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의 이야기들..'진정한 위로'를 묻다

송형국 2018. 11. 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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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 참사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회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을 겪게 되죠.

우리에겐 세월호 참사가 그런 기억일 겁니다.

참사 이후 천 6백여 일을 헤아리는 동안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예술작품들은 고통을 달래는 진정한 위로란 무엇일지 탐구하며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송형국 기자가 '위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고 이영만 군의 방, 수학여행 떠난 날 그대로입니다.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어머니는 시인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시인은 아들의 목소리로 시를 썼습니다.

["내가 엄마를 많이 닮은 건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엄마보다 아빠를 조금 덜 닮은 건 나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를 닮아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서랍니다."]

[이미경/故 이영만 군 어머니 : "저에게 되게 많이 위안을 주고 위로를 주신 (시인) 분들이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한달 동안 아이 생각하고 한달 넘게 그 아이를 만나고 나서 이렇게 시가 이렇게 나와서, 너무너무 귀한 거죠. 사실은 아이의 목소리라고 할 수가 있어요."]

참사 직후부터 일군의 작가들은 유족들 곁으로 달려가 귀를 기울였고 이를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허 희/문학평론가 : "한 부류의 작가들은 그걸 암시하는 방식으로 나타냈던 것이고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서사화하려는 그런 일군의 작가가 나타났던 것이죠. 세월호에 대한 애도의 윤리를 실천하려는 작가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고통을 글로 옮기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참사 후 적지 않은 작가들이 생각한 건 섣부른 위안을 건네겠다고 나서기보다 그저 옆에 있자는 것이었습니다.

시와 에세이에서 시작된 '세월호 이후 문학'의 이 같은 경향은 소설로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공유되고 최근 들어서는 영화로도 태어나 아픈 이들의 옆자리를 넓히고 있습니다.

참사를 모티브로 한 단편을 모은 영화를 본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

[안순호/416연대 공동대표 : "학생들의 방을 그대로 해놓은 걸 보고 모티브를 얻어서 영화 소재를 삼았다고 했는데 지금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 방을 그대로 두고 계세요. 고스란히. 그날. 여행 가던 날 그대로."]

영화가 자리잡은 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이들의 곁입니다.

[장준엽/영화 '봄이 가도' 첫번째 에피소드 감독 : "그냥 곁에서 서로 이해해주려고 하면서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지금보다는 조금 좋지 않을까, 마음이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최근 몇해 사이 몇몇 한국영화들은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렇다 할 구조 한번 시도하지 못한 한국인의 집단적 상처를 문득 드러내곤 했습니다.

["구조방법은 전문가들이 의논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잘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지금 가방이 발견된 지점에...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어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그날 이후'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자 증서 수여식 : "보상금도 받았다며 (얼마나?)"]

무례한 말들이 떠도는 바깥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마음을 카메라는 가만히 지켜봅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공감할 줄 아는 작품과 이를 공유하는 관객, 즉 이웃이 있다는 점을 전합니다.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어떤 문학작품이나 이런 것에서 자기에 어떤 비슷한 심정 한 자락을 훅 건드려지는 경험을 하면 '나도 이렇구나' '나도 이렇겠구나'... 이런 순간은 굉장히 치유적인 경험을 하는 순간이죠. 그래서 이런 작품이 유가족들한테도 매우 도움이 되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세월호 유가족 연극단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하는 작품.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현재까지 55번 무대에 올렸습니다.

KBS 뉴스 송형국입니다.

송형국기자 (spianat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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