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팩트체크]"미군은 타국에 군 지휘권을 내주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 사실일까

김남희 인턴 기자 입력 2018.11.03. 07:01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the300]타국 군대 지휘 받은 사례 있어.. "절반의 사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2018.1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31일 제50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래연합사령부(미래사)' 창설에 합의했다. 미래사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해체되는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신하는 새로운 지휘체계다. 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맡게 된다. 공동성명 발표 후 국내 언론은 "미군은 타국 군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퍼싱원칙'의 유일한 예외"라고 보도했다. 정말 이번 합의가 미군이 사상 최초로 타국 군인에게 지휘권을 내준 사례일까.


[검증대상]
미군은 타국에게 군 지휘권을 내준 적이 없다.


[검증방식]
◇퍼싱 원칙이란=퍼싱 원칙은 미군 최초의 6성 장군인 존 조지프 퍼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미국은 제1차세계대전 때 영국과 프랑스의 요구로 뒤늦게 참전했다. 당시 유럽원정군 사령관이었던 퍼싱 장군은 기존 연합군 부대에 예속돼 활동하는 걸 거부했다. 미군은 건국 이래 타국 군대의 지휘를 받은 바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후 미군이 타국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으면서 퍼싱 원칙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퍼싱 원칙이 미국 정치권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미국에선 '퍼싱원칙'이라는 단어 자체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강조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관계자도 "작년 제49차 안보협의에서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지침이 보류되자 퍼싱원칙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이라며 "관례처럼 얘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외국군 지휘받은 적 있어=그렇다면 미군이 타국에 작전통제를 받은 사례가 있는 걸까. 박 교수는 "미군 병력이 외국군의 작전 통제에 종속된 사례는 최소 17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아틀란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이 2004년 발간한 보고서는 1900년 이후 미군 병력이 외국군의 작전 통제에 종속된 사례 17건을 소개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군 병력이 외국의 작전 통제 또는 작전 명령에 종속 된 사례가 있었다"며 "전투 및 비 전투 작업이 모두 포함한 예시"라고 밝힌다.


대표적으로 1918년 1차 세계대전 말,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때다. 당시 미국의 3개 대대는 연합군에 합류해 영국 장군의 지휘 하에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핀란드, 세르비아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했다.


1992년에는 342명의 미군이 프랑스군의 지휘를 받는 유엔보스니아평화유지군(UNPROFOR)으로 파견됐다. 구 유고슬라비아의 이동식 군병원이었다. 1993년에도 600여명의 미군이 스웨덴 지휘관 하에 마케도니아 국경을 순찰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소규모·단기전투일 뿐=반면 소규모 미군 부대를 제외한 큰 부대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타국 군의 지휘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외국군의 지휘를 받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런 극단적인 예외를 제외하고 항구적인 매커니즘으로는 (퍼싱원칙이 깨진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국가와의 합의를 통해 최고사령관을 타국군이 맡도록 허락한 경우는 처음인 게 맞다"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도 "원칙적으로 아주 소규모 부대를 제외하고는 퍼싱 원칙을 따랐다"며 "작은 부대의 경우에는 케이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앞서 소개된 외국군대의 지휘를 받은 미군 사례는 소규모 혹은 단기적인 전투에 불과하며, 항구적 합의를 맺은 것은 이번 한미 사례가 최초다.


[검증결과]절반의 사실
미국이 타국에게 군 지휘권을 내준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규모 부대 혹은 단기적 지휘를 받은 것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미군이 지휘권을 넘기는 데 합의한 적이 없다는 관점 또한 사실이다.

김남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