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회장, 확인 요구하자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김용출의 스토리]
박 기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달 전인 9월말쯤 됐을 것이다. 새벽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판교의 양 회장 자택으로 갔다”며 “CCTV가 안잡히는 곳에 있으니 그때야 (양 회장이) 나오더라. 그때가 오전 11시쯤이었다. 양 회장을 만나서 ‘안녕하세요, 누구다’ 했더니 (양 회장이 다시 집안으로) 도망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회장에게) 몇차례 전화번호와 문자를 남겼는데, (인터뷰나 통화를) 할 것처럼 하면서 안하더라. (저를) 피하더라”고 덧붙였다.
박 기자는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새벽 1시쯤에 제보자들을 처음 만났다며 “제보자들이 양 회장으로부터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보자들이 양 회장을 매우 두려워했다는 얘기다. 다음은 박 기자와의 일문일답.
◆새벽 1시 찾아온 제보자 “칼도 쓰는 무서운 놈, 할 수 있겠느냐”
-2년 동안 양 회장 건을 취재했다는데.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었다. 추운 새벽 1시쯤, 서울 성산동 집근처의 경의선 철길이 있는 삼겹살집에서 제보자들을 처음 만났다. (왜 새벽에 만났는가) 제보자들이 (양 회장으로부터)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박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보자와 처음 만나 이야기를 풀어가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박진감 넘치게 공개한 바 있다.
“2년 전 겨울, 추운 새벽이었다. 제보자와 나는 철길 바로 옆에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는지 종종 '땡땡~' 소리가 났다. 그와 나 사이에서 돼지목살이 익어갔다. 새벽과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었다. 제보자는 한 남자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검은 새벽에 듣기 거북한 말이었다. ‘주먹은 기본이고요. 칼도 씁니다. 무서운 놈입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대답 대신 소주를 마셨다. 쪼그라든 심장이 조금 커진 기분이 들었다. 앞에 앉은 남자가 빈잔에 술을 채우며 영화 <타자>에 나오는 고니(조승우)의 대사를 읊었다. ‘쫄리면 뒤지시든가요.’ 쫄았지만 뒤지고 싶진 않았다. ‘가져온 거 주세요.’ 그는 서류 뭉치를 두고 떠났다. 철길이 차갑게 보였다. 나는 혼자 집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쫄리는데...그냥 뒤져버릴까?’”
박씨는 이와 관련, 방송 등에 출연해 제보자가 건넨 UBS와 자료 속에는 “양 회장의 폭행 등을 비롯해 어마어마한 비리와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왜 박 기자를 찾았을까.
=“제보자들은 양 회장이 굉장히 폭력적이고 성격도 특이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언론계와도 많이 연결이 돼 있으며, 돈이 많이 있다 보니까 경제부쪽 기자도 많이 알고 지낸다고 생각하더라. 양 회장 성격이 독특한 사람이어서 그와 맞서려면 ‘또라이 기질’을 가진 기자를 찾다가 자기들이 취재를 해보니 제가 있어 저를 찾아왔다. 당시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사건을 많이 취재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저를 찾아와서 ‘무서운 놈이 하나 있는데 같이 보도할 마음이 있느냐’라고 묻더라. 처음에는 무서웠다. (제보자들이) 얘기하는 것이 너무 끔찍하고, 자세했다. 겁이 났지만 기자로서 욕심이 나 하고 싶었다.”
박 기자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취재원이 자신을 찾아온 사연과 관련해 “아는 기자들에게 물었다. 주변에 개또라이 기자 있느냐. 여러 기자가 '개또라이=박상규'라고 해서” 찾아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양 회장 건을 제보한 취재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양 회장, 사실 확인 요구하자 집안으로 들어가버려”
-제일 어려운 게 무엇이었는가.
=“어려운 것은 취재원인 제보자들을 만나는 게 자체가 쉽지 않았다. 또 양 회장이 사실대로 말을 안해주고 인터뷰도 안한다.”
-그래도 확인이나 최소한 해명을 받아야 했을텐데.
=“한달 전인 9월말쯤 됐을 것이다. 새벽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판교의 양 회장 자택으로 갔다. 부자집이어서 외제차가 많다. 항상 집주변 모든 방향에서 CC(폐쇄회로)TV가 보고 있다. 차가 서 있거나 기자가 가면 (양 회장이) 안나온다. 그래서 (대문의 벨을) 띵동 하고 눌렀더니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이가 나와서 ‘(양 회장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집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CCTV가 안잡히는 곳에 있으니 그때야 (양 회장이) 나오더라. 그때가 오전 11시쯤이었다. 양 회장을 만나서 ‘안녕하세요, 누구다’ 했더니 (양 회장이 다시 집안으로) 도망갔다. (양 회장에게 그후) 몇차례 전화번호와 문자를 남겼는데, (인터뷰나 통화를) 할 것처럼 하면서 안하더라. (저를) 피하더라.”
-앞으로 보도할 것이 1년치가 있다고 했는데.
=“(양 회장이) 겁 없이 날뛰는 배경이 있다. (그는) 돈이 많다. 이 사건은 결국 법조비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기사가 나올 것이지만, 이 양반이 폭력사건으로 연루된 건이 있다. 전직 직원만 때린 게 아니다. 한 사람을 완전히 짓밟아 놓은 게 있다. (사법당국에) 신고를 했는데 수사가 진행이 안된 것으로 안다. 대형 로펌과 연결돼 있고, 판검사가 연결된 의혹이 있다. 관계자도 많고 증인도 있는데, 관계자들이 소환 한번 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언론에 보도도 되지 않았다.”
박 기자는 ‘양 회장의 비호 세력이 있느냐’고 묻자 잠시 숨을 고르더니 “네”라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더이상 말하진 않았다.(→②로 계속됨)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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