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진핑, 美대항 '돈다발 외교'.."비관세 장벽 여전" 비판도(종합)

입력 2018.11.0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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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홈그라운드 외교 결정판'
시진핑 '자유무역 전도사'로 변신..우군 확보 매진
SCMP "외국기업에 불리한 비관세 장벽 중국 내 만연"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 개막 연설하는 시진핑 [CCTV 화면 캡처]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심재훈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명실공히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이 되기 위해 올해 내건 핵심 외교 정책이 '홈그라운드 외교', 즉 '주창 외교'(主場外交)다.

올해 중국 정부의 업무 보고에 처음 등장한 표현으로, 중국이 주축이 되는 국제회의나 포럼을 활용해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정책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된 가운데 중국의 '홈그라운드 외교'는 올해 보아오 포럼,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와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를 통해 우군 확보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런 성과의 결정판이 바로 5일 상하이(上海)에서 막을 올린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다.

이 박람회는 중국 지도부와 당·정이 총력을 기울인 행사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주로 제3국들을 대상으로 '수입 확대'라는 카드로 돈다발을 풀면서 선심을 사려는 목적이 크다.

130개국에서 3천여 기업이 참가했으며 바이어만 15만 명에 달하고 이 기간 거래액만 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라는 명목으로 철도 등 인프라를 깔면서 막대한 채무를 지게 하며 아프리카 등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이 값싼 제품과 위조 상품 등을 통해 전 세계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폭탄'으로 전방위 통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번 수입박람회를 통해 전 세계에 '자유무역 전도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미국에 대항할 우군 확보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한 귀빈들 [CCTV 화면 캡처]

이를 반영하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수입박람회 개막 연설에서 "각국은 반드시 개방을 견지하면서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한다"면서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각국이 더욱 많은 용기를 갖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지만, 문을 걸어 닫는 것은 반드시 낙후로 이어진다"며 "개방과 협력은 국제 경제무역의 주요 동력으로 인류는 이런 역사적 규칙에 순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존의 '세계의 공장' 이미지를 벗고 '세계의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미국은 올해 중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어 중국은 이번 박람회에서 시장개방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제품의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 담판을 앞둔 상황이라 중국으로선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이번 박람회가 중국 시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면서 "이번 박람회는 중국이 세계 경제 무역 촉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띄우기'에 나섰다.

이런 중국의 노력에도 미국 등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싸늘한 편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행사 참여가 부진한 데다 중국이 '돈다발' 공세를 통해 제3국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이번 수입박람회의 12개 주빈국에는 중국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교역량 상위국인 한국과 일본도 빠졌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다.

대신 주빈국에는 러시아, 헝가리, 브라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이 선정됐는데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국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체제에 순응하는 국가들에만 선심을 베풀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이번 수입박람회에 초청된 정상급 인사 중 서방국가들은 거의 없어 옛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제3세계 국가들 중심의 반쪽짜리 '단합 대회'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수입박람회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에 몰린 중국이 또다시 돈다발로 선심 공세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일대일로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이런 방식을 통해 우군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과연 그게 얼마나 성과를 거둘 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하이 수입박람회를 시장개방의 선전장으로 삼으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 기업은 중국 내에 만연한 비관세 장벽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활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피터 판은 이번 상하이 수입박람회에 12개의 부스를 마련했지만, 수천 개에 달하는 그의 회사 제품 중 중국 내 승인을 받은 것은 아직도 없다.

지난해 상하이에 판매 사무소를 세웠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그의 회사 제품 중 어느 것에도 판매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의 회사는 지금껏 22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제품 판매와 관련된 인·허가 지연, 수입 통관 절차의 지연, 중국 고유의 인증 획득 비용 등으로 중국 시장은 결코 외국 기업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엔에 따르면 기술적 규제와 의무 표준 등의 비관세 장벽은 미국의 경우 2천559개이지만, 중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4천187개에 달한다.

중국 베이항대학의 뉴자오후이 교수는 "중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수입 관세를 계속 낮춰오고 있지만, 비관세 장벽은 지속해서 높이는 추세"라고 비판했다.

president21@yna.co.kr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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