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영상 찍은 줄도 몰랐다" 양진호 폭행 피해자 경찰 출석
"양 회장이 법의 심판 받길 진정으로 원한다"
검찰도 대학교수 폭행사건 재 조사 착수
"나는 폭행 피해자인 동시에 몰카 피해자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인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전 직원 강모씨가 3일 경찰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양 회장의 폭력 영상 속에 등장한 피해자다. 그는 당시 양 회장이 폭행 영상을 찍은 것도 몰랐다고 했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취재진 앞에선 강씨는 미리 준비한 A4 용지 한장 분량의 입장문을 꺼내 심정을 밝혔다.
그는 "양 회장이 나를 폭행한 영상을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몰래 촬영하도록 직원에게 지시하고 소장하고 있었다"며 "그 같은 사실을 한 언론사의 취재로 알게 돼 강한 충격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됐다"며 언론 앞에 선 이유를 설명했다.
강씨는 "나는 양 회장이 가한 폭행 피해자인 동시에 나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은 영상을 촬영하고 소장한 (양 회장의) 몰카 피해자"라며 "이런 일을 겪으며 사내 폭력으로 고통을 받거나 몰카 영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 회장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길 진정으로 원한다"며 "엄청난 부와 명성으로 가려진 그의 죄의식이 (이번 일로) 다시 세워져 자신의 죄를 깊이 반성했으면 졸겠다. 더는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이번 일이 우리 사회에 강한 경각심을 갖게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상에선 양 회장이 강씨에게 욕설을 하고 뺨을 세게 때리는 등 폭행을 한다. 무릎을 꿇게 하고 사과도 강요한다.
강씨는 이 일 이후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지난 3년간 한 지역의 섬에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강씨를 대상으로 폭행 당시 상황과 정확한 피해 내용, 전에도 폭행 등 피해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강씨와 함께 경찰에 온 '셜록'의 박상규 기자는 "강씨와 최근 언론에 공개된 대학교수 말고도 양 회장의 폭행 피해자가 더 있다"며 "양 회장의 추가 비위 사실도 보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찰은 지난 9월과 지난 2일 등 3차례에 걸쳐 양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전방위 압수 수색을 했다. 2일 압수 수색에선 양 회장이 "닭을 죽이라"고 명령하면서 사용한 일본도와 활, 화살 등을 찾아내 압수했다.
압수 수색에 이어 강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가 시작되면서 양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양 회장이 전처의 불륜남으로 의심하던 대학교수를 동생 등을 시켜 집단 폭행했다는 고소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도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폭행 피해자인 대학교수는 대학 동기인 양 회장의 전처를 상담해 줬는데 이를 불륜으로 의심한 양 회장이 2013년 12월 사람을 시켜 자신을 협박하고 폭력과 가혹 행위를 한 뒤 맷값으로 2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폭행한 이들 중에는 양 회장의 친동생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수는 이후 외국으로 피했고 지난해 6월 양 회장 등 8명을 공동상해 및 감금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폭행 사실을 인정한 양 회장의 동생 1명만 기소했고 나머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대학교수의 항고로 지난 4월 서울고검은 "수사를 다시 진행하라"며 성남지청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조만간 해당 대학교수와 참고인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할 방침이다. 또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등도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 회장이 2016년 3월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며 이 대학교수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청구소송(5000만원)을 내 승소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셜록의 박상규 기자는 "대학교수가 고소했을 당시 양 회장이 한 번도 검찰에서 조사받지 않았다고 한다"며 "법조계에 양 회장 비호세력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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