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임용 탈락 1호 판사' 신평 "양승태 처벌 안되면 국민 분노"

윤지원 기자 2018. 1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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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흔히들 '초유의 사태', '전대미문'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20여년 전 한 법관의 언론기고를 통해 이미 외부에 공개됐었다.

당시 대법원은 재혼해 자식을 낳았다는 점을 '문란한 사생활'이라며 법관 재임명에서 이 법관을 탈락시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신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을 막으려 한 판결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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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판부 위헌? 헌법학자인 나도 이해 안된다"
법관·로스쿨 '내부고발자', 이젠 공익로펌으로 새출발
신평 변호사2018.11.03/ © News1 윤지원 기자

(경주=뉴스1) 윤지원 기자 = 최근 불거진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흔히들 '초유의 사태', '전대미문'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20여년 전 한 법관의 언론기고를 통해 이미 외부에 공개됐었다.

해당 법관이 금기시된 영역을 건드린 '괘씸죄'의 대가는 곧바로 이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재혼해 자식을 낳았다는 점을 '문란한 사생활'이라며 법관 재임명에서 이 법관을 탈락시켰다. 사법부 역사상 '제1호 판사 재임명 탈락자'인 신평 변호사(62) 얘기다.

신 변호사는 법원을 떠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를 지내면서도 내부고발을 멈추지 않았다. 경북대 총장의 부당 인사, 동료 교수 성매매 의혹 등을 공개비판한 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올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신 변호사의 신작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새움)'는 유죄 확정까지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법관 출신인 그가 피고인석에 앉아 겪은 불안과 고뇌, 그리고 그의 눈에 비춰진 사법부의 오만함과 재판 부조리가 르포기사만큼이나 구체적인 생동감으로 묘사됐다.

이 책은 '재판 독립'이란 미명 하에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던 이 땅의 수많은 '사법피해자'에 보내는 위로문이다. 신 변호사를 경주 자택에서 만났다.

-'나의 상처는 아름다운 꽃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문장으로 서문이 시작한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후 어떻게 지냈나.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나를 변호사로 불러주면 된다. 아직 수임을 한 사건이 없어서 개업했다고 말하기도 뭣하지만(웃음).

유죄 확정 이후 그는 대학 교직에서 물러나 변호사 신분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사법피해자나 거대 조직을 상대로 싸우는 내부고발자 등을 돕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자신을 꼭 닮은, 골리앗과 맞선 '작은 다윗들'을 위해 다시금 출발선에 선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으로 문제가 된 '관선변호'(판사가 다른 판사에 재판과 관련해 청탁하는 법조계 은어)에 대한 얘기가 책에도 언급됐다. 내부에서 흔히들 쓰는 말인가.

▶그 말을 사실 내가 처음 썼다. 1989년 일본 법원에 법관으로 파견됐다가 돌아와서 '일본 땅 일본 바람'이란 책을 냈는데 그 책에서 한국 법원의 부조리한 양상을 지적했다. 그 중 하나가 관선변호다. 이후 관련 내용을 한 언론사에 기고했다가 법관 재임명 절차에서 탈락했다. 벌써 30여년 전인데 이제야 사회에서 (재판개입 문제가) 어느 정도 논의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얼마 전 차성안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판사가 '관선변호를 전수조사 하자'고 말했는데 나는 이번 사태를 통틀어서 가장 의미있는 발언이었다고 본다. 어느 누구도 사법개혁을 언급하면서 현재 재판제도가 가진 결함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재판개입은 구조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판사들이 있긴 하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그런 말을 하는 판사의 인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재판 개입은) 아주 횡행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행동대장이라고 불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최근 구속됐다. 향후 사법처리는 어떻게 될까.

▶양 전 원장이 만약 처벌되지 않는다면 국민적 분노가 일어날 것이다. 이것을 사법부 구성원도 이해하고 있다. 일부에 대한 형사 처분은 과거 관행을 시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몇사람 처벌하는 게 제도 개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왜 그런가.

▶지금까지 김명수 대법원장 입에서 '공정한 재판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이 한마디라도 나왔나. 이번 위기를 모면하고 난 뒤에도 기득권을 계속 쥐고 있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제기하는 특별재판부 설치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 주장 자체가 학문적 근거가 없다. 조직 이기주의에서 나오는 말이다. 헌법 제101조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됐는데 이 조문을 가지고 몇사람이 장난을 치고 있다. 지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대로 올바른 길을 걸은 판사를 특별재판부 법관으로 쓰면 된다. 한국헌법학회 회장까지 한 나도 위헌 주장을 이해할 수가 없다.

-올바른 사법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헌법상 사법에 관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정한 재판'이다. 세계 법학계의 일반적 조류는 '재판독립'과 '사법책임'을 모두 중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꾸만 사법책임 부분을 배제한다. 과도한 '재판독립' 주장이 사법 적폐의 핵심이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나.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번째로는 배심 재판이 활성화돼야 한다. 현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배심원들의 평의를 구속된 결과로 인정해야 한다. 두번째는 법관 징계를 보다 확실하게 해야 한다. 현재 문제의 판사들이 징계위에 제대로 회부되지 않는다. 이건 검사도 마찬가지다. 수사나 판결을 잘못해도 (징계는) 흐지부지됐다. 시민들이 피를 토하고 절규하며 법관에 대한 진정을 넣어도 법원은 '귀하의 주장은 재판독립의 원칙에 따라 고려되기 곤란함'이라는 식의 한 문장, 황당한 논리로 무시해버린다.

-법관을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까지 판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인정된 예가 없다. 이상한 논리를 대면서 모두 기각해버린다. 법관에 대한 징계청구가 올라올 때 바로 적시로 판단해서 위원회에 곧바로 회부하는 소징계위가 만들어져야 한다. 징계위원도 고위법관으로 구성된 현재와 달리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부사람으로 구성돼야 한다.

-일각에선 사법개혁의 방법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말한다.

▶공수처도 방법이다. 지금까진 사법권력에 대한 비판이나 처벌요구가 제도적으로 다 막혀있었다. 징계위도 막혀있고 민사 재판도 그렇고. 공수처가 신설되는 즉시 전국 판사, 검사에 대한 진정이 물밀듯 올라올 것이다. 마치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다.

신평 변호사 신간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새움)© News1

-문재인 정부 들어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올랐다가 탈락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나 같은 사람이 대법관에 올라오는 것을 꺼린다. 전직 대법관인 친구에 물었다. '너희들 입장에선 (재야 출신) 김선수 변호사가 들어가는 것은 참아도 내가 들어가는 못참지?'라고 하니까 끄덕끄덕 하더라(웃음). 법원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판결이 왜곡되는지를 속속들이 아는 내가 (대법원에) 들어가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태풍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신 변호사의 명예훼손 상고심을 1년8개월간 심리를 하지 않고 끌다가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자 갑자기 주심 재판관 바꾸고 벌금 500만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신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을 막으려 한 판결로 해석한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공익로펌을 만들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이런 곳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 사람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면 '아이고 골치 아픕니다'라고 거절당하는 억울한 사람들을 도우려 한다. 내부고발자나 기관이나 조직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는 개인들이 그 예다. 인생 전체가 짓밟힌 작은 다윗들이 많지 않나. 그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

신 변호사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막내딸 손을 잡고 2016년 겨울 촛불집회에도 수차례 참여했다. 그에게 물었다. 자녀들과 같은 젊은 세대가 본인의 지난 삶처럼 희생이 따르더라도 신념을 지키며 살길 바라느냐고.

"나처럼 고통스럽게 살길 바라지는 않는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순탄하게 살라고 말한다. 조직은 점점 더 강대해지고 그 속에서 시민들은 고통을 당하며 피압제 지위에서 더욱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고 자기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사람들로만 세상이 채워지면 어떡하나. 사회 전반적인 의식의 각성이 있었으면 한다."

yjw@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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