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부품 납품하라" 글로벌 기업 압박에 한국 업체들 '고민'

김기범 기자 2018. 11.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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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김현권 의원, 관련 보고서 입수
ㆍ기준 맞추지 못해 거래 무산도
ㆍ일부 기업은 해외공장서 대체

‘납품하는 부품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압박에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이용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극히 낮아 이런 요구를 맞추지 못해 거래가 무산된 경우도 나왔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제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이 받고 있는 영향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를 입수해 31일 공개했다. ‘RE100 이니셔티브’는 다국적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이 처음 제기한 것으로 기업이 공장, 사무실, 건물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100%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10월 현재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GM), 이케아 등 154개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한 상태다.

지난 8월 작성된 재생에너지 관련 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LG화학은 BMW로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아 폴란드 공장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결국 거래가 무산됐다. 현재는 폭스바겐으로부터 같은 요구를 받고 있다. 삼성SDI도 BMW로부터 납품 물량에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았다. 현재는 국내가 아닌 해외 공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전자는 유럽 제조사들로부터 제품 생산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요구받으면서 공동대응을 고려 중이며, 수원 본사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애플에 반도체 제품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 다만 애플은 이후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이 여의치 않음을 확인하고 SK하이닉스 측에 압박하고 있지는 않다. 부담을 덜긴 했지만 애플이 언제까지 사정을 봐줄지는 알 수 없다.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XS 발표행사에서 자사의 모든 생산시설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서 나아가 부품까지 재생에너지로 만들길 요구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0일 2022년까지 국외에서는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고, 국내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는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작업’ 비전을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어 우선 태양광 패널 설치 등을 통해 온실가스부터 감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토보고서는 LG전자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친환경 제품임을 나타낼 수 있는 인증서 등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원자력, 석탄화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발전방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내 제조업에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며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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