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신상공개 여론따라 결정?.. "모호한 기준 개선돼야"

강대한 기자,조아현 기자 입력 2018. 11.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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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PC방 살인'은 공개, '거제 잔혹 살인'은 비공개
'상해치사'→'살인' 혐의 변경 검찰, 공개 결정 여부 주목
지난 4일 새벽 2시 36분쯤 부산 경남 거제시에 있는 한 선착장에 있는 주차장 앞 길가에서 피의자 박모씨(20)가 피해자 A씨(58·여)를 폭행하는 모습.(경남경찰청 제공) © News1

(부산·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조아현 기자 = 최근 들어 흉악 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잔혹하게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성난 민심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거제 잔혹 살인 사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부산 일가족 피살 사건’ 등이 최근 공분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들은 범행 과정이 매우 잔혹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해자 신상 공개는 모두 제각각이다.

‘PC방 살인 사건’ 의 피의자 김성수(29)는 신상 공개가 된 반면 '거제 살인 사건'은 아직도 신상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김성수는 지난달 14일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A씨(20)를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PC방 청소상태 등을 놓고 A씨와 실랑이를 벌인 김성수는 PC방을 나간 이후 집에서 흉기를 가지고 돌아와 수십 차례 A씨에게 휘둘렀고, A씨는 결국 숨졌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자 잔혹한 범행을 두고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경찰은 김씨의 실명과 얼굴 등 신상을 일반에 공개했다.

김성수가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관련법에 따라서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Δ범행수단이 잔인하고 Δ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Δ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경우 그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흉악 사건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하지만 경남 거제에서 50대 여성을 무참히 때려 살해한 20대 남성은 범행이 서울 PC방 살인 사건 못지않게 잔혹한데도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가해자에게 적용된 혐의가 ‘상해치사’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흉악범 신상 공개 대상 범죄로는 Δ살인 Δ약취·유인 및 인신매매 Δ강간과 추행 Δ강도 Δ조폭범죄 등에 한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 범행이 잔인하고 잔혹할지라도 애초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셈이다.

특히 이 사건처럼 경찰 수사 단계에서 상해치사 혐의였다가 검찰 수사에서 ‘살인’ 혐의로 변경된 경우 가해자 신상을 일반에 공개하기도 모호한 상황이다.

현재 검찰에는 경찰이 운영중인 ‘신상공개위원회’ 같은 성격의 기구가 마련돼 있지 않다.

‘살인’으로 혐의가 변경될 경우 검찰에서라도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할 법적 근거는 있지만, 거제 살인 사건의 가해자는 검찰 단계에서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신상 공개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거제 살인 사건 피의자 박모씨(20)는 지난달 4일 새벽 2시36분쯤 거제시 한 주차장 앞 길가에서 쓰레기를 줍던 B씨(58·여)의 머리와 얼굴을 수십 차례에 걸쳐 무참히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 역시 잔혹한 범행 수법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3일 현재 가해자 박씨의 신상 공개와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21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와 박씨의 신상이 공개될 지가 관심사다.

‘부산 일가족 피살’ 사건도 흉악범 신상 공개을 두고 풀어야 할 난제다.

이 사건 용의자 신모씨(32)는 지난달 25일 오후 4시12분쯤 전 연인이던 조모씨(33·여)가 사는 부산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조씨의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범행 현장에서 신씨도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유력한 용의자가 숨지면서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러면서 신씨의 신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신씨가 범행 도구 56개가 든 가방을 미리 챙겨 조씨 집에 침입한 뒤 조씨 할머니, 조씨 부모, 조씨를 차례대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범행인데도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할 지에 대한 공론화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흉악범 신상공개를 할 때는 명확한 규정에 따라서 공개사항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 현재는 다소 두루뭉술한 부분이 있다”며 “연령이나 범행의 정도나 초범, 재범 등 정황을 갖고 이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자의적인 판단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사안이라도 국민적 여론에 따라 흉악범 신상공개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세부적인 규정이 없어 자의적인 판단 범위가 크다”고 밝혔다.

또 “가급적 신상공개 사안은 경찰과는 완전히 별개의 외부 기구를 만들어서라도 국민의 여론을 인식할 수 있는, 대변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같다”며 “언론에 보도가 된 사건은 공개되고, 주목 받지 못한 사건은 덮여버리기 때문에 여론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피의자 인권보호라는 이유로 피의자 전과 정보도 공개 안한다"며 "국민들의 안전이 우선 돼야 한다. 국민의 안전보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가 더 중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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