부검을 꺼리는 병원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실제 부검을 하는 사례는 1년에 1∼2건에 그친다. CJD는 뇌 조직 검사를 통해서만 최종 감염 여부가 확진되기 때문에 사망 후 부검을 통해서만 CJD나 변종 CJD 감염 여부 등을 최종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부검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모든 환자의 사후 부검을 의무화하는 것은 전례가 없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질본 관계자는 “변사체가 발생한다고 무조건 부검을 하지 않는다”며 “CJD 발병 원인과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 부검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환자와 환자 가족의 자발적인 의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검이나 기증 의사를 밝히면 장례비를 지원하지만 치료비와 입원비 등을 전액 지원하는 것은 (기증과 부검)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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