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때 숟가락·젓가락 안 주는 부산, 왜?
최은경 2018. 11. 2. 17:09
부산 전체 학교의 46.3%만 급식용 수저 나와
"학교 부지 좁은 탓에 교실 배식률 높아 애로"
내년 3월부터 수저 제공하고 식당 설치 지원
"수저 챙기는 불편함 줄이고 식중독 예방 기대"
내년 3월부터 부산 지역 학교 학생들의 등굣길이 편해지게 됐다. 그동안 따로 챙겨야 했던 급식용 수저를 학교에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부산은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학교 급식에 숟가락·젓가락이 나오지 않는다. 수저가 나오지 않는 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수저를 가방이나 사물함에 비위생적으로 보관하거나 일회용 수저를 사용하곤 한다.
시 교육청은 절반이 넘는 학교가 급식용 수저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높은 교실 배식률이라고 분석했다. 부산 지역 학교의 45%는 별도 식당이 아닌 교실에서 배식한다. 교실 배식은 식당 배식보다 운반·회수 등 여러 면에서 수저 제공이 어렵다. 서울의 교실 배식 비율은 35% 정도다.
"학교 부지 좁은 탓에 교실 배식률 높아 애로"
내년 3월부터 수저 제공하고 식당 설치 지원
"수저 챙기는 불편함 줄이고 식중독 예방 기대"
몇 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를 학생 인권 문제로 보고 수저 제공을 권고한 적도 있다. 문제를 인식한 부산시 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이와 관련한 공문을 학교에 보내 내년 3월부터 모든 학교에서 급식용 수저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현재 부산 637개 초·중·고·특수학교 가운데 46.3%인 295개 학교에서만 급식용 수저를 제공한다. 나머지 342개 학교에서는 매일 학생이 직접 수저를 들고 등교해야 한다.
부산의 교실 배식률이 높은 것은 터가 좁은 비탈진 곳에 지어진 학교가 많아 식당을 만들 공간이나 유휴 교실이 부족해서다. 시 교육청 급식팀 관계자는 “조리원의 업무 과중도 원인으로 꼽혔지만 조리원 1인당 담당 학생 수가 서울보다는 적다”며 “수저 제공에 따른 조리원의 노동 강도 문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학생·학부모의 민원이 꾸준히 제기된 데다 최근 이정화 부산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사항을 질의해 즉각 검토했다”며 “학교에서 세척·소독한 수저를 일괄 제공하면 매일 수저를 챙겨야 하는 학생·학부모의 번거로움을 덜고 식중독 등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 교육청은 장기적으로 유휴 교실을 확보한 학교에 식당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제공하는 급식용 수저는 각 학교가 운영비로 구매하고 수저 운반 장비 등은 시 교육청이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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