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어려운 부동산법.. 전입신고·확정일자의 차이는

김범수 2018. 11. 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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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이모(26)씨는 지난 2015년 3월에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이사와 전입신고를 마쳤다. 확정일자는 이보다 3개월이 늦은 같은해 6월에 부여받았다. 이씨의 전세보증금은 6500만원 상당.

하지만 올해 초 이씨가 살고 있는 건물 전체가 공매로 넘어가면서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공매의 원인이 된 건물 근저당권이 2015년 4월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전입신고일을 기준으로 하면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하면 근저당권이 날짜 순서상 앞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 이씨와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김모(31)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씨가 6800만원의 전세계약을 하고 전입신고를 한 날짜는 2016년 12월, 확정일자는 올해 3월에 부여받았다.

김씨는 건물이 공매에 넘어가게 되면 자신의 전세보증금이 건물담보 근저당권보다 후순위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근저당권을 상환하고 남은 건물 매각 대금을 두고 자신의 순서는 몇 번째인지 고민이다.

#3. 역시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서모(32)씨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서씨는 2014년 말에 건물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비슷한 기간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모두 발급받았다.

서씨의 전세보증금이 건물 근저당권보다 우선순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차이점을 헷갈려하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의 한 원룸 건물이 통째로 공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면서 전입신고일자와 확정일자의 차이에 따라 입주민들은 크게 세 분류로 달라졌다.

해당 건물은 전체가 하나의 등기로 된 다가구주택이라 입주민 전원은 공매를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건물주 이모씨가 2015년 4월 건물을 담보로 제2금융권으로부터 부당한 대출을 받은 뒤 상환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해당 건물의 감정가는 30억여원, 건물담보 대출액은 16억원 상당이다.

반면에 건물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의 전세보증금 총액은 26억원 가량. 이에 따라 건물이 감정가 대로 공매에 낙찰된다 해도 입주민들은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기 어려운 처지다.

◆확정일자가 건물 근저당권보다 앞선다면

위 사례 중 서씨의 경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건물이 공매를 통해 팔리면 소액의 세금 다음으로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기 때문이다. 확정일자가 건물 근저당권의 시작일보다 앞서면서 건물대금을 돌려받는 순서도 근저당권보다 앞선다.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 낙찰이 되면 해당 건물에 금전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관할 법원에 배당신청을 해야한다. 배당신청을 하면 적법한 전세계약 및 대출계약을 한 입주민들과 채권자들이 확정일자 순서에 따라 돈을 돌려받는다. 

만약 공매 매각액이 낮을 경우 확정일자가 상당히 늦은 입주민들은 전세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서씨는 새로운 건물 소유주가 나타나도 자신의 전세계약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살던 원룸에서 거주할 수 있다. 이른바 ‘대항력’이다. 적법한 임대차계약을 통해 근저당권보다 앞서 확정일자를 등록했는데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대항요건이 인정돼 제3자(양수인)에게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전입신고는 빠르지만 확정일자가 늦는다면

이씨는 법적으로 다소 난해할 수 있다. 이씨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건물에 잡혀있는 근저당권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씨가 이사온 이후 이씨가 모르게 건물에 근저당권이 들어오게 됐고, 이씨는 근저당권이 들어온 이후 확정일자를 발급받은 것이다.

이씨의 경우 크게 보면 ‘반쪽짜리 권리’에 가깝다. 건물 매각대금 분배 순서는 확정일자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씨의 전세보증금 배당 순서는 은행권 근저당권보다 늦다. 게다가 이씨가 살고 있는 건물의 경우 ‘최우선변제금’ 총액이 10억여원이기 때문에 은행의 근저당권만 배당돼도 남는 매각 대금이 없다.

행여 건물이 감정가 보다 높은 금액에 팔린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공매 상황에서 이씨가 전세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가능성은 낮다. 확정일자를 늦게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씨가 임대차계약을 한 즉시 확정일자를 발급받았다면 서씨와 같은 ‘배당우선순위’가 돼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으나, 확정일자의 차이로 둘 사이의 운명이 나뉘었다.

이씨의 희망은 하나 있다. 앞서 말한 ‘대항력’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이 낙찰이 된 이후에 이씨가 배당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이씨의 임차권은 새로운 건물주가 떠안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이씨는 새로운 양수인에게 자신의 전세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행여 이씨가 대항력을 발동하지 않고 배당신청을 한다면 이씨는 법적으로 대항력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되면 이씨는 일부 보증금을 빨리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긴 어려워 진다. 아울러 대항력을 사용하더라도 양수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법적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입신고·확정일자 모두 늦다면

김씨의 사례는 다른 두 경우에 비해 암담하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건물 근저당권보다 늦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기란 어렵다. 게다가 대항력도 없기 때문에 새로운 건물주에게 자신의 임차권을 주장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확정일자를 올해 초 부여받았기 때문에 배당 순서도 가장 늦은 축에 속한다.

그나마 김씨가 위안을 가지는 것은 ‘최우선변제’ 제도 덕분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부동산이 공매에 넘어가도 매각액 절반을 떼어내 입주민의 보증금 중 일정액을 우선 변제한다.

최우선변제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액 이하(서울의 경우 1억원 이하)의 보증금일 것 △적법한 임대차계약일 것 △전입신고를 마쳤을 것 등이다. 부동산이 위치하는 시·군에 따라 최우선변제액이 다르지만 김씨 등이 살고 있는 서울의 경우 3700만원이다.

따라서 이들이 살고 있는 건물이 감정가보다 낮은 금액에 팔려도 임차인들은 전세보증금 중 3700만원은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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