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혁신학교 전환' 놓고 학부모들끼리 갈등..온수초에서 무슨 일이 [노도현의 스쿨존]

노도현 기자 입력 2018.11.04. 15:29 수정 2018.11.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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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리 아이가 마루타? 단지 부모로서 행복하게 키우고 싶을 뿐입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구로구 온수초등학교 앞. 몇몇 학부모들이 학부모와 교사, 지역 주민들에게 호소문을 건넸다. 호소문에는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단지 자신들의 이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임시총회를 개최해 소중한 아이들을 마루타로 운운하는 학부모회의 저의가 무엇이냐”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자신을 ‘60.3% 학부모’라고 소개했다. ‘혁신학교를 찬성하는 60.3% 엄마, 아빠의 응원! 저희들은 지지합니다. 선생님 힘내세요’라고 쓴 현수막도 들었다.

온수초 구성원들은 ‘혁신학교 전환’을 놓고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다. 혁신학교는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성을 주고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수업을 추구하는 학교 형태로, 진보교육의 상징으로 통한다. 혁신학교 확대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이기도 하다. 온수초는 지난해 새 교장이 부임한 뒤 설명회까지 열고 혁신학교 전환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교사들의 동의율도 높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학교는 지난달 초 학부모들에게 혁신학교 전환에 대한 찬반을 묻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교육청에 혁신학교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하려면 우선 교사나 학부모 어느 한쪽의 동의율이 과반을 넘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운영위원회에 심의안건을 올릴 수 있다. 투표 결과 전체 학부모 1080명 중 59.8%인 646명이 참여했고, 이중 60.3%가 찬성했다. 교사들은 76.2%가 찬성표를 던졌다. 학운위에서는 찬성 10표, 반대 3표로 안건이 통과됐다.

문제는 학부모회 임원단을 중심으로 한 일부 학부모들이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지난 25일 임시총회를 열었고, 다음날 한 언론이 이 내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총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일방적으로 혁신학교 신청을 결정했다. 우리 아이들이 마루타가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학부모회는 이날 “목숨보다 귀한 아이들의 인생이 부당하게 희생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학교 측이 혁신학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혁신학교로 바뀌면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이념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혁신학교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200여명이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고 캠페인을 벌였다. 31일에는 성명을 내고 “작년부터 혁신학교를 신청하기 위해 연수·설명회를 가지고 학부모들끼리 갑론을박을 한 것은 그새 다 잊으셨나”라며 “정당한 절차에 의해 신청된 혁신학교 지정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회 임원단이 캠페인에 참여한 한 학부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60.3% 학부모’들의 활동은 잠시 중단됐다. 혁신학교 전환을 지지하는 한 학부모는 “이렇게 학교가 공격당하고 있을 때 ‘학부모들은 투표 끝내고 그냥 보고만 있더라, 우리는 누굴 믿고 교육과정을 펼쳐야 하냐’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계실 것 같아 힘을 드리고 싶었다”며 “고소 소식을 알게 된 학부모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으며 함께 대응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절차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혁신학교 지정 심사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혁신학교 운영 경험이 있는 교원과 학부모 등 교육청이 위촉한 심사위원들이 학교가 낸 운영계획서를 토대로 서면심사와 방문평가를 한다. 최종 심사 결과는 다음주쯤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설명회를 하지 않았다며 신청을 무효로 해야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설명회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학교 내 가장 큰 의사결정 단위인 학운위 결정을 근거로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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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